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9일, 현대카드와 팬택이 ‘공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업들이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일. 그런데 두 회사의 협업은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고, 금융사는 제품과 연계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평범한 업무제휴가 아니었다. 기존 기업 간 협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로 현대카드와 팬택이 핵심 역량을 투입, 공동으로 내년에 출시될 전략 스마트폰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카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을 기획하고,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개발에 참여한다. 또 이 프로젝트의 마케팅은 물론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수립할 예정이다. 팬택은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과 양산을 책임지고, 제품 판매를 위한 통신사와의 협의 등 판매에 대한 부분을 맡는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된 주변기기와 액세서리 등에 대한 추가적인 협력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두 회사는 이를 ‘브루클린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과거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독특한 예술문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온 현대카드가 팬택과 함께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팬택의 제안으로 시작돼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카드의 뛰어난 브랜드와 디자인 역량에 주목한 팬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슈퍼시리즈’로 국내 스포츠·문화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등 독보적인 브랜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IDEA와 iF, 레드닷과 같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디자인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협업을 진행한 경험과 노하우도 갖추고 있었다.

팬택의 협업 제안을 현대카드는 흔쾌히 수락했다. 현대카드는 팬택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팬택은 세계 최초의 LTE-A 지문인식이나 후면터치 기술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체 특허 건수만도 4800여건에 이르고, 세계 최초 기록도 12건에 달한다. 피처폰을 생산하던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컸다. 특히 팬택은 기술 혁신을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현대카드의 기업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었다.

현대카드는 자신들을 단순한 금융기업이 아닌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들은 언뜻 보면 신용카드 사업과 상관없는 콘서트와 전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새로운 생수나 주방용품, 자동차 등을 만들어 온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협업사례로 평가된다. 그동안 ‘IT와 자동차’나 ‘IT와 패션(명품)’의 협업은 이뤄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사가 단순한 금융 서비스 지원이 아닌 IT기업과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전략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사례는 사실상 세계 최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 진행
양사는 팬택이 지닌 최첨단 IT기술에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브랜드 역량을 결합해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새로운 스마트폰의 원형을 만들 계획이다. 2012년 3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진 팬택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하나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아니라, 혁신 DNA를 가진 두 기업이 또 다른 혁신을 모색하는 ‘코이노베이션(Co-Innovation) 프로젝트”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카드의 브랜드와 디자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팬택의 부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잇워터(생수)’, ‘오이스터(주방용품)’, ‘마이택시(자동차)’ 프로젝트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대카드와 이마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이스터(OYSTER)는 늘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을 갖고 싶은 기호품으로 디자인하는 작업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주방용 고무장갑은 붉은색’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탈피한 오렌지와 네이비, 베이지 컬러의 고무장갑과 남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의 앞치마와 행주, 오븐글로브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해 2월 전국 60여 이마트 매장에서 1차로 출시된 오이스터 상품군은 고무장갑과 수세미·행주·앞치마 등 6종. 첫 제작 물량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4월에는 조리도구와 믹싱볼, 그릇, 도마 등이 세트로 구성된 2차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5월에는 기아자동차와의 디자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셉트의 택시인 ‘마이택시(My Taxi)’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회사와 금융회사 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마이택시는 철저히 ‘승객’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조수석을 과감히 없애 짐이 많은 외국인과 단거리 택시 이용이 많은 주부를 배려해 가방, 유모차 등을 편히 실을 수 있게 했다.

특히 현대카드는 마이택시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즈 2014’에서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커뮤니케이션 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미 서울역 미디어 아트쉘터(2010년, IDEA·iF·레드닷)와 드림실현 프로젝트(2011년, IDEA)로 세계적 권위의 3대 디자인 어워즈를 차례로 석권한 바 있다.

2012년 6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새로운 형식의 콜라보레이션을 시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YG에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고, 전방위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했고, YG는 10~20대 문화에 대한 통찰력과 접근방식을 현대카드와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