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까지만 해도 천재(天才)를 바라보는 시각은 ‘하늘이 내린 위대한 인물’이라는 동양적인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대 교육학계는 ‘타고난 천재는 없으며 열정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인류 역사에 등장한 천재들의 공통점으로 ‘1만 시간 법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비틀즈, 빌 게이츠, 모차르트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 분야 천재들은 타고난 천재성보다는 1만 시간 동안 꾸준하게 연습을 해 천재 반열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예전처럼 정보 교류가 제한적이던 시절에는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같은 천재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그걸 수시로 주고받는 현대에 천재성은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에 가깝다. 특히 창의성은 꾸준한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평생 발휘될 수 있다는 게 현대 교육학의 정설이다.”
클라우스 우어반(Klaus K. Urban) 독일 하노버대 명예교수는 기업에게 창의성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창의성 발굴을 최우선으로 두는 기업과 경영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영재학회 회장을 역임한 우어반 교수는 지난 1985년 동료 한스 젤렌과 함께 창의성 검사법 TCT-DP(Test for Creative Thinking-Drawing Production)를 개발한 세계 영재교육계 석학이다. 그가 개발한 TCT-DP는 어린이의 독창성·상상력·효율성 등 9개 영역에 대한 창의성을 알아보는 검사법으로 유명하다. 최근 국내 교육기업 한국메사(Mesa) 초청으로 내한한 우어반 교수는 “지능이 20세기 초반 정립된 개념이라면 창의성은 최근 와서야 세계 교육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환경과 접촉을 통해서만 창의성은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 주요 기업마다 직원들의 창의성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창의성이 만들어내는 무한 능력 때문이다. 실제로 IBM 글로벌 CEO 스터디가 지난 2010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가한 전 세계 15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앞으로 5년 동안 기업 경영 및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창의성’을 꼽았다.

“문화·예술 및 인문학에서 아이디어 찾아야”
우어반 교수는 기업이 자사 인재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부터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어반 교수는 “현대인들은 직접 경험보다는 2차, 3차 중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창의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국내 일부 경영자들이 “한명의 천재가 직원 수천명을 먹여 살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가 말하는 천재란 한명의 능력이 아닌 여럿이 함께 팀을 이뤄낸 가시적인 성과다. 우어반 교수는 창의적인 기업인의 롤 모델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를 꼽았다. 우어반 교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전혀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것들을 잘 조합하고 현실화(Practice)시켜 거대한 성공(Success)으로 이뤄낸 인물이다.
반면 우어반 교수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것이 조직 내 창의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우어반 교수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순서대로 해라 △그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규칙을 따라라 △현실적이 돼라 △생각 없이 마구 놀지 마라 △실수는 나쁜 것이다 △본인 자신을 분명하게 표현하라 △어리석게 굴지 마라 △실수를 하지 마라 △너는 천재가 아니고 아인슈타인(피카소)도 아니다 등이 조직 내 직원들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대표적인 말들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창의성을 기업에서 국가 전체로 확대시키면 됩니다. 앞서 설명한 11가지 말은 기업, 대학, 정부 조직 가릴 것 없이 창의성을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반드시 퇴출시켜야 하는 말입니다.”
인문학 등 다른 학문과의 ‘통섭’을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우어반 교수가 추천하는 효과적인 인재 양성법이다. 우어반 교수는 최근 국내 경영인들 사이 열풍처럼 불고 있는 인문학 학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은 인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공식 직함에는 대학교수 외에 기업 경영자, 시인, 화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어반 교수는 “처음에는 취미 내지는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문학, 예술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자극을 받으면 내재된 창의성이 끊임없이 나오는 게 바로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야 하는 기업, 국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우어반 교수는 “스스로 위험에 빠져보라”고 강조했다.
“위험한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이 뭔지 아십니까. 조직 내 의사소통이 위계질서에 사로잡혀 있다는 겁니다. CEO 스스로가 생각을 열고(Mental opening) 누구하고나 막힘없이 소통하면 처음에는 다소 조직이 위험에 빠질 수 있겠지만 정작 지금의 경기 불황처럼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의도적으로 기존과는 정반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기업 내 구성원들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어반 교수가 강조한 것은 ‘평평한 위계질서(Flat Hierarchy)’다. 위계를 내세우되 수평적인 소통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어반 교수는 정제되지 않은 서툰 아이디어지만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아이디어 속에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어반 교수는 여가 시간은 물론 구성원들의 휴식공간을 대폭 개선하는 것도 창의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 클라우스 우어반 명예교수는…
1948년 독일 생. 함부르크대 교육학·언어학·심리학 박사. 독일 하노버대 특수교육학 명예교수. 2001~2005년 세계영재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