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NS 시장이 페이스북, 트위터 양강 체제인 것과 달리 아직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이하 모바일 메신저)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어느 업체도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카카오톡, 일본의 라인, 중국의 위챗으로 대표되는 한·중·일 모바일 메신저들의 경쟁은 글로벌 IT시장의 새로운 관심거리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근무하는 박석중 애널리스트의 스마트폰에는 3개의 모바일 메신저가 등록돼 있다. 지금까지 한국 내 지인들과 대화할 때는 카카오톡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동창들과 밴드(모바일 동호회 어플)활동을 하게 되면서 네이버가 만든 라인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중국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만든 위챗의 사용 빈도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근무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박 애널리스트는 간단한 정보 교환 등은 위챗을 사용한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술이나 서비스 상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일단 지금은 세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5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라인주식회사 본사.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숫자가 3억을 향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날 행사는 네이버재팬이 세운 라인주식회사의 ‘라인’ 가입자가 3억명을 돌파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시계가 오후 2시36분을 가리키자 대형 스크린의 숫자가 3억을 넘어섰다. 이윽고 축포가 터지고 여기저기에서 환소성이 들려왔다. 연단에 오른 모리카와 아키라 사장은 “다음 목표는 5억명”이라면서 “라인이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챗]
출시일
 :  2011년 1월
가입자수 : 4억명(2013년 7월 기준)
주요 서비스 국가 : 중국
주요 수익모델 : 최근 게임센터 오픈

[카카오톡]
출시일
 : 2010년 3월
가입자수 : 1억명(2013년 7월 기준)
주요 서비스 국가 : 한국
주요 수익모델 : 게임, 플러스친구(광고)

[라인]
출시일
 : 2011년 6월
가입자수 : 2억3000만명(2013년 8월 기준)
주요 서비스 국가 : 일본
주요 수익모델 : 게임, 스티커, 공식계정(광고)

절박함으로 시작한 라인, 네이버 효자 되다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한 지난해 11월25일 라인주식회사에는 또 다른 행사가 열렸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라인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위챗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텐센트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라고 봅니다. 올해(2013년) 마케팅비로 2000억원을 쏟아부은 텐센트가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쓴다고 발표했는데 올해 마케팅비용으로 1000억원을 쓴 라인이 텐센트처럼 하려면 모든 수익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입니다.”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 의장이 경쟁자로 SNS 최강자 페이스북이 아닌 위챗을 꼽았다는 점은 그만큼 중국 IT기업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IT시장에서 SNS는 성장성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인포마(Informa)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메신저 1일 트래픽량은 지난 2012년 191억건으로 SMS 트래픽량(176억건)을 이미 추월했으며 지난해에는 격차가 2배가량 벌어졌다. 

모바일 메신저는 2009년 미국에서 개발된 왓츠앱(Whatsapp)이 처음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탓에 왓츠앱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4억명 정도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왓츠앱은 메시지 전송 기능이 국한돼 있는 데다 1년 무료 이용기간이 끝나면 연간 0.99달러를 내야 한다. 엄청난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됐던 왓츠앱의 가입자 수가 최근 정체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다. 지난해 10월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실리콘밸리에 도전장을 내민 아시아 메시징 앱(모바일 메신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위챗, 일본의 라인 등이 왓츠앱, 페이스북의 글로벌 지역 성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의 카카오톡, 일본의 라인, 중국의 위챗은 해당 국가 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세계 모바일 메신저 강자로 도약하고 있다. 세 모바일 메신저 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한국의 카카오톡이다. 지난 2010년 3월 아이폰 전용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카카오톡은 2014년 1월 말 현재 가입자 수가 약 1억3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 내 가입자 수는 약 3500만명으로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95%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라인의 일본 내 가입자 수는 5000만명에 달한다. 확실한 수익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네이버재팬이 개발한 라인은 지난 2011년 6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리서치전문 기업 오나보(Onavo)가 지난해 6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은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69%에 달해 경쟁자인 페이스북 메신저, 스카이프 등과 2~3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텐센트 위챗(WeChat)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2011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위챗은 2012년 3월 1억명, 그해 9월 2억명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1월에는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하는 등 속도만 보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

이들 모바일 메신저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해당 국가의 IT 수요자 정서를 그만큼 잘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성공 요인은 시장 진입이 빨랐다는 데 있다. 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는 유료였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통신업체들의 수익원 중 하나였던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에 무료화를 들고 진출하면서 1년 만에 시장을 완전 석권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다음의 마이피플은 카카오톡보다 2~3개월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것 외에 가입인증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 가입자 수 2000만명에서 정체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업종의 특성을 정확하게 간파한 네이버가 라인을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출시해 대성공을 만들어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여전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모바일 메신저 산업에는 불모지와 같았다. 라인 이전까지 SNS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일본판 싸이월드’로 불리는 막시(Maxi)와 스카이프, 페이스북 정도였다. 남지훈 네이버 과장의 설명이다.

“우리는 시기적으로는 휴대전화의 중심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구조였던 것을 주목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1년 초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라인이 단시간 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1. 라인은 네이버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다. 사진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2. 카카오톡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크게 기여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
1. 라인은 네이버가 대주주로 있는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다. 사진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2. 카카오톡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크게 기여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

라인 ‘캐릭터’·카카오톡 ‘사진·동영상 공유’ 강점
 일본인의 정서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도 라인의 성공요인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라인의 성공을 분석하면서 라인주식회사를 100% 자국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라는 큰 틀만 빼고는 기본 서비스가 모두 현지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수뇌급 몇 명만을 제외하고는 직원 모두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 라인이 카카오톡이나 위챗 서비스와 가장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스티커만 해도 캐릭터 이미지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이외에도 라인은 일본 장난감 업체 타카라토미 등과 제휴, 캐릭터 실물 상품과 장난감을 메신저 내에서 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톡은 동영상, 사진 공유와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톡의 사업부문은 크게 △소셜서비스 △마케팅 △콘텐츠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모바일 SNS) 등 소셜을 기반으로 놓고 마케팅과 콘텐츠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설립 초기부터 매출 면에서 어려움을 겪던 카카오톡이 단시간 내 수익성을 개선시킨 것도 플러스친구, 선물하기, 아이템스토어 등 마케팅플랫폼과 카카오게임, 카카오스타일,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플랫폼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기업들의 모바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플러스와 오픈마켓에서 게임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이용자의 카카오 계정에 등록돼 있는 친구들과 연결돼 선물을 보내주거나 게임에 초대하는 카카오게임은 카카오톡의 주 수익원이다. 

게임, 광고에서 상당수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라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라인은 캐릭터 아이템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하다. 또 게임을 공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차이가 난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이 자체 사이트를 통해 게임개발사 누구나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채널링’ 방식을 채택했다면 라인은 자체 또는 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게임만을 제공하는 ‘퍼플리’싱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남지훈 네이버 과장도 “서양에서는 인맥을 자산이라고 생각해 친구수가 늘어난다는 것이 일종의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SNS 역시 사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면서 “일본에서 페이스북, 트위터가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위챗은 선점 효과보다는 중국의 독특한 IT산업 생태계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중국정부의 검열 정책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이 철수한 탓에 중국은 IT 서비스의 강자가 자국 기업 일색이다. SNS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는 텐센트가 위챗으로 단시간 내 최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자사 PC메신저 QQ와 위챗을 연동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적인 면이나 서비스의 다양성 측면에서 위챗은 아직 라인과 카카오톡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하지만 주변에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즉석 만남 내지는 대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주변 탐색(Look around) 기능과  근거리에서 휴대폰을 흔든 사람끼리 대화할 수 있는 ‘흔들기(Shake)’ 기능, 메시지를 담은 병을 가상으로 바다에 빠뜨리고 그 병을 주운 사람이 메시지를 읽고 답장할 수 있는 ‘병편지(Drift bottle)’ 기능 등은 위챗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다. 조성원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서 SNS, 특히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가 짧은 시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공영매체의 신뢰성 부족에 따른 반작용과 △관시(關係)로 대표되는 인맥중시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맥을 쌓기 위해서 가상화폐 등을 적극 사용하고 있는 점도 중국만의 독특한 IT문화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텐센트가 자사 온라인 결제 서비스 텐페이(Tenpay)를 통합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텐페이는 미국 온라인 결제수단인 페이팔과 유사한 서비스로 현재 QQ계정과 연동돼 계좌이체, 전화요금 충전, 항공권 예매 등에 쓰이고 있다. 김선우 두두차이나 대표는 “텐센트는 지난해 위챗에 전자결제 기능을 추가하면서 전자상거래 영역에 진출했으며 이를 통해 위챗을 단순히 물건구매뿐 아니라 생활서비스와 결합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챗, 막대한 자금 동원해 추격 나서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었던 위챗이 8월부터 카카오톡과 라인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 게임, 스티커숍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세 업체 간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세 업체는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과 동시에 동남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신규시장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성종화 애널리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시키느냐는 것과 동시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데, 카카오톡이나 라인이 엄청난 자본력을 자랑하는 위챗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전문가는 “위챗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나 라인의 서비스를 그대로 도용한 것이 많다”면서 “저작권 개념이 모호한 글로벌 IT 경쟁 체제에서 위챗의 추격은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