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지사 설립 30주년을 맞은 버거킹코리아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문영주 비케이알 대표가 몰고 온 변화다. 비케이알은 버거킹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법인이다. 문 대표는 이미 외식업계는 물론 공연업계에서도 알 만한 이는 다 아는 유명인사다.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가 햄버거 사업에 뛰어든 것 자체도 업계에선 큰 화제를 모았다. 취임 6개월을 넘긴 문 대표를 만나 경쟁 브랜드인 롯데리아, 맥도날드에 맞서는 버거킹의 전략을 들어봤다.

“제가 원래 버거킹을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유학할 때도 맥도날드랑 버거킹이 있으면 꼭 버거킹을 사서 먹었거든요. 워낙 즐겨먹던 버거였는데 인연이 있었는지 결국 제가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네요, 허허. 사실 특별한 소스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여느 햄버거랑 내용물은 비슷해요. 맛의 비밀은 바로 직화(直火)로 패티를 굽는 데 있습니다. 패티 또한 좋은 고기를 쓰죠. 보통 다른 업체에서는 패티를 팬에 굽지만 우리는 햄버거 맛을 절대적으로 결정하는 패티를 불에 직접 구우니 맛의 차원이 다를 수밖에요. 그 패티가 당일 아침에 슬라이싱(slicing)한 양상추, 토마토, 치즈 등과 결합해 절묘한 맛의 마리아주(mariage·조화)를 이뤄내는 겁니다.”

버거킹을 즐겨먹는 이들은 독특한 패티(Patty)의 맛을 공통적으로 좋아한다. 매장이 좀 멀어도 일부러 찾아가게 하는 버거킹만의 맛의 비결이다. ‘맛으로 먼저 기억되는 프리미엄 버거’라는 것이 버거킹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소비자 조사를 하면 맛에서는 경쟁사보다 월등히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이 약간 비싸지만 그 정도의 값을 내고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버거킹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1. 경쟁사에 비해 매장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버거킹은 문 대표 취임 후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버거킹 송도점 내부 모습. 2. 베스트셀러인 와퍼 시리즈는 한국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1. 경쟁사에 비해 매장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버거킹은 문 대표 취임 후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버거킹 송도점 내부 모습.
2. 베스트셀러인 와퍼 시리즈는 한국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5년 이내 전국 매장 300개로 늘릴 계획
맛과 품질 면에서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버거킹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문 대표가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가맹점 확장 사업이 그 궤를 같이한다. 경쟁사들에 비해 매장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쉽게 찾지 못한다는 점이 버거킹의 현실.

“롯데리아 매장이 1150개, 맥도날드 매장이 340개인데 버거킹은 170개에 불과합니다. 매장이 많지 않다 보니 접근성, 가시성, 편의성 면에서 모두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직영점만 운영해오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가맹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매장의 80%가 서울권에 있기 때문에 최근에 내는 매장은 전국 각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죠. 앞으로 5년 내에 전국에 300개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매장별로 24시간 서비스, 배달서비스,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서비스 등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경쟁업체에선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인데 우리가 늦은 편이죠. 같은 조건이라면 맛과 품질에서 우수한 버거킹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또 예전엔 그저 패스트푸드 매장의 이미지였지만 외식 문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카페 같은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가맹점을 적극 늘리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맹점주의 선정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사전 시장조사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문 대표는 “단지 아버지가 돈이 많아 매장을 내려는 분들은 받지 않는다. 인성 검증은 물론 재무 검증을 한 뒤 3단계의 인터뷰를 한다. 본사에서 직접 시장조사를 통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장인지 철저하게 분석한 뒤 결정한다. 가맹점주가 돈을 벌어야 본사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버거 ‘와퍼’ 특히 한국서 인기”
1954년 설립된 버거킹은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74개국에 1만2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지난 1984년 1호인 종로점이 문을 연 이후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한국 소비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은 버거킹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와퍼(Whopper) 시리즈’다. 문 대표는 “와퍼는 버거킹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서는 유독 인기가 좋다. 와퍼를 포함한 프리미엄 햄버거의 판매 비중이 한국에서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버거킹의 메뉴 출시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버거킹은 신규 메뉴를 수시로 개발하고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신메뉴 출시와는 별개로 8~10주 단위의 한정판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죠.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아주 좋으면 정식 메뉴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늘 고객들에게 다양한 맛과 새로움을 선사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드리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저는 경쟁사 햄버거도 새 메뉴가 나왔다고 하면 스윽 가서 사 먹어보죠(웃음).”

문 대표는 베니건스, 마켓오 레스토랑, 미스터 피자 등 이미 다양한 외식브랜드를 성공시킨 바 있는 ‘외식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는 오리온 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거치면서 외식업 외에도 멀티플렉스 사업, 뮤지컬 기획 등 쉽게 넘나들기 힘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성공을 이어왔다.

2000년 서울 코엑스몰에 메가박스를 론칭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오리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1990년 제일기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년 뒤 당시 광고주였던 동양제과(오리온)로부터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해보지 않겠느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고 옮기게 된다.

“제가 워낙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대학 시절 ‘전국 대학교 댄싱클럽(UCDC·United college dancing club)’이라는 전국 단위의 동아리가 있었거든요. 이건 비밀인데 거기에서 제가 한창 춤을 열심히 췄었어요. 대학가요제에도 나가고 방송도 많이 했었죠. 그때의 춤 실력이 남아있다 보니 삼성에 처음 들어가 신입사원 장기대회를 하는데 제가 동기들에게 춤을 가르쳐서 1등을 했어요. 체육대회 때도 동기들과 옷을 맞춰 입고 함께 응원을 했는데, 춤이 남다르다 보니 임원들 사이에서 제가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엘리베이터를 타면 간부들이 ‘너 문영주 아니야, 춤 한번 가르쳐줘’ 그러시곤 했죠. 그 일 외에도 제가 회사에 이런저런 특이하고도 다양한 것을 해보자는 제안을 많이 했었어요. 워낙 튀니까 광고주한테까지 소문이 나게 됐고 그 일을 계기로 오리온에도 들어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러고 보니 모든 게 춤에서 시작되었네요, 하하. 그때 저랑 같이 춤췄던 사람이 ‘철이와 미애’의 신철씨와 ‘소방차’의 이상원씨 같은 분들이었어요. 양현석, 이주노 이런 친구는 우리보다 후배였어요(웃음).”
- 문영주 대표는 “경쟁사 햄버거도 새 메뉴가 나왔다고 하면 스윽 가서 사 먹어본다”며 활짝 웃었다.
- 문영주 대표는 “경쟁사 햄버거도 새 메뉴가 나왔다고 하면 스윽 가서 사 먹어본다”며 활짝 웃었다.


100억 투자한 ‘오페라의 유령’ 200억 매출
그가 가진 남다른 기질은 뮤지컬 사업에서도 발휘됐다. 오리온에서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제미로(Zemiro)’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그는 대형뮤지컬들을 연이어 흥행시켰다. 뮤지컬 공연환경이 척박했던 2001년 당시 100억원을 투자한 ‘오페라의 유령’은 7개월 동안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유명한 뮤지컬 제작자인 설도윤씨가 어느 날 찾아와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해 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뮤지컬의 제작비가 1억원이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려면 100억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오페라의 유령’은 미국에 있을 때 울면서 봤을 정도로 감동을 받은 작품이에요.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을 설득해 투자를 받아서 무대에 올렸는데, 7개월 동안 전석(全席)이 매진되고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지만 그때는 분명히 될 거라는 확신만 들더라고요. 시기적으로 한국 관객들이 뮤지컬 공연을 원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어서 ‘캣츠’, ‘헤드윅’을 연이어 성공시켰죠.”

문 대표는 “모든 브랜드와 비즈니스는 환경과 시기, 경쟁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전략이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늘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가 ‘Work Hard, Play Hard(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 대표는 주말마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가고 최신 K-팝과 드라마도 챙겨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핫플레이스도 반드시 찾아가 본다고 한다.

"시대보다 반 발자국 앞서야 성공"
“제 친구들만 봐도 제가 ‘가로수길에 맛있는 파스타집이 있다는데 거기 한번 가보자’고 하면 ‘뭘 그런 걸 먹느냐, 냉면이나 먹자’ 그래요. 그런데 가서 줄서서 먹어보고 그런 것들이 요즘의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과 떨어져서 갈 수 없는 거죠. 세상의 모든 일에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 분야의 사업을 성공시켰음에도 그는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겸손한 답을 내놓았다.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때맞춰 내놓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주변과 시대를 살피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니었을까.

“제게 특출한 능력이 있다기보다는 그때의 사업 아이템이 시대와 경제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던 거죠. 그 시점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겁니다. 만약 지금 패밀리 레스토랑을 론칭한다면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경제상황이 어렵고 1~2인 가구가 많은 요즘 시기에는 햄버거와 같은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사업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어떤 사업이든 한발 빨라서는 너무 이르고, 반 발자국 정도만 빨라야 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한테 외식사업이 제일 잘 맞는 거 같아요. 그동안 여러 분야의 좋은 사업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버거킹을 한국 최고의 브랜드로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 문영주 대표는…
1963년생. 86년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졸. 89년 미 미시간주립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석사. 1999~2002년 (주)오리온(동양제과) 외식사업담당 상무. 1999~2000년 (주)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총괄 상무. 2000~2005년 (주)제미로 대표이사. 2002~2009년 롸이즈온(주) 대표이사. 2012년~2013년 10월 (주)MPK그룹 대표이사. 2013년 11월~현재 (주)비케이알(버거킹 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