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면 떠오르는 과일은 ‘사과’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과일이 대구의 명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 둔산동 14만㎡ 규모의 농지에서 50톤가량 재배되고 있는‘체리’가 주인공이다.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체리가 제일 먼저 수확되는 곳으로, 최근 일반인도 수확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 상동마을 체리 따기 체험농장을 찾아 달콤한 체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봤다.
- 체리농장을 찾은 윤현주(왼쪽위), 장재철(오른쪽위)씨 가족이 이날 딴 체리를 한가득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체리농장을 찾은 윤현주(왼쪽위), 장재철(오른쪽위)씨 가족이 이날 딴 체리를 한가득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월14일 오전 10시20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대구 동구 둔산동 별그린농원을 찾았다.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가 버스 안을 가득 메웠다. 6개월 된 아기부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까지 엄마 아빠와 함께 가는 체리 농장 나들이에 신이 난 모습이다.

대구 동구 둔산동은 대구에서도 체리 재배 환경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재배 면적은 14만㎡로 30여 농가가 총 50톤가량의 체리를 생산한다. 품종은 일출, 자브레, 좌등금, 나폴레옹, 황옥 등 1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연간 매출액은 총 4억4000만원에 달한다. 재배 면적이 49만㎡인 경주에 이은 전국 2대 산지(産地)다. 최근 청과 직판시장으로 잘 알려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과일이 바로 대구산 ‘체리’라는 후문이다. 대구 체리는 국내 최초인 1930년 무렵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현재 ‘산너머 동촌’, ‘대구 상동체리’ 브랜드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별그린농원 체리 나무의 특징은 나무의 높이가 일반적인 체리 나무보다 낮다는 것이다. 키가 작은 아이들도 체리를 딸 수 있도록 농장주가 수형(樹形) 조절을 통해 나무를 낮게 길러낸 덕분이다.

“체리 따는 동안에는 설명해드려도 집중하기 어려우시니 지금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체리를 딸 때는 꼭 꼭지까지 따야 합니다. 꼭지를 함께 따줘야 내년에 다시 튼튼한 체리가 나옵니다. 또 꼭지 옆에 내년에 열매가 달릴 눈이 조그맣게 나 있거든요. 눈이 다치면 내년에 제가 먹을 게 없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부탁드려요. 이 체리가 ‘좌등금’이라는 황색 체리인데 일반 빨간 체리보다 당도가 월등하게 높습니다. 맛이 좋으니 들어가서 마음껏 드시고 나오실 때는 이 팩이 닫히도록 담아오도록 하세요. 뚜껑이 안 닫히면 무효입니다(웃음).”

손선식 별그린농원 대표의 체리 따기에 대한 주의사항이 전해지고 본격적인 체리 따기 체험이 시작됐다. 60여명의 행사 참가자들은 비가림 시설이 갖춰진 체험농장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뗐다. 참가자들은 농장 입구에서 250g짜리 투명 팩을 받아 들고 체리 따기 체험에 나섰다. 기자도 팩을 받아 함께 따보기로 했다.

- 체험농장의 체리 나무는 어린이들도 쉽게 체리를 딸 수 있도록 높이가 낮게 길러졌다. 가지는 땅과 수평을 이룬다.
- 체험농장의 체리 나무는 어린이들도 쉽게 체리를 딸 수 있도록 높이가 낮게 길러졌다. 가지는 땅과 수평을 이룬다.
입소문 나 매년 200여명 참여하는 대구 체리 축제
농장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낮게 자란 나무에 탐스러운 체리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외부보다 살짝 온도가 높은 듯 느껴졌지만 다행히 오전 시간이라 한낮보다 체험하기 수월했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3도를 육박했다. 빨리 빈 팩을 가득 채우겠다는 일념으로 참가자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체리 나무를 접한 아이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아이를 데려 온 엄마 아빠들은 정해진 시간에 좋은 체리를 골라 따고, 아이들도 챙겨야 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체리를 입으로 가져가는 손도 빠르게 움직였다.

“엄마 저 이만큼 땄어요.”

“아이고, 우리 아들! 많이 땄네. 작은 거 말고 저쪽 크고 예쁜 거 따야지.”

대구 달서구에서 온 강윤하씨는 8살, 6살된 두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대구에 살면서도 시내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곳에 체리 농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왔다. 강씨는 “체리 체험농장이 요새 많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참가비도 저렴하고 참여 후기가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도 엄마랑 함께 이런 체험을 하니까 정말 좋아하고 재밌어 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편, 아들, 딸 온 가족이 함께 출동한 대구 용산동의 윤현주씨는 “매장에서 체리를 사먹기만 해봤지 이렇게 체리가 재배되는지는 몰랐다”며 “내년에 꼭 또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별그린농원의 체리 따기 체험은 대구시가 매년 실시하는 체리 축제 ‘달콤한 체리 향을 찾아서’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 축제는 대구시가 ‘체리’를 대구 특산물로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점점 입소문이 나 매년 200여명의 참가자가 체험을 신청하고 있다. 오전 10시20분부터 40분가량 진행되는 체리 따기 체험을 마치면 점심식사 후 대구시 민속자료 제1호인 경주최씨 옻골종가(宗家)를 관람하는 일정이 이어진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음식관광박람회도 참관한다.

박미향 대구시 농산유통과 담당자는 “대구 시내에서 20~30분 남짓 거리에 이렇게 맛있는 체리를 재배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자는 취지로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며 “대구 특산물인 체리도 맛보고 대구의 명소를 방문하는 등 대구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작은 용기에 20개 남짓 들어 있는 미국산 체리는 1만원에 가까운 고가에 판매되기도 한다. 맛은 있지만 비싼 가격 생각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체리. 내년 5월엔 이곳 대구 상동마을을 찾아 달콤한 향의 무농약·친환경 체리를 마음껏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참가비 1만7000원을 내면 배가 부를 만큼 체리를 먹을 수 있다. 단, 집에 가져가는 양은 ‘한’ 팩이다. 대구시가 주최하는 체리 축제는 수확 시기인 5~6월에 열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축제 참여 신청 기간을 놓쳤다면 개인이나 단체가 농장에 개별적으로 전화해 체리 따기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Mini interview ● 손선식 별그린농원 대표
“EM 농법, 키토산 농법으로 체리 당도 높였습니다”

평소에 자주 봤던 빨간 미국산 체리를 떠올리고 이곳에 왔다면 놀라기 십상이다. 이곳 체리농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노랗고 주황빛을 띠는 ‘좌등금’ 체리이기 때문. 좌등금 체리는 성숙기가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중간 정도에 속하는 ‘중생종(中生種)’이다. 생육기간이 길고 수확기가 늦은 ‘만생종(晩生種)’인 ‘산드라로즈’ 체리는 ‘좌등금’ 체리와 맛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산드라로즈 체리의 당도는 16브릭스(Brix·당도를 측정하는 단위, 100g 물에 녹아 있는 설탕의 g수)로, 22브릭스인 좌등금보다는 낮지만 아삭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품종이다. 좌등금 체리는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지닌다.

손선식 별그린농원 대표는 올해로 9년째 신(新)품종 체리를 재배해오고 있다. 상동마을의 여러 체리 농가가 구(舊)품종의 체리를 재배해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곳 별그린농원은 체리 따기 체험에 적합하게 평지에 위치해 있어 농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마을의 몇몇 체리 농가는 경사가 높은 산지에 위치해 있다.

손 대표는 “체리 나무가 직립성(直立性)이어서 여기 느티나무처럼 하늘 높이 뻗어 자란다”며 “체험을 위해 수형 조정을 했기 때문에 모두 수평으로 쫙 퍼져 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직접 연구해 개발한 나무를 구해와 심기도 하고 독창적으로 연구한 품종을 기르는 등 맛있는 체리를 재배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체리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미생물을 배양해 토양에 적용하는 ‘유기농 EM 농법’을 도입했다. 미생물 제제(製劑)를 많이 사용하고 키토산도 토양에 공급한 끝에 다른 품종의 체리보다 당도가 높은 좌등금 체리를 재배할 수 있었다. 또한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이 열매에 묻는 것을 방지했다.
손 대표가 체리 재배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도 몸이 튼튼하면 병에 걸리지 않듯 체리 재배에 있어서도 기본에 충실하면 맛있는 체리가 생산된다는 얘기다.

“체리 체험 농장을 꾸려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잔기술만 배우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화학비료, 농약을 많이 넣으면 열매는 커지지만 맛은 씁쓰름해집니다. 미생물이나 키토산을 토양에 많이 넣으면 속도는 느려도 땅이 살아나기 때문에 체리의 맛이 좋아집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튼튼해지고, 나무가 튼튼해야 열매가 실해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체험 참가비 : 1인 1만7000원
위치 : 대구 동구 둔산동 491-1 별그린농원
이용시간 : 09:00~17:00
체리 체험 시기 : 매년 5월 하순~6월 하순
주차공간 : 30~40대
문의 : 별그린농원 손선식 대표 (010-3503-2202)
홈페이지 : http://gyehd0920.blog.me/
참고 : 단체가 아닌 개별체험은 토요일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