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업에서 HMR (가정식 대체 식품·Home Meal Replace) 시장은 2조원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HMR제품은 크게 즉시 데워먹는 ‘RTH(Ready To Heat)’와 간단히 조리해서 먹는 RTC(Ready To Cook),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먹는 RTE(Ready To Eat) 등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RTH와 RTC시장은 이미 국내 외식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를 형성했고, RTE는 이제 막 커가기 시작한 분야다. 국내에서는 (주)한솥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 이영덕 (주)한솥 대표는 “따스한 정성이 담긴 한솥도시락을 미국, 일본에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영덕 (주)한솥 대표는 “따스한 정성이 담긴 한솥도시락을 미국, 일본에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최대 테이크아웃 도시락 체인
(주)한솥은 현재 테이크아웃(Take-Out)형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하지만 진출 시기로도 국내 최초다. 지난 1993년 9월 서울 종로구청 주변에 처음 매장을 낸 (주)한솥의 대표브랜드 한솥도시락은 21년이 지난 사이 매장이 650개(2014년 5월 말 기준)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778억원, 당기순이익 47억원을 기록해, 2010년보다 매출이 93.5%, 당기순이익은 113.6% 성장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덕 (주)한솥 대표이사는 비결을 “본점보다는 가맹점, 가맹점보다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전략을 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로 한솥도시락은 저렴한 제품 가격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다. 모둠도시락 중 하나인 도련님도시락은 개당 가격이 3200원이다. 등심돈까스도시락, 제육볶음도시락, 치킨도시락, 김치볶음밥은 모두 값이 3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값이 많이 오르지도 않았다. 가령 21년 전 설립 당시 1700원에 판매된 제육볶음도시락은 지금도 값이 2700원이다. 21년간 가격 상승률이 58.8%, 연평균으로 치면 2.8%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이윤추구가 아닌 지역사회 공헌을 가장 중요한 기업철학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주)한솥은 국내 최초로 도시락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표방했지만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에 대한 선입견 탓에 설립 후 6년간 적자를 기록해야 했다. 1993년 설립됐으니 1998년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간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시련에 직면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대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상황은 (주)한솥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이 대표의 말이다.

“원·달러 환율이 800원에서 2000원으로 급등하던 시기였어요. 물건을 대주던 협력사들이 제품가를 올려 달라고 야단이었죠. 하지만 저는 ‘우리 마진이 줄더라도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희 가맹점주들도 저와 생각이 같았죠. 그래서 제가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1년만 참고 기다려주면 이듬해에는 거래량이나 매출이 지금보다 두 배 늘어날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모두 변상해주겠다고 말이죠. 결과적으로 우리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어요. 아무리 힘들다고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한솥도시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테이크아웃형 도시락 사업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 교토(京都)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1980~1990년대 일본에서 한창 인기를 얻던 테이크아웃형 도시락 사업에서 힌트를 얻어 (주)한솥을 세웠다.

물론 처음부터 이 대표가 사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다닐 때만 해도 이 대표는 공무원을 꿈꿨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생각을 바꿨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에서의 공무원 생활은 춥고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졸업후 그는 선친이 한국에서 운영하던 호텔을 물려받은 것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 사업을 벌였다. 그 때 그의 눈에 숙명처럼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들어왔다. 결국 그는 1993년 무역회사와 호텔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그에게 도시락 기술을 전수해준 회사는 일본 최대 도시락 체인 ‘혼케(本家)가마도야’였다. 재일동포 사업가 김홍조(일본명 가네하라홍조) 혼케가마도야 회장과의 인연은 그가 개발한 제주도 핀크스GC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0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되기 전까지 이 대표는 핀크스GC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찬차마요 커피로 제2의 한솥 신화 만든다”
이 대표의 다음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그는 2~3년 후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놓고 현재 한창 준비 중이다. 미국 진출 이후 목표는 ‘도시락의 본고장’ 일본이다. 그는 “21년 전에는 혼케가마도야에서 ‘벤또’(도시락)를 배웠다면 이제는 우리의 ‘도시락’을 일본에 수출할 때”라고 말했다. 어차피 진출 국가별로 다르게 메뉴를 구성할 경우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에 있어서는 벤또나 도시락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말하는 벤또와 도시락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이를 ‘정성’과 ‘따스함’이라는 단어로 요약해 설명했다. 엄선된 재료로 마치 ‘엄마밥’처럼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드는 것이 그가 말하는 도시락, 즉 한솥도시락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2년 10월 공식 론칭한 페루 찬차마요(Chancha Mayo) 커피도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페루 찬차마요시(市)에서 재배된 100% 천연 유기농 찬차마요 커피는 부드러움과 쓴맛, 과일향이 잘 어우러져 독일, 일본에서는 스페셜티(최고급 커피 원두) 재료로 쓰이고 있다. 한솥이 찬차마요 커피를 수입하게 된 것은 남미 최초 한인시장인 정흥원 시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공정무역 방식으로 들여와 제품가를 최대한 낮췄기에 한솥에서 판매되는 찬차마요 커피는 아메리카노 한잔 값이 국내외 유명체인점보다 낮은 2000원에 불과하다. 그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돈만 쫓은 결과가 바로 세월호 참사”라면서 “음식업은 착한 마음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영덕 대표는…
1948년 일본 교토 출생, 73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99년 핀크스GC 사장, 93년~현재 (주)한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