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은 식료품(그로서리·Grocery) 산업 진출을 공식선언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5년간 시범적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아마존닷컴은 두 도시에서의 반응을 봐가며 늦어도 올 상반기 내 대상지역을 미국 내 최대 20여개 도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이 식료품 산업에 진출하자 관련업체들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후레쉬다이렉트(Fresh Direct)를 비롯해 미국 슈퍼마켓체인 세이프웨이(Safeway),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 월마트 등도 온라인 식료품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관련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기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해온 인스타카트(Instacart), 패포드(Peapod) 등도 아마존의 등장을 우려하면서 내부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온라인 식료품(e-그로서리) 사업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물건을 주문한다는 편리성 때문에 런던,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요층이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가까운 점포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픽업(Pick-Up), 집까지 물건을 보내주는 택배(宅配) 등으로 배송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수요 확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환경 개선으로 수요 급증
영국에서는 이 같은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테스코의 독주에 세인스버리(Sainsbury’s), 아스다(ASDA), 오카도(Ocado) 등 슈퍼마켓 체인들이 가세하면서 관련 산업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산업이 태동한 것은 지난 1981년 미국에서 그로서리익스프레스(Grocery Express)라는 인터넷, 통신 전문 식료품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1990년대를 지나면서 온라인 식료품은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1999년 설립된 웹밴(Webvan)만 해도 처음 식료품도 광역 온라인 서비스로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생산 체계 구축에 따른 비용 증가와 소비자들의 외면이 더해지면서 출범 2년 만인 지난 2001년 파산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 2월에 펴낸 ‘아마존이 주목하는 e-Grocery(그로서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웹밴의 판단 실패보다는 미국 닷컴 기업들의 붕괴와 경기 침체에 기인한 측면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인터넷 유통 방식이 다양해지는 것은 온라인 식료품 산업에게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량이 늘면서 모바일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도시화로 인한 인구밀집도 증가로 배송비가 절감하고 있는 것도 호재로 여겨진다. 이트레이드증권은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 2012년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 매출액은 약 1조원을 기록하는 데 불과했지만 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올해는 1조8000억원 수준으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보다 유행이 빠른 뉴욕, 런던 등지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영국 식품 및 식료품 관련 연구소 IGD(Institute of Grocery Distribution)에 따르면 영국 온라인 식료품 매출은 2009~2012년 매년 약 15%씩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온라인 식료품 유통 기업 오카도는 지난 2000년 설립 후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 2011년 흑자 전환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아마존닷컴이 배송서비스를 넘어 소모품 부분에서까지 맞춤형 PB(전용 브랜드) 상품을 선보일 경우 온라인 식료품에서 벌어들이는 순이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유통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관련 업계는 골목상권 보호와 출혈 경쟁 등으로 기존 대형마트 유통사업의 마진율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식료품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들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방식은 피킹&패킹(Picking&Packing : 제품 선택 후 포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갖고 와 한꺼번에 제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판매 품목은 가전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품목이다.

- 이마트가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엠칼
이마트, 용인에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 오픈
이마트의 경우 주문 후 최대 3일 이내 전달해주며, 배송 받은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7일 이내 교환, 환불해주고 있다. 장윤석 이마트 성수점 온라인파트장은 “보통 저녁에 물건을 주문한 후 12시간 이내 배송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1인 가구나 맞벌이세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장 파트장이 담당하는 이마트 성수점의 하루 주문 건수는 평균 600건 정도다. 현재 이마트는 전국 140여곳 매장 중 110여곳에서 온라인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식음료 등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12년 23.2%에서 32.3%로 늘어났다. 주경돈 이마트 커뮤니케이션팀 주임은 “온라인으로 주문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갖고 오는 피킹 과정을 모두 주부사원들이 책임지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주부 피킹 사원을 기존 900명에서 1200명으로 30% 가량 늘렸다. 현재 이마트는 올 상반기 중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일대 1만5000㎡ 규모로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엠칼(emmcal)에서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다. 일정 관리가 가능한 엠칼에서 쇼핑몰 사이트로 접속하면 날짜별로 구입한 품목들이 기록되는 방식이다.
총 3만5000여가지 상품을 판매 중인 홈플러스 온라인마트는 가령 ‘부모님 댁’으로 선택한 뒤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배송시간 예약을 하고 주문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물건이 배송된다. 또 온라인 고객들을 위한 ‘플러스 특가 싸데이’, ‘1·2·3000원 균일가전’ 등을 실시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