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미국의 유명 건강전문지 <헬스>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을 선정, 소개했다. 김치(한국), 낫토(일본), 올리브유(스페인), 요구르트(그리스), 렌틸콩(인도)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5대 건강식품 중 유독 낯선 게 있었으니 바로 렌틸콩이다.
렌틸콩은 우리나라의 쥐눈이콩(크기가 아주 작은 검은 콩으로 서목태 혹은 약콩으로도 불림)보다 작고 녹두와 비슷하게 생긴 콩이다. 학명에 따라 렌즈콩으로 불리기도 한다. 렌즈콩은 카메라와 안경에 사용되는 렌즈의 어원이 됐다. 실제 렌틸콩은 볼록렌즈와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렌틸콩이 처음 유래된 곳은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주요 식량으로 재배됐을 만큼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주요 산지는 캐나다, 인도, 호주, 터키, 미국 등이다. 중동, 북아메리카, 지중해 연안,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에서도 여러 변종(變種)을 재배하고 있다.
렌틸콩은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단백질, 섬유질, 엽산, 비타민B, 철, 인, 아연 등이 풍부하다. 렌틸콩의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아이소류신(Isoleucine)과 라이신(Lysine)이 포함돼 있다. 필수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아미노산으로, 인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섭취해야만 한다.
건강상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도 렌틸콩의 큰 매력이다. 렌틸콩의 풍부한 섬유질과 엽산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춰준다. 특히 여성에게 이로운 점이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렌틸콩을 꾸준히 섭취하는 여성들은 유방암 빈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산부에게 좋은 비타민B와 태아 기형을 예방하는 엽산(葉酸)도 풍부하다. 변비 개선과 다이어트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도, 유럽 등지서 각종 요리에 널리 활용
현재 렌틸콩을 가장 즐겨먹는 국가로는 인도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인도인들은 매일 빵이나 밥과 함께 렌틸콩을 먹는다. 카레를 비롯해 다양한 요리에 렌틸콩을 사용한다. 인도음식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달 마크니’, ‘달 부카라’ 등의 카레 메뉴가 렌틸콩을 주재료로 하는 요리다. 달(Dal)은 렌틸콩을 가리키는 인도어다.
유럽인들도 렌틸콩을 널리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는 렌틸콩을 푹 끓여서 스튜를 해먹거나 삶은 렌틸을 야채와 섞어 샐러드로 즐겨 먹는다. 렌틸콩은 찜이나 수프 요리에도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렌틸콩이 재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이후 몇몇 수입업체들이 렌틸콩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찾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가수 이효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렌틸콩을 곁들인 아침 식단을 사진에 담아 올리면서 렌틸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불붙었다. 이효리는 블로그에 “삶은 렌틸콩에 올리브유와 비니거(Vinegar: 식초)를 넣고 살짝 볶았다”며 자신의 렌틸콩 요리법도 간단하게 소개한 바 있다.
렌틸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부 식품업체는 렌틸콩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렌틸콩 가공식품 시장을 만들어가는 선두주자는 종합식품업체 오뚜기다. 오뚜기는 지난 5월 렌틸콩을 넣은 ‘3분 렌틸카레’와 ‘3분 렌틸짜장’을 새롭게 출시했다. 오뚜기 ‘3분 요리’는 국내 즉석식품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전진배 오뚜기 마케팅팀장은 “3분 요리에 더 좋은 식재료를 첨가해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건강식품인 렌틸콩에 주목하게 됐다”며 “렌틸콩의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카레 등과 잘 어울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지난 5월15일 출시한 ‘3분 렌틸카레’와 ‘3분 렌틸짜장’은 6월 말까지 32만여개가 판매됐다. 첫 달 보름간 6만여개가 판매된 데 이어 두 달째는 26만여개가 팔려나갔다.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 반응이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렌틸카레’와 ‘렌틸짜장’ 선보여
오뚜기가 3분 렌틸카레와 3분 렌틸짜장의 주원료로 사용하는 렌틸콩은 호주산이다. 당초 인도산 렌틸콩 조달을 검토했지만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호주산으로 선회했다. 인도 정부가 원칙적으로 렌틸콩 수출을 금지하는 데다 주변국에만 일부 수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얼마나 렌틸콩을 많이 소비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반 가정에서 직접 렌틸콩 요리를 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렌틸콩은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바로 사용하면 된다. 일반 콩과 달리 물에 오랫동안 불릴 필요는 없다. 렌틸콩은 껍질이 얇고 부드럽기 때문에 조리시간도 짧다. 자연히 영양소 파괴도 적다. 렌틸콩은 당근, 마늘, 양파, 파슬리, 올리브유 등과 잘 어울린다는 게 요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맞게 삶은 뒤 여러 재료와 함께 섞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게 무난한 요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