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 세계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즉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가치관이 올바르면 성공적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여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의 속성상 가장 큰 자산이자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업도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운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가치관 경영 전도사’로 불리는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이하 IGM) 회장을 만나 기업경영과 가치관의 함수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는 흔히 가치관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세월호 참사는 가치관이 아예 바닷속에 가라앉은 경우다.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편법, 탈법을 서슴지 않았던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과 수많은 승객을 내팽개치고 제 목숨 건지기에 급급했던 선원들의 작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다.

만약 청해진해운과 선원들에게 승객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직업관이 정립돼 있었더라면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됐던 청해진해운이 결국 망하는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돈만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장기적 이익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 이익은 지속 가능한 경영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영은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가치관 경영’은 무엇을 뜻할까. 언뜻 생각할 때 가치관을 토대로 한 경영을 떠올릴 수 있겠다. 사실 가치관 경영은 조금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들린다. 그래서 딱 잘라 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성철 회장은 가치관 경영의 전도사답게 아주 구체적으로 풀이했다. 요컨대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가치체계를 추구하고 실천해나가는 경영이라는 것이다.

“가치관 경영은 한마디로 어떤 기업의 CEO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직원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CEO와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같도록 하는 게 가치관 경영이죠. 달리 말하면 CEO와 직원들의 ‘우선순위’가 같아지는 것이죠. 경영이란 것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CEO와 직원들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면 CEO가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곳에 자원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치관 경영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툴(Tool)이라고도 할 수 있죠. 가치관 경영을 하게 되면 기업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경영목표가 분명해지는 효과도 얻게 됩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고객사로부터 자문 의뢰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해당 기업의 임원, 간부, 평사원 중에서 각각 1명씩을 무작위로 뽑아 “당신 회사에 가장 중요한 3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지는 절차다. 이들의 답변이 비슷하게 나타나면 그 기업은 ‘건강한 기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반면 경영상태가 엉망인 기업일수록 답변 내용이 천방지축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 전성철 회장이 서울 장충동 IGM 사옥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 전성철 회장이 서울 장충동 IGM 사옥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기업 정체성과 경영목표도 뚜렷해져
어떤 사람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3가지 질문이 있다. ‘왜 사는가, 꿈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기업의 가치관도 비슷한 3가지 질문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 회사의 꿈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사업할 것인가’이다. 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곧 그 기업의 ‘사명, 비전, 핵심가치’가 되는 것이다. 핵심가치는 모든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말한다. 가치관 경영의 첫 단추는 바로 이 3가지 답변을 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성철 회장과 IGM 교수들이 공저한 <가치관 경영>에는 기업 가치관의 3대 요소를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말이 나와 있다. 우선 사명은 거시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명감이 담겨 있는 게 바람직하다. 비전은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핵심가치는 일관성이 대전제다. 어떤 사안에도 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공통조건이 있다. 사명이든, 비전이든, 핵심가치이든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만큼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치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면 구성원의 공감과 실천을 이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치관 경영은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가 가치관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제약회사 머크는 ‘질병과 싸우고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사명은 “길을 떠나온 나그네에게 마치 친한 친구의 집에 온 듯한 안락함을 준다”이다. 이처럼 가슴 벅찬 사명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일한다면 그 기업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국내에서도 가치관 경영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기업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들은 상당수가 창업주나 오너경영자의 경영이념과 경영철학을 기업경영의 준거로 삼고 있다. 전 회장은 국내 기업 중 가치관 경영의 가장 대표적 성공사례로 주저없이 삼성그룹을 꼽았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대 경영이념이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였죠. 예전에 이병철 회장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가치관 경영 강의를 할 때마다 이병철 회장이 얼마나 위대한 ‘가치관 경영자’였는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아들인 이건희 회장도 좀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국내 10대 재벌그룹의 2세 경영자 중에서 기업 가치관을 새롭게 설정한 사람은 유일한데, 그가 바로 이건희 회장이죠. 이 회장은 선대 회장의 경영이념을 계승·발전시킨 면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경영이 있어요. ‘인간존중, 기술중시, 자율경영’이 핵심 키워드죠. 그게 곧 가치관이죠. 삼성의 2대에 걸친 놀라운 성취는 가치관 경영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가치관 경영 없이 위대한 기업,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가치관 경영 없이 위대한 기업,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선 삼성이 가치관 경영의 대표 성공사례
전성철 회장은 본인 스스로 가치관 경영을 실천해온 CEO다. 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을 경영하는 CEO로서 그 역시 다른 CEO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입장이다. 그는 “IGM의 오늘날을 있게 한 성공비결이 바로 가치관 경영”이라며 “과부 사정을 홀아비가 안다고, 내가 CEO로서 고민을 거듭하며 얻은 결론을 가르치니까 IGM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장충동 IGM 사옥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IGM의 믿음’이라는 제목의 IGM 가치관이 게시돼 있다. 가장 윗머리에 위치하는 사명은 ‘우리 IGM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연구, 전파함으로써 세상을 바꾸고 살찌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돼 있다. 그 아래 비전과 핵심가치 항목에도 눈길을 끄는 글귀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주기 위해 헌신한다’, ‘IGM은 2020년까지 세계적 역량을 갖추고 세계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지적(知的) 기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일하고 학습하며 끊임없이 창조한다’ 등등이다. 

“주변 사람들은 IGM을 보고 용하다고 해요. 유수 명문대 경영대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겼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단적인 예로 IGM 교육과정 재학생 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보다 10배나 많은 3000여명에 달합니다. 이른바 C-레벨의 고위임원들이 공부하는 교육기관 중에서 재학생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IGM이라는 거죠. 2003년 IGM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식구라고 해봐야 저와 여직원 달랑 두 명이었습니다. 그랬던 IGM이 지금은 직원이 200명에 달해요. 저는 IGM의 성공비결은 모든 직원이 IGM의 존재이유, 꿈, 핵심가치 등을 공감하게 함으로써 강한 결속력을 가진 ‘이념적 조직’으로 거듭난 데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가치관 경영이 뿌리를 내리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념적 존재’가 됩니다. 이념적 존재가 되고 나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실현하기 위해 일하게 되죠. 그때부터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되는 겁니다. 제가 가치관 경영을 체계화하고 전파해온 것도 IGM 경영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나누고 싶어서였죠.”

IGM의 성공비결도 가치관 경영에 있어
현재 IGM은 가치관 경영 수립 및 내재화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90여개 기업이 전성철 회장의 가치관 경영 세례를 받았다. 고객사 중에는 일부 대기업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다.

가치관 경영 컨설팅 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는 CEO의 가치체계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직원들이 그 가치체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단계로 진행한다. CEO는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다. CEO는 모든 결정에 자신의 가치관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투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CEO의 가치관을 기초로 기업의 가치관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경우의 CEO는 특히 오너십을 가진 경영자를 의미한다. 물론 CEO의 가치관이 기업 전체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임직원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전 회장은 한 산업용 보일러업체를 대상으로 수행했던 가치관 경영 컨설팅 사례를 언급했다. 이 업체는 매출 규모가 400억~500억원 정도 되는 크지 않은 무명 기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직원 대부분이 자부심보다는 열등감에 젖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직원들은 “우리는 산업의 심장을 만든다”는 사명을 도출했고, 그 후 이 업체는 근본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거쳐 매출과 이익 등 실질적인 경영지표도 크게 개선되는 성과를 낳았다고 한다.
“액자 안에 그럴듯한 사훈을 넣어 걸어뒀다고 해도 CEO가 기업 가치관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겁니다. 단언컨대 가치관 경영 없이는 위대한 기업, 영속(永續)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가치관 경영에서 CEO가 해야 할 일 5가지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리를 포함하라
700번 이상 강조해 전사적인 공감을 얻어라
CEO가 먼저 솔선하라
가치관과 연계해 피드백하라
CEO의 조력자로서 CHO(최고인사책임자)의 역할을 강화하라

IGM세계경영연구원은…
IGM은 지난 2003년 ‘지식을 공급함으로써 세상을 살찌운다’는 비전으로 설립된 경영전문 연구·교육기관이다. 50여명의 교수진과 150여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非) 대학 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 CEO 및 임원 대상으로 경영 전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재학 중인 CEO 및 임원 수가 무려 3000여명에 달한다. 또 700여건의 맞춤형 기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의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 역량을 제고하는 ‘에듀솔빙(Edu-Solving)’ 서비스 사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에듀솔빙 고객사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그간 IGM 교육과정을 거쳐간 수강생은 약 2만명에 달하며, 고객사도 누적 기준으로 3000개를 훨씬 웃돈다.


▒ 전성철 회장은…
1949년생. 1973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83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경영학 석사/법학 박사. 83~90 미국 리드&프리스트 법률사무소 통상담당 선임변호사, 91~95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 93~95 조선일보 논설위원, 95~96 대통령 정책기획비서관, 2000~2002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2001 ~ 2002 세종대 부총장, 2001~2002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2003~현재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