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 \'국가대표 세단\', \'단일 차종 최장수 브랜드\'. 바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3월24일 출시된 LF쏘나타가 이러한 이름값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신형 쏘나타를 전문가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10점 만점에 7.8점. LF쏘나타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다. <이코노미조선>은 자동차 전문지 편집장(채영석 글로벌 오토뉴스 편집장·김우성 BBC 톱기어 한국판 편집주간·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등 전문가 4명을 대상으로 LF쏘나타를 분석했다. 디자인, 편의장치, 주행성능, 연료효율성, 가격을 평가대상 항목으로 설정해 최저 1점부터 최고 10점까지 점수를 받아 평균을 산출했다.

LF쏘나타는 지난 1985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나온 7세대 모델이다. 지난 2011년부터 3년여 동안 총 4500억원을 투입해 완성시킨 야심작이다. 현대차의 최신 기술이 모두 집약됐다.

LF쏘나타의 키워드는 ‘본질’이다. 현대자동차는 품질에 집중하고, 기본에 충실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디자인과 편의장치, 주행성능에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연비·가격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 LF쏘나타는 7세대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은 1985년 나왔다.
- LF쏘나타는 7세대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은 1985년 나왔다.
세련되고 단정한 디자인
LF쏘나타의 디자인에 대해선 모두 호감을 나타냈다. 곡선보다 직선을 강조해 이전 모델에 비해 한결 간결해지고 차분해졌다는 평가다.

김우성 편집주간은 “이전 모델인 YF쏘나타의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지만 대중적인 세단으로서는 과장된 면이 있었다”며 “이번 LF쏘나타는 세련되면서도 다부진 인상에 은근히 한국적인 정서까지 묻어난다”고 진단했다.

채영석 편집장 역시 “YF가 지나치게 젊었다면 LF는 절제된 선을 사용해 균형을 잡았다”고 말했다. 장문수 연구원은 “기존 모델보다 잘 다듬어지고 정돈된 디자인은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중형 세단의 주요 소비자의 니즈(수요)에 잘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범 편집장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던 이전 모델과 달리 누구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만한 디자인”이라며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선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LF쏘나타는 기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킨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돼 세련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외관 디자인은 화려함과 파격보다는 절제와 균형을 통해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구현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하늘이 활짝 열린다. 실내 공간은 운전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페시아는 운전자를 향해 4.5도 기울어져 있고, 차량 내부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손을 잡는 위치마다 모양과 굵기를 달리한 핸들은 어디를 잡아도 편안한 느낌이다. 핸들 개발에만 1년4개월이 걸렸다. 각종 조작 버튼은 운전자가 다루기 쉽도록 큼지막하고 일목요연하게 배열돼 있다.

- 손 모양을 고려해 형태와 굵기를 달리한 핸들
- 손 모양을 고려해 형태와 굵기를 달리한 핸들
주행성능 단연 돋보여
주행성능은 탁월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장 연구원은 “시내 주행 시 저속에서의 순간 가속은 개선된 느낌이며 안정감은 고속, 저속 할 것 없이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LF쏘나타를 출시하며 겉멋이나 기교보다는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본기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범 편집장은 “현대차가 본질을 강조했을 때 으레 사탕발림이겠거니 했지만 시승해보니 과장이 아니었다”며 “단단한 차체를 통해 고속 주행 시 안정성, 매끈한 승차감, 탄탄한 핸들링, 빼어난 정숙성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채 편집장은 “주행 시 차체의 반응이 물침대 수준이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성이 향상됐다”고 진단했다.

무난하고 부드럽지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김우성 편집주간은 “새로운 디자인과 말쑥한 인테리어를 감안하면 아쉬운 면이 적지 않다”며 “반 박자 늦은 가속페달 반응과 무거운 차체 때문에 호쾌한 주행을 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 편집주간은 4명 중 가장 낮은 7점을 매겼다.

신형 쏘나타는 누우 2.0 CVVL·세타Ⅱ 2.4 GDi·누우 2.0 LPi 등 총 3개의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주력인 2.0 누우 엔진의 출력은 168마력으로 이전 모델(172마력)에 비해 조금 내려갔다. 다행히 실제 주행 시 출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토크는 이전과 같은 수준(20.5㎏·m)이다.

1. LF쏘나타는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2. 실내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3. 외관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간결해졌다.
1. LF쏘나타는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2. 실내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3. 외관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간결해졌다.
편의장치는 기대 이상
LF쏘나타는 다양한 편의장치가 대거 적용됐다. 신형 쏘나타는 국산 중형차로는 처음으로 앞 차량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고, 추돌이 예상되면 경고하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사각지대의 차량이나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미리 알려주고, 주차된 차량을 후진할 때 좌우에서 접근하는 차량도 인지해 경보해준다.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음이 울린다.

주차 보조 시스템도 향상됐다. 차량 측면에 탑재된 초음파 센서가 주차 가능 공간을 탐색해 자동으로 핸들을 제어해 주차를 보조해 준다. 또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짐을 든 채 트렁크 주변에 3초간 머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이외에도 노멀·에코·스포츠의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공기압이 낮아진 타이어의 위치와 공기압도 표시해준다.

전문가들은 대폭 개선된 편의장치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김우성 편집주간은 “정차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오토홀드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자동 와이퍼 등이 장착돼 마치 편의장치 백화점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가 필요하면 알아서 근처의 주유소를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은 영리하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장 연구원은 “주행성능은 예상 수준이었지만 편의장치는 기대 이상이었다”며 “구매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범 편집장은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유행하는 기술을 욕심껏 담았다”며 “다만 원하는 옵션을 고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위 모델을 골라야 하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추가 사양에 따라 가격 차이 커

가격과 연비효율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LF쏘나타 2.0 CCVL의 가격은 2200만~2800만원, 2.4 모델은 2400만~3000만원이다.

현대차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통합 주행모드 시스템,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등 신규사양을 더해 125만원(스마트 트림 기준)의 가격 인상요인이 생겼지만 75만원만 올렸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50만원의 혜택을 줬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채영석 편집장은 “신기술을 적용하고도 가격을 올리지 않는 자동차 메이커도 있다”며 “판매량에 비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편의사양이 추가된 대신 일부 편의장치는 기본품목에서 제외됐다. 기본 모델의 경우 크루즈 기능과 자외선 차단유리, 사이드 미러의 LED 깜빡이 등 10여 가지가 기본품목에서 빠졌다.

김기범 편집장은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쓰려면 기본형보다 650만원 비싼 프리미엄을 사야 한다”며 “단순한 덧셈, 뺄셈으로 판단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성 편집주간 역시 “LF쏘나타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추가 사양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고 다양해 정확한 가격을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장문수 연구원은 “편의장비를 대거 탑재하면 가격이 그랜저 수준까지 오르지만 이전 모델 대비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아 LF쏘나타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의 부담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연료 효율성 만족도 낮아
연비 효율성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LF소나타의 복합공인연비는 ℓ당 12.1㎞. 현대차가 엔진출력까지 낮춰가며 연비향상에 공을 들였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김우성 편집주간은 “복잡한 시내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릴 때 연비 편차가 큰 편”이라며 “실제 주행하며 측정한 연비는 ℓ당 10㎞에 조금 못 미쳤다”고 말했다.

채영석 편집장은 “연비성능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며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시대에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 유일하게 그에 대한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타사의 동급 차량 대비 연비에서의 장점은 많이 낮아졌다”고 했으며, 김기범 편집장은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기능, 7단 이상의 자동변속기 등 연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담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4명의 전문가들은 LF쏘나타는 전작인 YF쏘나타에 비해 전반적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차체는 커지고 실내공간은 여유로워졌다. 차체는 YF쏘나타보다 길이는 35㎜, 폭은 30㎜, 높이는 5㎜가 늘었다. 뒷좌석 레그룸은 키 180㎝의 성인이 앉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한 단계 나아진 주행성능이 돋보인다.

안전성도 한층 강화됐다. 일반 강판 대비 무게는 10% 이상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51% 적용했다.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이 눈에 띈다. LF쏘나타는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GOOD’ 등급을 받았다. 스몰 오버랩은 차량을 시속 64㎞의 속도로 몰아 운전석 쪽 앞부분 25%를 1.5m 높이의 딱딱한 벽에 부딪치게 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테스트다.

LF쏘나타는 지난 4월 한달 동안 1만5392대가 팔리며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8365대) 이후 11개월 만이다.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신형 쏘나타가 국민차라는 명성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