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손실을 싫어한다. 현대 경제생활에서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이득을 주기보다는 손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기회와 희망을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이득보다는 손해를 우선 머릿속에 떠올린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습성이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예에서 사람들이 1000원을 의무적으로 지불한 다음 A, B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A는 80%의 확률로 4000원에 당첨될 수 있는 복권을 받는 것이고, B는 확실한 3000원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확실한 3000원을 선택한다. A의 기대이익이 더 많은 데도 말이다(A의 기대이익은 3200원으로 B의 3000원보다는 200원 많다). 마찬가지로 50%의 확률로 이기면 3000원을 따고, 지면 3000원을 잃는 식의 복권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복권을 거부한다는 것은 금액이 같은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이같이 자신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고 가급적 회피하려는 심리적 편향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회피성’이라고 한다. 즉, 액수가 같은 손실과 이익이 있다면, 손실로 인한 고통(불만족)을 이익으로 인한 행복(만족)보다 더 크게 느낀다(평가한다)는 것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욕구 때문에 사람들은 불확실한 선택보다 확실한 선택을 선호한다. 

손실회피성은 행동경제학에 대한 연구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커너먼의 ‘프로스펙트 이론’의 기저를 이루는 핵심 중 하나다(커너먼은 공동연구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이 이론을 창시했지만, 트버스키는 지대한 공헌에도 일찍 작고한 관계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지 못했다). 프로스펙트란 ‘희망’, ‘기대’ 또는 ‘전망’이란 뜻으로 쓰이지만, 행동경제학에선 용어 그대로의 의미대로 쓰이진 않는다.

- 제품을 체험한 소비자는 보유효과 때문에 제품 반환 때 상실감을 느끼는데, 이때 체험한 제품을 할인해 주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구입하게 된다. 사진은 안마의자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 제품을 체험한 소비자는 보유효과 때문에 제품 반환 때 상실감을 느끼는데, 이때 체험한 제품을 할인해 주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구입하게 된다. 사진은 안마의자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주택은 보유효과가 큰 대표종목
손실회피성으로부터 인간 행동의 중요한 특성이 도출되는데, 그 중 하나가 ‘보유효과’다. 이는 변화로 인한 이익보다는 변화로 인한 손해를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 편향이다. 다음의 실험을 보자.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A그룹)에게는 머그컵을 나누어주고, 다른 그룹(B그룹)에게는 나눠주지 않는다. 머그컵을 소유한 그룹에게는 자신의 컵을 다른 사람에게 팔 경우 최소판매가격을 적으라고 한다. 한편 다른 그룹에게는 타인이 가진 머그컵을 사려고 하는 최대구입가격을 적으라고 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어땠을까. A그룹의 최소판매가격이 B그룹의 최대판매가격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인간의 소유욕에 기인한다. 즉, 인간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잃거나 빼앗기는 경우 인간은 극심한 상실감을 느낀다. 따라서 그러한 상실에 대한 평가를 높게 하고 가급적 회피하려 한다. 한 마디로 ‘보유효과’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보유효과라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이용한 예는 제품의 마케팅이나 판촉활동에서 쉽게 발견된다. 자동차 구매결정에 있어서 판매자가 먼저 기본 모델가격을 제시하고 풀 옵션의 가격을 나중에 얘기하는 것보다는 풀 옵션의 가격을 미리 알려주고 그 다음의 기본 모델가격을 알려주는 경우에 구매자의 구입 가격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구매자가 풀 옵션을 이미 자신이 보유한 차의 속성으로 파악하고, 옵션을 제거하는 경우 그에 따른 효용 상실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나오는 환불보장제도, 체험마케팅이 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일단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일종의 보유효과가 일어난다. 이는 환불하거나 체험을 포기할 경우 효용 상실감을 크게 느끼게 하고,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을 계속 사용토록 한다. 이는 판매자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보유효과는 시장의 가격기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의 매매거래가 둔화됐다. 그런데 주택이라는 것은 원래 보유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속성을 가진 대표적인 거래종목이다. 주택이라는 것이 생활의 필수요건을 구성하는 항목 중의 하나이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생활의 반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공간임을 상기해 보라. 따라서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매도·매수 호가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인간의 손실회피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인간의 심리적 편향에 의해 크게 제약됨을 말해준다. 또 이 때문에 실제의 거래량은 표준 경제 이론의 예측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손실회피성으로부터 도출되는 또 다른 인간 행동의 중요한 특성은 바로 ‘현상 유지 편향’이다. 용어가 말해주듯이 이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심리, 현재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왜일까.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다면 변화는 두 가지의 경우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좋게 하거나 나쁘게 하거나 하는 경우다. 이 경우 손실회피성이 작용하면 현상 유지 편향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나 안 했을 때나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주식은 위험하다고 해서 안 했더니, 주가가 급등해 후회하는 것이 전자의 예이고, 주식 열풍이라고 해서 주식을 구입했더니 주가가 급락해 반토막 난 주식을 보며 후회하는 것이 후자의 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동을 안 해서 후회한 경우(전자)보다 행동을 해서 후회한 경우(후자) 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현재 혹은 이전의 결정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귀차니즘의 산물 현상 유지 편향
또 한편으로 현상 유지 편향은 현재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과거의 것을 따르려 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관성’이 작용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일종의 ‘귀차니즘’이 작용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인 폴 새뮤얼슨과 리처드 제크하우저는 ‘현상 유지를 고집하는 기업의 관습에 따라 현직을 한 번 더 재임하려고 하고, 같은 브랜드 상품을 사고, 같은 직장에 머무는’ 사람들의 성향은 관성과 결부돼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필자는 스마트폰 요금제에 대해 지인들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설정한 요금제를 지금은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스마트폰을 대리점에서 개통할 경우 다양한 요금제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그러면서 좀 비싼 요금제를 하면 할인혜택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요금제는 일정 기간(예를 들어 3개월간)만 꼭 유지해야 되고, 나중에는 보다 싼 요금제로 갈아타도 무방하다는 안내를 받는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싼 요금제에서 싼 요금제로 바꾸었을까. 필자 주위에서는 30% 정도만이 요금제를 바꿨다(총 14명의 지인 중 10명은 그대로 비싼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귀찮다는 심리 때문이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 대리점들은 사람들의 현상 유지 편향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은 그러나 정책적으로 잘만 이용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바로 디폴트 옵션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는 사람들이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경우 자동적으로 선택되도록 만든 설계라고 보면 된다. 장기 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반대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운전면허 취득 시 자동적으로 장기기증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 강제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근로자가 반대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퇴직연금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를 이용해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책결정자가 행동경제학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정책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의 안정감과 상실감을 각각 극대·극소화시키면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정교하게 심리적 편향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설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러한 정책설계가 불손한 의도를 갖고 있으면 안 되지만 말이다.

-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매매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위기 시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게 된다.
-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매매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위기 시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게 된다.

 

[알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기존의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경제 행동의 많은 부분들이 인간의 다양한 심리현상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물론 최근에는 경제정책결정자도 더욱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딱딱하지 않은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이론적 성과에 대한 사례 등을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다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