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서양에서는 사용하는 물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다. 수프나 스튜 수준이다. 스페인 소꼬리 스튜요리 라보데토로(Rabo de Toro)나 이탈리아 코다알라바치나라(Coda Alla Vaccinara)는 소꼬리를 기름에 살짝 튀긴 뒤 은은한 불에 졸이는 스타일의 음식이다. 필리핀의 전통식 비프 카레카레는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우려낸 소꼬리에 땅콩소스를 버무려 먹는다. 또 남아공 전통식 포이끼코스(Potjiekos)는 전통식기 포이끼에 음식을 담아먹는 것에서 유래됐다. 미국 중부지방에서는 옥스테일(Oxtail) 수프를 먹는데, 말 그대로 소꼬리를 졸여 수프처럼 먹는 음식이다. 이 밖에 아랍국가와 중남미 상당수 국가들도 소꼬리에 감자, 버섯 등 채소를 넣고 끓이는 식의 전통 요리가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 국물을 내기 위해 사용한 소 뼈(뼈다귀)에는 고깃살 뿐만 아니라 콜라겐 덩어리인 물렁뼈가 많다. 애주가를 위한 술안주로 제격이다.
3. 73년 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영춘옥은 종로 피맛골의 꼬리곰탕 명가다.
국물용 쓰고 남은 소뼈 술안주로 제격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옛 종로3가)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골목 안쪽에 위치한 영춘옥은 73년간 한자리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재료를 손질해 손님 밥상에 올리는 꼬리곰탕 전문점이다. 일본인 스타 셰프(Chef) 요나구니 스스무는 영춘옥의 꼬리곰탕을 가리켜 “서양의 그 어떤 소꼬리 요리에 뒤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 출신인 요나구니 스스무는 22살 때 18파운드만 들고 영국으로 건너가, 식당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영국, 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방장 자리에 오른 스타 셰프다. 밑바닥부터 기초체력을 다져가며 최고 반열에 올랐기에 요나구니 셰프는 음식에 있어서는 상당히 객관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 요나구니 셰프는 평소 “한국음식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재료만을 배합해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영춘옥의 꼬리곰탕만큼은 ‘최고의 맛’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는 “영춘옥 꼬리곰탕은 고기양도 많지만 그보다는 느끼하지 않은 육수가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3대로 이어지고 있는 영춘옥의 대표 메뉴는 뭐니뭐니 해도 꼬리곰탕이다. 이 집의 꼬리곰탕은 우선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색깔부터가 옅다. 한 모금 떠 먹어보니 역시 곰탕 특유의 묵직한 맛부터 느껴졌다. 그런데 꼬리곰탕과 같은 음식은 묵직함이 도를 지나쳐 느끼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국물이 약간 식으면 바로 소의 누린내가 코를 찌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영춘옥의 꼬리곰탕은 첫맛은 묵직하고 뒷맛은 개운하다. 시어머니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차정애(77) 사장은 “재료를 최대한 많이 쓰되, 대파와 함께 끓이는데, 이때 대파의 역할은 소의 잡냄새를 없애주면서 동시에 음식의 식감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장국에 들어가는 우거지와 콩나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요나구니 셰프의 평가 그대로다.
꼬리 한 토막을 젓가락으로 들어 살짝 살점을 뜯으니 살이 탱탱했다. 호주산을 사용하는데도 토종 한우 못지않은 맛이 나온다. 꼬리곰탕은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퍽퍽해질 수 있는데, 이 집 곰탕은 그렇지 않다. 비결은 소금에 있다. 차정애 사장은 “고기를 삶는 과정 중 막판에 소금을 살짝 집어넣으면 육질의 탄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제(特製)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 소스를 맨입에 떠 먹어보니 간장 맛이 그다지 진하지 않다. 몇몇 음식점에서는 간장 맛을 강하게 만들어 고기 냄새를 감추는데, 영춘옥 소스는 소스만 찍어 먹어도 별로 짜지 않다.
꼬리찜도 인기 메뉴인데 꼬리 네 토막을 그릇에 담아 내온다. 그리고 꼬리곰탕과 같은 국물에 꼬리 대신 고깃살을 넣으면 곰탕이 된다. 해장국은 오랜 시간 소뼈를 끓여 만든 국물에 선지와 콩나물을 넣어 만든다. 두 음식 모두 꼬리곰탕과 함께 이 집을 찾는 손님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뼈다귀도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국물을 내는 소 잡뼈를 따로 그릇에 담아 내오는데, 서울 시내에서도 맛볼 수 있는 곳이 영춘옥을 비롯해 몇 군데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집에서는 ‘따귀’라고 부르는데, 뼈에 붙은 고깃살이 상당하다. 콜라겐 덩어리인 물렁뼈(연골)도 꽤 많다. 1~2인 식사로 적당하다. 음식이 식기 전에 먹으니 야들야들하다. 물렁뼈와 살을 함께 1분 정도 씹으니 단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저녁 술안주로 제격이다. 오랜 시간 약한 불에 끓인 탓에 육질이 부드럽다. 사진 촬영을 하다 보니 음식이 약간 식었는데도 별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음식이 그렇듯 고기국물 음식은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좋다. 그것이 영춘옥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는 비결이다.
영춘옥은…
❖ 위치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돈의동 131)
❖ 전화 02-765-4237
❖ 메뉴 꼬리곰탕 1만6000원, 해장국 7000원, 곰탕 8000원, 꼬리찜 3만2000원, 편육 1만6000원, 따귀 2만7000원 ※ 24시간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