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살리라”를 당당히 외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령대도 낮아져 이제는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겁 없는 3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는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 도시생활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들에게 농촌은 삭막한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귀농(歸農)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터전이다. 특히 전북 고창과 경북 상주는 지난해 전국에서 도시민들의 귀농이 가장 많은 시·군으로 기록됐다. 두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책과 현지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고 있는 성공 귀농인들을 만나봤다.

특산물·교육·인적네트워크 삼박자 갖춰…지원금은 보너스

- 지난해 귀농가구는 1만923가구로 3년 연속 1만 가구를 넘겼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위치한 한 토지
- 지난해 귀농가구는 1만923가구로 3년 연속 1만 가구를 넘겼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 위치한 한 토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가구는 1만923가구(1만8825명)로 3년 연속 1만가구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39.3%, 40대가 23.0%로 두 연령대에서 귀농을 결심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62.3%를 차지했다. 특히 40대는 지난해 1만2318가구가 귀농을 결정해 3년 전(1841가구)보다 6.7배나 급증했다. 귀농 전 거주지로는 경기도가 2368가구(21.7%)로 가장 많았고 서울 2230가구(20.4%), 부산 832가구(7.6%) 순이었다. 반대로 도시를 떠난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귀농지로는 경북이 2087가구(19.1%)로 나타났다.

귀농 인구가 늘면서 경작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기 귀농방식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내려와 농사 지을 땅과 집부터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초기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할 경우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농촌 지역의 땅과 주택은 수요층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거래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타인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기소유의 농지에서 작물을 재배한 순수자경가구는 55.7%였으며 44.3%는 토지를 빌려 작물을 재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귀농귀촌현황’에 따르면 전북 고창군은 194가구(376명), 경북 상주시는 184가구(340명)가 이주해 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이 두 시·군은 30~40대들의 이주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귀농을 결정한 40대 중 고창이 49.5%로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37.0%인 상주가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고창군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5680명이 귀농을 선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귀농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고창은 서울에서 차로 출발해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부산과도 3~4시간 거리다. 때문에 거리상 다른 시·군에 비해 도시민들이 귀농을 결심하기에는 여러모로 불리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창이 전국 1위 귀농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렴한 땅값 △다양한 특산물 △지역 내 활발한 인적네트워크를 비결로 꼽는다. 송진의 고창군농업기술센터 농촌개발과장은 “땅값이 저렴하다는 것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시민들이 귀농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고창군은 지역 내 산과 강, 바다가 있어 다양한 형태의 경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고창은 복분자와 수박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 35ha였던 재배면적은 지난해 828ha로 늘어났으며 이 기간에 재배농가가 급증해 2013년 11월 현재 고창군 전체 농민 9704가구의 43%인 4146가구가 복분자를 재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고창군은 전국을 통틀어 민간 귀농지원네트워크가 가장 발달된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군내 14개 면 모두에 귀농귀촌협의회를 결성해 자체적으로 귀농에 따른 애로사항부터 토지구입, 농사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김한성 고창군귀농귀촌협의회 회장은 “우리 지역(고창)으로 귀농을 오는 사람들은 고창에 연고를 두지 않고 있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이른다”면서 “귀농은 한 사람이 정착에 성공하면 그 사람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우리 지역으로 귀농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귀농인구가 많은 상주는 서울, 부산 등 전국 어디서든 차로 2~3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여건과 곶감, 오이, 포도, 배 등이 특화돼 있다.

지자체의 유치 노력도 적극적이다. 고창은 지난 2007년 전북 최초로 귀농인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상주시도 지난해 국내 최초로 지자체 내 귀농귀촌특별지원팀을 신설했다. 김상태 상주시 귀농귀촌특별지원팀 팀장은 “시 인구가 2011년 말 10만5501명으로 30여년 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조직이 구성됐다”면서 “다른 시·군보다는 귀농귀촌인 유치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난해에도 539가구 910명의 귀농귀촌인을 유치했으며 이대로라면 오는 2016년까지 3000가구를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수리비·동네잔치 준비금까지 지원
각종 지원사업도 활발하다. 고창은 귀농인의 경우 영농정착금을 가족 한명당 100만원씩 최대 1000만원까지 3년간 나눠서 지원해준다. 만약 전 가족이 전입을 오면 1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귀농인 농지구입자금 명목으로는 가구당 5000만원씩 저리로 지원된다. 연 이자는 2%로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이다. 또 기존 농가주택을 매입할 경우 수리비를 세대당 500만원씩 주며 지역민들과의 유대감을 높이도록 집들이 비용을 50만원가량 지급한다. 상주 역시 영농정착금과 주택수리비로 500만원씩 지급하고 주민초청 집들이 행사비로 40만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 농기계 사용 시 대여료와 귀농 예정자가 주택을 새로 지을 때 설계비를 50% 감면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