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가에 떠오르는 키워드는 ‘옴니채널 쇼핑’이다. 온라인에서 고르고 매장에서 체험한 뒤 모바일로 구매하는 ‘옴니채널 쇼핑족’들을 따라가봤다.

#1 큰맘 먹고 명품 백을 구입하기로 한 A씨는 주말에 아웃렛에 들러 수십 군데의 매장을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 여러 개의 가방 중 고민 끝에 C사의 가방을 사기로 한 A씨. 인기있는 제품인가 싶어 모델명을 검색해본 A씨는 깜짝 놀랐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장 판매가보다 20%나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 이날 A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로 가방을 메어보고 꼭 맘에 들었던 제품을 모바일 결제를 통해 구입했다.

#2 요즘 인기인 뉴발란스 운동화를 구입할 예정인 B씨는 최근 롯데닷컴이 내놓은 ‘스마트픽 2.0’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픽 2.0은 소비자가 PC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원하는 날짜에 가까운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수령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점심시간, B씨가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발을 주문하자 얼마 뒤 백화점에서 상품이 준비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백화점에 들러 스마트픽 교환권 바코드를 보여주자 매장 직원은 ‘B씨의 스마트픽 상품’이라는 태그(tag)가 붙은 신발을 갖다 줬다. B씨는 주문한 사이즈가 발에 딱 맞는지,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지 확인했다. 사이즈나 색상이 맞지 않으면 현장에서 교환·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 스마트픽 서비스는 온라인몰을 통한 쇼핑,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쇼핑 두 가지 방식의 장점만을 결합한 형태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 가지 채널로 쇼핑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현명하게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옴니채널 쇼핑족’이라 부른다. ‘옴니채널(Omni-Channel)’이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해 고객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체계를 의미한다. 따로 분리된 여러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전문가로 잘 알려진 IBM 스마트 커머스팀의 존 스텔저(John Stelzer)는 “효과적인 옴니채널 운영에 실패한 유통업체는 2015년과 2016년에 매출의 15~30%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바일 쇼핑족 잡는 것이 관건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규모가 지난해 3조9700억원에서 올해 7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가 플랫폼을 옴니채널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과거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PC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시작한 것이 1차 쇼핑 트렌드의 변화”라면서 “지금은 모바일 기기 보급이 확산되면서 2차 쇼핑 트렌드의 변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쇼핑 행태가 바뀌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류 소장의 설명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이제 온라인 채널과 모바일 채널의 판매 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미 업계에서는 모바일 쇼핑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편의점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고객들이 상세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매장 내 NFC(근거리 무선통신) 태그를 부착하는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출산유아용품 전문 멀티숍 맘스맘은 매장 방문 시 카운터 주변에 설치돼 있는 NFC 태그에 10cm 거리 내에서 스마트폰 등을 갖다 대면 전용 모바일 웹페이지로 접속돼 매장에 진열되지 않은 상품과 모바일 행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매월 다양한 유아용품 기획전들을 모아 QR북을 발행해 집에서도 편리한 쇼핑이 가능하다. 안상규 맘스맘 마케팅 담당자는 “맘스맘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매장 내 NFC 서비스와 QR북을 통해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쇼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 롯데닷컴 스마트픽 서비스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매장을 찾아 교환권 바코드를 보여주고 있다. 2. 유아용품 브랜드 맘스맘은 NFC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1. 롯데닷컴 스마트픽 서비스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매장을 찾아 교환권 바코드를 보여주고 있다.
2. 유아용품 브랜드 맘스맘은 NFC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충성도 높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
류 소장은 옴니채널 전략을 가장 잘 펼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애플을 꼽았다. 애플은 자사가 제작하는 제품을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하며 AS 등 기술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박민우 청강문화대학교 스마트폰전공 교수는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이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되는 경우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아 일관된 정책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채널 간 제품의 가격차가 발생해 협력 관계가 아니라 경쟁 구조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단순히 채널을 한 데 모으는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서비스 전략과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통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채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채널은 모바일로 손꼽힌다. 박 교수는 “앞으로 모든 채널의 중심은 모바일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은 단순히 하나의 쇼핑 채널이 아니라 구매를 위한 도구, 마케팅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모바일을 모든 전략의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과거보다 더 점점 ‘똑똑하게’ 쇼핑하고 있다. 반면 유통업계의 채널들은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 채 단순 판매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객을 감동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충성도란 특정 브랜드를 고정적으로 선호하고 계속해서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은 아마존닷컴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뛰어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객 서비스와 프라이스 매치 등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다. 류 소장은 “아마존을 한번 이용해본 사람은 그 서비스에 감동해 아마존의 팬이 된다”며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당 브랜드를 다시 찾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