최근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약진이 무섭다. 지난 2008년 출시하자마자 독주하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점유율을 잠식하더니 최근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 2위로 물러난 IE는 점차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파이어폭스(3위)에게도 위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웹 브라우저는 어떤 강점이 있을까. 크롬·IE·파이어폭스·사파리·오페라 등 대표적인 웹 브라우저의 특징을 살펴봤다.

웹브라우저(Web Browser)는 인터넷망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접속을 위해 거의 모든 사용자들의 PC에 최소 하나씩 설치돼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약 24억명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7~8명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이하 IE)를 이용한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 40.44%인 크롬이 1위다. 이어 IE(28.96%), 파이어폭스(18.11%), 사파리(8.54%), 오페라(1.2%)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IE의 문제점이 하나둘 쏟아져 나오면서 크롬을 병행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어 순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오페라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 보안 평가도 1위인 크롬

크롬(Chrome)은 구글이 2008년에 출시한 웹 브라우저다. 크롬은 등장부터 빠른 검색 속도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크롬은 빠른 버전 업그레이드 속도로 잘 알려져 있다. 출시된 지 5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버전이 크롬 31까지 나왔다. 크롬이 이처럼 빠르게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이유는 웹 브라우저 후발주자로서 최신 기술과 편의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크롬은 단숨에 점유율을 40.44%(2013년 10월 기준)로 끌어올리며 IE(28.96%)를 앞섰다.

크롬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모바일 연동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웹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PC용 크롬과 모바일용 크롬의 연동이 손쉽다. 지메일(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계정을 통해 PC용 크롬과 모바일용 크롬을 동기화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사용자 모두 PC,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에서 똑같은 설정으로 크롬을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크롬으로 북마크(즐겨찾기)한 장소, 방문기록 등을 PC용 크롬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

크롬의 자동 번역기능은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 중 하나다. 사용자 컴퓨터에 설정된 언어와 다른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웹사이트를 인식하면 브라우저 상단에 “이 페이지는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번역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번역’ 버튼을 클릭해 번역된 내용을 볼 수 있으며, 옵션 설정을 통해 특정 언어를 ‘항상 번역’ 혹은 ‘번역 권하지 않기’로 설정 할 수 있다. 윈도와 OS X(애플 맥 운영체제), 두 가지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하는 크롬은 두 운영체제를 차별하지 않고 거의 비슷한 속도로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크롬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은 ‘프라이버시(privacy)’에 관한 것이다. 크롬 출시 후 자판 입력 내용을 구글 본사로 전송시키는 자동완성(Suggest) 기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크롬은 웹 브라우저 가운데 보안이 가장 철저하다. 크롬은 매년 실시하는 웹 브라우저 보안 평가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불변의 1위를 지키던 IE가 물러나고 신예 강자인 구글의 크롬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불변의 1위를 지키던 IE가 물러나고 신예 강자인 구글의 크롬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터치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IE

IE는 1995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웹 브라우저다. IE 1.0 제공 이후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IE 4를 윈도98과 함께 제공하면서 IE의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급상승했다. 한때 전 세계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경쟁력 있는 다른 웹 브라우저의 등장으로 점유율이 28.96%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MS는 IE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켰고, 현재 IE 11까지 나온 상태다. MS는 지난 11월8일 MS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8.1의 기본 브라우저로 제공되던 IE 11을 윈도 7용으로도 출시한 바 있다.

IE 11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터치 디바이스(touch device)에 최적화됐다. 동기화 기능으로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어디에서나 동일한 웹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즐겨찾기, 방문 사이트 등 한 기기에서 이용한 정보를 다른 기기에서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탭을 최대 100개까지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새롭게 출시된 윈도 7용 IE 11은 페이지 로딩이 더욱 빨라졌으며, 웹 브라우저 전반의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자바스크립트(웹 브라우저에 사용되는 명령어) 성능이 강화돼 경쟁사 브라우저보다 약 30% 빠른 실행 속도를 보인다. 또한 CPU 사용률을 줄이면서 노트북, 태블릿PC 등 모바일PC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향상시켰다.

IE의 또 다른 특징은 액티브X(Active X)다. 액티브X는 PC의 EXE 파일을 IE상에서 실행하는 기술이다.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볼 수 있도록 한다거나 인터넷 뱅킹, 온라인 게임 등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웹 브라우저의 기능이 다양하지 못해 유용했으나, 웹 표준에 다양한 대체 기술이 추가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보안상의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액티브X가 없어지는 가운데 유독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웹 표준은 국제웹표준화기구(W3C)가 정해놓은 ‘웹 표준안’으로 웹 브라우저 제작 업체들이 각자의 HTML 확장 기술을 구현해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할 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웹 페이지가 웹 표준을 준수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이트가 올바른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웹 문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CSS(Cascading Style Sheets·웹 문서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미리 저장해 둔 스타일시트), 자바스크립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질라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파이어폭스

파이어폭스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모질라가 2004년에 출시한 웹 브라우저다. 국내 이용률은 떨어지지만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재 최신 버전은 파이어폭스 23이다. 설정 메뉴가 이전보다 단순화됐고, 이전 버전에서 실행이 안 됐던 자바스크립트도 실행 가능해졌다. 파이어폭스는 ‘탭 브라우징’을 내세우며 웹 브라우저 시장에 등장했다. 탭 브라우징이란 창이 하나의 탭으로 설정돼 여러 개의 창을 열고 탭을 클릭하면서 창을 옮겨 갈 수 있는 브라우징(browsing·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을 말한다. 여러 페이지를 하나의 프로그램 창에서 띄울 수 있다. MS 역시 IE 7 이후로는 탭 브라우징 기능을 선보였지만, 그 이전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창을 띄우고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파이어폭스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가 인터넷 등에 무상으로 공개돼 있어 누구나 그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다. 기술 공유를 통해 더욱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플러그인 생태계를 개척해 사용자들이 웹 브라우저를 원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플러그인(plug-in)이란 어떤 프로그램에 없는 새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끼워 넣는 ‘부가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파이어폭스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브라우저인 만큼 웹 브라우저 중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부터 중국어와 한국어까지 총 75개 언어버전이 있다.

파이어폭스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정적인 메모리 관리다. 인터넷 탭을 여러 개 띄워도 상호 간섭하지 않아 특정 탭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해당 탭만 종료될 뿐 다른 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용 중 문제가 생기면 파이어폭스의 자원 봉사자들이 직접 만드는 도움말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애플 제품과의 연동이 강점인 사파리

사파리는 OS X(애플이 제작한 운영체제)에 기본 설치돼 있으며, 이 운영체제에서 성능을 최대로 발휘한다. 빠른 글씨, 이미지 표시 속도,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 등 장점이 많다.

국내에서 윈도용 사파리의 점유율은 매우 낮지만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애플의 주요 제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기본 웹 브라우저가 사파리이기 때문. 국내 맥북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최근 사파리는 5.1.7 버전으로 성능이 향상돼 웹 페이지 로딩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니트로 자바스크립트(Nitro JavaScript) 엔진이 맥에 장착된 여러 개의 프로세서 코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검색하는 동안 시간 지체나 끊기는 현상이 줄어든 것.

또한 아이클라우드(iCloud) 탭을 이용하면 동기화 없이 맥의 사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열었던 웹 사이트를 아이패드, 아이폰 등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읽고 있던 페이지를 다시 찾을 필요 없이 이어서 볼 수 있다. 사파리 도구 막대에서 아이클라우드 탭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공유 기능이 발달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파리를 종료하지 않고 웹에서 찾은 콘텐츠를 바로 공유할 수 있다. 공유 버튼을 클릭하고 전송 방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메일이나 메시지 앱으로 웹 페이지를 공유하고, 페이스북·트위터에 링크를 올릴 수 있다. 메일로 웹 페이지를 보낼 경우 네 가지 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읽기 형식으로 텍스트로 보내는 것과 웹 페이지 전체를 메시지에 포함해 보내는 것, PDF 파일로 웹 페이지 첨부, 링크로 보내기 등 4가지다. 사파리의 추적 방지(Do Not Track) 기능은 광고주들이 사용자의 웹 서핑 결과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강세인 오페라

국내 사용자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노르웨이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웹 브라우저인 오페라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먼저 나온 웹 브라우저다. 아프리카 대륙과 러시아 등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 주로 사용된다. 전 세계의 3억명가량이 오페라를 이용하고 있다.

오페라 웹 브라우저의 출발은 PC용이었지만 이후 모바일용 ‘오페라 미니’, ‘오페라 모바일’로 영역을 넓혔다. 오페라 모바일은 애플용 사파리나 안드로이드용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 모바일용 파이어폭스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페라 미니는 오페라 모바일과 화면 구성이나 메뉴는 비슷하나 데이터를 압축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동유럽, 러시아 등 인터넷 접속 환경이 한국만큼 빠르지 않은 지역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데이터 압축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 전 세계 오페라 미니 사용자는 약 2억3000만명으로, 오페라 모바일 사용자가 약 210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다.

오페라의 독자적인 글씨, 이미지 처리 기술은 데이터 패킷(데이터 전송단위) 소모를 줄이고 인터넷 접속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최근 추가된 ‘발견(Discover)’ 메뉴는 브라우저 내에서 주제별 세계의 최신 뉴스나 칼럼, 여행정보, 공연정보 등을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다.

웹 브라우저 창 하나에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띄우는 ‘탭 브라우징’을 가장 먼저 소개한 웹 브라우저가 오페라이기도 하다. 웹 브라우저를 열고 빈 페이지를 열면 자주 가는 웹페이지가 네모난 썸네일(thumbnail·페이지 레이아웃을 검토할 수 있게 페이지 전체를 작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 형태로 가지런히 배열돼 나오는 ‘스피드 다이얼’ 기능도 오페라가 가장 먼저 선보였다. 하루에도 수시로 드나드는 웹사이트를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구성해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