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업계 새 강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트러스톤자산운용. 대기업 계열사로 구성된 대형사가 주도해온 펀드 시장에서 독립계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선전은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강점은 펀드 운용과 리서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황성택 대표(운용)와 김영호 대표(리서치)가 공동대표로 각자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도 관련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김영호 대표를 만나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성공비결과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근 1~2년 사이 국내 펀드 시장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 1998년 IMM투자자문으로 출발해 2008년 자산운용업으로 전환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불과 6년 만에 국내 최정상 운용사로 성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80여개 자산운용사 중에서 대기업, 금융지주사 계열사가 아닌 독립계 자산운용사는 불과 10개 남짓이다.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홀로 성장하기 어려운 국내 금융시장 구조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형사들을 누르고 독주를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주식투자 전략은 위험을 감수하고 15% 정도의 수익률을 낼 것인가, 중위험 중수익 차원에서 7% 정도만 수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채권에 투자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중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주식투자 전략은 위험을 감수하고 15% 정도의 수익률을 낼 것인가, 중위험 중수익 차원에서 7% 정도만 수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채권에 투자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중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3대 국부펀드 모두 트러스톤 선택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중 투자일임계약금이 8조8645억원(2014년 2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투자일임계약은 연기금 등 기관들의 자금을 독점으로 위탁받아 운용하는 것으로, 이 금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관의 큰손들이 맡긴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자금을 가장 많이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다. 이 밖에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부터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역외 펀드를 운용해 연평균 10% 이상씩 수익을 올리고 있다. 2년 전부터는 해외기관들의 러브콜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로부터 운용 자금 5억달러를 받았다. 지난 2012년 3억달러를 맡긴 세계 1위인 노르웨이 글로벌정부연금펀드(GPEG)는 지난해 또다시 트러스톤자산운용에게 2억달러를 추가로 위탁했다. 또 다른 거대 국부펀드인 중국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는 지난 2012년 위탁운용사로 지정받았다. 일반인에게 판매한 공모펀드와 기관의 투자일임계약금을 합친 금액도 10조2496억원(2014년 2월 말 기준)으로 삼성, 한국투자, 미래에셋, KB자산운용에 이어 5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아시아는 더 많은 독립 자산운용사를 원한다(Asia needs more independent asset managers)’는 기사를 통해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최고투자책임자(CIO) 황성택 공동대표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했다. 

관련업계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안정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평균 펀드 수익률이 14.90%를 기록해 벤치마크지수(9.38%)보다 5.52%포인트 높은 이익을 냈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08년에도 수익률이 -36.57%를 기록해 벤치마크지수(-39.49%)보다 2.92%포인트 낮았다.

기간 수익률도 시장 평균치보다 2~4배 정도씩 높은 수익률을 냈다. 때문에 최근 펀드로 유입되고 있는 금액은 지난 2012년 1조7000억원, 지난해에는 3조1000억원 정도 늘어났다. 자산운용업으로 전환한 지난 2008년의 전체 운용금액이 1조9072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3조8829억원으로 627% 급증한 것만 봐도 시장의 기대치는 상상 이상이다.
특정 펀드로의 쏠림이 심한 불황기 특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시장이 왜 이토록 트러스톤자산운용에 깊은 신뢰감을 보내는 걸까. 이에 대해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리서치에 기반을 둔 펀드 운용을 자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위험 통제력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도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펀드가 지난해 벤치마크지수보다 10%포인트 수익을 더 냈는데 올해는 운용을 잘못해 시장 평균보다 10%를 더 손해봤다고 치자고요. 외국에서는 이런 펀드를 가리켜 ‘정크(Junk)’라고 부릅니다. 원숭이한테 맡겨놔도 그보다는 잘할 거라고 비아냥거리죠. 때문에 우리는 꾸준한 수익을 거두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주식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탐욕을 버리고 자기절제부터 해야 합니다. 그게 펀드 매니저의 기본자세예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호황기라고 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종목으로 쏠리는 것을 철저히 금지한다. 이를 위해 기준으로 삼는 지수와 펀드운용 오차인 ‘트래킹에러’를 7%대로 유지한다. 특정 업종, 종목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더라도 일부 종목은 안정성 차원에서 비인기 종목을 의무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모델에 집어넣어야 한다. 김 대표는 “신이 아닌 이상 적정 매도시기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적게 내고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종목 선택의 최종 권한이 리서치팀장에게 있어 남다르게 시장 조사를 벌이는 것도 위험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아울러 운용인력이 섹터 애널리스트 업무를 병행해 두 분야 간 자유롭게 투자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 김영호 대표는 리서치에 기반을 둔 펀드 운용을 자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위험 통제력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도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영호 대표는 리서치에 기반을 둔 펀드 운용을 자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위험 통제력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도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코스피 1900~2250선 박스권 형성
김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드물게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지난 2003년 합류 전까지는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에서 해외증시와 거시경제 등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김 대표의 혜안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칭기스칸, 제갈공명, 다이나믹코리아50 등이 동종 펀드업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비결이다.

그가 바라보는 올해 주식시장은 어떨까.

“올해는 △위험을 감수하고 15% 정도의 수익률을 낼 것인가 △중위험·중수익 차원에서 7% 정도만 수익을 거둘 것인가 △아니면 채권에 투자해 수익은 낮더라도 안전하게 투자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중에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올 4분기까지는 주가가 지금처럼 등락을 반복하면서 최대 15% 정도 상승할 수 있겠지만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죠. 다만 예년과 비교해 위험도는 다소 낮게 보입니다. 가격 고점에 대한 위험은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을 때 나오는 것인데, 요즘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죠.”

해외경제 전문가답게 김 대표는 물가지표를 근거로 들며 “미국은 확실하게 경기가 살았지만 유럽은 올해도 디플레이션(저물가, 경기침체)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코스피 지수가 1900~225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약세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어떤 투자 자세를 가져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IR(기업설명회) 행사를 찾아가 해당 종목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자기 스스로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가전제품을 사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면서 “대신 자신이 애초에 생각했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매도하는 심리적 로스컷(손절매)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해 주식시장의 화두로 내세운 것은 경박단소(輕薄短小)다. 직역하면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특성을 가진 종목이나 업종을 의미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외에 중국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설비기업보다는 그렇지 못한 종목, 고객층이 한정된 것보다는 넓은 업종이 유리할 겁니다. 일본도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유럽도 현재로선 비슷한 상황인데다, 중국도 정책적으로 7.5%라는 GDP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유동성은 풍부할 것이기 때문에 지난 1997년처럼 신흥국 시장 전체가 위험에 직면하지는 않을 겁니다.”

온라인 분야 고객층 넓은 종목 유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최대 히트상품은 지난 2011년 6월 출시된 롱숏펀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일반채권혼합형)로 최근 2년 누적수익률이 18.18%였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미리 사서 보유하고(롱) 내릴 것 같은 종목은 팔아서(숏) 수익을 얻는 롱숏펀드는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종목의 특성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인기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롱숏펀드는 주가 변동 폭이 커져야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답답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느껴지지 않을까.

“솔직히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다만 수익률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임직원들이 전체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여서 우리 회사, 우리 펀드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런 신뢰(Trust)가 쌓여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살인적이라고 할 정도로 리서치(시장조사)를 하는데도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 이직률을 기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우리의 다음 목표는 한국이 아닌 아시아 최고의 전문자산운용사가 되는 겁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최대(最大)가 아니라 최고(最高)입니다.”


▒ 김영호 대표는…
1965년생, 삼척고 졸업, 고려대 문과대,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 분석,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현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리서치 및 경영관리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