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T파트너스가 개발한 ‘캐시슬라이드’는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이용한 리워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이다. 사용자가 잠금 화면을 해제하면 일정 금액의 적립금이 쌓이며 이 적립금으로 유료 쿠폰을 구매해 상품을 살 수 있다. 캐시슬라이드를 이용해 적립금을 쌓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오른쪽으로 잠금 해제하면 기본 적립금인 4원이 적립되고, 왼쪽으로 잠금 해제해 특정 액션(외부 페이지로 이동, 앱 다운로드 및 실행, 쿠폰 다운로드)을 실행하면 100~1000원 사이 책정된 적립금이 제공된다. 사용자가 좀더 적극적으로 광고에 반응할수록 더 많은 적립금이 쌓이는 셈이다.

안드로이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캐시슬라이드는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리워드 앱 가운데 압도적인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앱 통계분석기관인 앱랭커에 따르면 2014년 1월 기준 캐시슬라이드 일 평균 이용자(DAU·Daily Active User) 수는 210만명으로 라떼스크린(30만명), 허니스크린(10만명) 등 경쟁 앱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캐시슬라이드 전체 누적 가입자는 서비스 시작 15개월 만인 지난 5월 900만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일 평균 잠금 해제 횟수가 50회 정도라고 해요. ‘한 이미지로 설정된 후 방치되고 있는 잠금 화면을 좀더 스마트하게 사용할 순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광고주는 자사의 광고가 단독으로 노출되는 효과를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게 된다. 사용자는 광고를 보든 보지 않든 잠금 해제만으로 적립금을 쌓아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현재 캐시슬라이드는 광고 외 신문, 전자책(e북), 엔터테인먼트, 생활정보 등 20여개 제휴사의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문득 NBT파트너스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박수근 대표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3명은 유수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만났다. 평균 2년 동안 근무하던 세 사람이 어느 날 함께 뜻을 모았다. 박 대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을 다니지만 늘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 ‘나만의 일을 해야겠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고 이를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존재하는 ‘커런트 빅 싱(Current Big Thing)’이 아니라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을 스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결심은 그대로 가치 방향성을 나타내며 회사의 이름에 반영됐다. NBT파트너스의 NBT는 ‘Next Big Thing’의 약자로 ‘다음에 올 대단한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의미한다.
박수근 대표와 김병완 재무총괄이사, 박광연 사업총괄이사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던졌고, 개발 총괄 및 기술 자문을 맡아줄 곽근봉 기술총괄이사를 영입했다. 곽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창업을 위해 어떤 사람은 차를 팔았다. 네 사람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긁어모아 총 3억원을 만들었다. 3억원은 사실 스타트업의 초기 자본금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박 대표는 “전 재산을 투자해 이 사업에 사활을 건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번뜩이는 눈으로 찾던 그들이 주목한 것은 모바일 광고 시장.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00억원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매년 2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시장이 열립니다. 오프라인 시대에 PC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시대가 열린 것처럼 지금은 온라인 PC 시대가 모바일, 휴대폰 시장으로 변하는 시기입니다. 모바일 기기의 특징은 정말 ‘개인화’된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광고주에게는 명확하고 분명한 타깃을 제공하고, 이용자에게는 그들이 관심 있는 정보를 수집·선별해 제공합니다.”

시장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라
지난해 300여곳의 광고주, 올해 현재 500여곳의 광고주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이들의 시작이 초기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에 선뜻 광고를 내겠다는 곳은 많지 않았다. 모바일 광고 효과에 대한 기업의 의심의 눈초리도 장애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벤토리가 없어서 계약을 맺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고 계약은 페이지뷰(page view·사용자가 페이지를 열어 본 횟수)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1억 페이지뷰가 모두 책정돼 있어 광고 문의가 수없이 들어와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1억 페이지뷰는 일 사용자 200만명이 하루 50회 잠금 화면을 해제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캐시슬라이드가 모바일 광고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어필했습니다. 네이버는 온라인 광고에 특화돼 있어 잠금 화면 전체를 한 광고로 선보이는 저희가 더 강점이 있습니다.”
유사한 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걱정스럽진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전 세계 최초로 잠금 화면을 통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출시했기 때문에 시장 선점 효과를 크게 봤다”며 “빠른 속도로 가입자 수가 늘고 있고 광고주 입장에선 1등 매체에 계속해서 광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캐시슬라이드를 통한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 스타트업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 목표를 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도 박 대표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비친다.
“400억원 매출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잠금 화면을 보다 유용하고 효과적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올해의 과제입니다.”
▒ 박수근 대표는…
1986년생. 2009년 모바일 쿠폰 서비스, ‘ITOPF’ 창업. 2010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입사. 2012년 ㈜NBT파트너스 설립, ‘캐시슬라이드’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