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성시대입니다. 남들과 다른 역발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2014년 4월호부터 ‘The Biographies of the Startup Ceos’ 연재를 통해 성공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젊은 창업자들의 꿈과 열정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는 인터넷 사기를 사전에 막는 더치트의 김화랑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편집자주>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서 사기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금융권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 피싱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목받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온라인 사기 및 피싱 방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치트’다. 실제 이 사이트에는 ‘더치트 덕분에 사전에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감사 글이 수두룩했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33)는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발생한 사기사건 용의자나 보이스 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며 “물품이나 금융거래 전 이곳에서 판매자의 정보를 검색하면 혹시나 있을지 모를 ‘먹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사기범들이 1년 이상 같은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이용해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합니다. 더치트는 이러한 데이터를 공유해 계좌이체를 매개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플랫폼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약 62만명)과 12만건에 달하는 사기범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매일 새롭게 등록되는 피해 데이터만 해도 80여개에 달한다. 더치트는 하루 300여건의 온라인 사기 거래를 막아 매일 1억원가량의 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실제 피해자가 등록한 이러한 데이터는 신뢰도가 높아 일선 경찰에서 수사 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 김화랑 대표(맨 왼쪽)는 2011년 11월 ‘제4회 대한민국 사이버치안 대상’에서 경찰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실제 온라인 사기 당하고 사이트 만들어
김 대표가 더치트의 원천인 ‘온라인 사기사례 공유 게시판’을 만든 것은 대학 2학년 때인 2006년. “당시엔 온라인 전자상거래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물품거래 사기가 빈발했어요. 저도 두 번이나 사기를 당했어요. 신고를 하고 보니까 2년 가까이 사기범죄에 이용된 대포통장이었어요. 그래서 사기당한 사례를 모은 게시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죠. 온라인 상거래 피해자 등이 실제 사례를 등록해 공유하는 식이었죠.”

그의 게시판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범죄 예방 효과도 금방 나타났다. 더치트가 개설된 2006년의 인터넷 사기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22.5%가 줄었다.

하지만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게 문제였다. 공익적인 성격의 서비스인 데다 개인 홈페이지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넥슨과 CJ E&M에서 플랫폼 기획자로 일하면서 번 돈을 사이트 운영에 밀어넣었다. 그래도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 할 수 없이 2011년 7월 회원제를 도입해 최초 본인 인증 시 1000원의 이용요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실 이용요금이라기보다는 후원비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무료로 이용하던 사람들은 운영자가 본색을 드러냈다며 오히려 외면하더군요. 개인이 운영하는 서비스라는 한계 때문에 공식적인 제휴나 지원도 없었어요. 사이트를 계속 유지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더치트를 찾는 피해자는 갈수록 늘었다. 사이트를 살려야만 했다. 그는 2012년 3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법인을 설립했다. 6년에 걸쳐 입증된 서비스의 효용성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마침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5000만원도 지원받았다. 이는 서버 등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 직원도 1명 채용했다.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이 설립한 프라이머로부터도 투자를 받았다. 권 대표로부터는 투자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 김화랑 대표는 보이스 피싱이나 인터넷 사기를 계좌이체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과의 제휴 추진
더치트는 계좌이체 과정에서 예방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사기나 보이스 피싱 등은 계좌이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에서 계좌이체를 실행할 때 입력한 계좌번호가 사기범죄에 이용됐을 경우 이용자에게 경고 문구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금융권, 공공기관과의 제휴를 준비 중이다. 제휴가 이뤄지면 금융회사 등에 관련 DB를 제공하고 수수료 형태의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보이스 피싱이나 인터넷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걸러주는 모바일 앱인 ‘클린콜’ 서비스도 최근 론칭해 시행 중이다. 이 앱에는 자동 녹음기능이 탑재돼 있어 거래 분쟁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인 수익 확보 차원에서 보이스 피싱에 사용된 음성의 성문을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계좌이체 시 성문이 일치하면 경고를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성문은 ‘목소리 지문’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마다 특색이 있다.

김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직거래를 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꺼번에 팔거나 너무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입금을 재촉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며 “의심이 가면 더치트에서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조회해보면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