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
갤럭시 기어
요즘 스마트폰을 고르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을 겁니다.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다면 화면 크기, 기능 등의 스펙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난 9월 독일에서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이하 노트3)와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리뷰를 위해 1주일 동안 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사용해 봤는데, 기자가 쓰고 있는 갤럭시노트1(노트1)에 비하면 시쳇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는 ‘끝’이었고, 스마트워치의 혁신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노트3를 처음 만지면 가죽 느낌의 뒷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마치 바느질한 것 같은 디자인이 고급스럽습니다. 무게도 상당히 가볍습니다. 베젤(옆 테두리)도 확 줄어든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고요. 실제 노트1과 비교해 봤더니 기기 폭은 오히려 줄었는데, 화면은 더 컸습니다. 두께도 거의 1㎜가량 얇아졌더군요.

화면은 더욱 선명했습니다. 노트3는 5.7형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습니다. 1300화소의 후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노트1과는 비교가 안 되더군요.

성능의 차이도 확연했습니다. 노트1에선 멀티태스킹은 꿈도 못 꿉니다. 버벅대는 휴대폰 때문에 참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노트3는 2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빠르기로요.

S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필기감이 훨씬 좋았습니다. 실제 펜으로 쓰는 것처럼 부드럽습니다. 쓰임새도 확 늘었더군요. 화면에 가까이 대고 펜의 버튼을 누르면 부채꼴 모양의 에어커맨드 메뉴가 뜹니다. 손으로 메모를 한 뒤 그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연락처를 저장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본 정보를 스크랩할 수 있습니다. 노트1에선 S펜을 간단한 메모에만 사용했는데, 노트3에선 다양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배터리도 더 좋아졌습니다.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노트1을 쓸 때는 2개의 배터리로 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꼭 한번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죠. 하지만 노트3는 배터리 하나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노트3가 출시될 때 한번 써봤으면 한 건 바로 갤럭시 기어였습니다. 출시 뒤 디자인이나 기능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너무 편리했습니다. 기자의 경우, 연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에 들고 다니거나, 주머니에 넣어 뒀을 땐 수시로 메시지 등이 왔는지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게 습관입니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를 쓰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대부분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두 손이 자유로워진 겁니다.

조작 방법은 간단합니다. 시계 보듯 손목을 들면 센서가 동작을 인식하고 화면이 자동으로 켜집니다. 물론 전원 버튼을 눌러도 되고요. 화면이 켜 있는 시간은 7초, 15초, 30초, 1분, 5분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모두 터치로 작동합니다. 화면을 옆으로 밀면 전화, 음성메모, 갤러리, 만보계, S보이스, 환경설정 등 갤럭시 기어의 다양한 메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카메라 기능이 실행되고,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다이얼패드가 나타납니다. 작은 시계 화면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갤럭시 기어로 통화를 해봤습니다. 다이얼패드보다는 S보이스가 유용했습니다. 음성으로 “000 전화 연결해”라고 말하면 갤럭시 기어가 인식을 하고 노트3의 연락처를 검색해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전화가 올 땐 갤럭시 기어에 “수신”이라고 말하면 통화가 가능합니다. 그냥 화면을 터치해도 됩니다.

집이나 사무실 같은 조용한 곳에선 통화를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습니다. 운전 중에도 쓸 만합니다. 운전대를 잡고 그냥 통화하면 됩니다. 핸즈프리와 스피커폰의 결합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좀 남세스럽습니다. 갤럭시 기어를 찬 손목을 얼굴 가까이 갖다 대야 하기 때문이죠. 한번 해봤더니 주위의 시선이 대번에 쏠리더군요. 갤럭시 기어가 대중화되면 좀 나아지겠죠.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이 도착하면 갤럭시 기어에도 바로 알림이 뜹니다. 갤럭시 기어에 온 알림을 확인하고 나서 노트3를 집어 들면 그 내용이 스마트폰 화면에 자동으로 나타납니다. 받은 문자의 내용은 확인할 수 있지만 답장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갤럭시 기어에는 키보드가 없기 때문이죠. 이메일도 마찬가지고요.

손목 스트랩 부분에 장착된 카메라의 기능도 요긴합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사진과 동영상을 바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노트3에 바로 전송됩니다.

이 밖에도 갤럭시 기어를 착용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1.5m 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휴대폰의 화면 보호 기능을 활성화해 개인 정보를 보호합니다.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모를 땐 스마트폰의 소리, 진동 기능을 실행시켜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기어를 한번 충전하면 24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합니다. 2~3일에 한번 정도 충전했는데, 리뷰를 위한 일주일간의 사용 중 배터리로 인해 곤란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39만6000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으로 느껴집니다. 선뜻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갤럭시 기어가 없어도 큰 불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특한 기어용 앱이 쏟아져 나오고, 기술도 진화하면 그 유용성도 더욱 커지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