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출장을 갔는데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면? 가족과 여름 휴가여행을 떠났는데 예약이 잘못돼 방이 없다면? 이런 낭패가 없다. 이럴 때 요긴한 스마트폰 앱이 있다. 바로 ‘데일리호텔’이다. 데일리호텔은 당일 남은 호텔 객실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남은 객실을 싸게 판매하려는 호텔과 당일 급하게 머물 숙소가 필요한 소비자를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시켜 준다.

데일리호텔 이용방법은 간편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회원 가입을 한 후 원하는 지역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호텔을 선택하면 된다. 결제는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할 수 있다. 객실과 베드타입은 호텔 체크인 시 정하면 된다.

- 데일리호텔의 신인식 대표(왼쪽)와 신재식 CMO는 “올 여름 휴가지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다면 데일리호텔을 이용해 보라”고 말했다.
- 데일리호텔의 신인식 대표(왼쪽)와 신재식 CMO는 “올 여름 휴가지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다면 데일리호텔을 이용해 보라”고 말했다.

고급호텔 객실 70% 저렴하게 이용
서비스와 같은 이름인 데일리호텔의 창업자는 쌍둥이 형제인 신인식·재식(29) 씨다. 30초 먼저 태어난 신인식씨가 대표이사를, 동생인 재식씨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라 얼굴은 서로 닮지 않았다. 신 대표는 “당일예약은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예약방식”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 모바일 예약의 60%가 당일예약”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호텔은 7월 현재 전국의 350개 주요 호텔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회원은 1만명에 달한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4000객실이 데일리호텔을 통해 예약이 이뤄졌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8월, 107개 제휴 호텔을 통해 한 달에 50객실이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러한 성장의 주요인으로는 간편한 예약시스템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데일리호텔은 스마트폰으로 10번 미만의 클릭으로 1분 이내에 결제까지 가능하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여행사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가격도 놀랍다. 최대 70% 할인된 가격이다. 그것도 고급호텔이다. 이용자는 다양한 호텔 객실을 비교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방을 구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 7월20일 데일리호텔 앱을 깔아 직접 확인해봤더니 24만원짜리 고급호텔 객실을 7만4900원에 이용할 수 있었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특급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80%”라며 “20%의 남은 객실은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당일 남아 있는 객실을 판매해 공실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어 이익이죠. 소비자들은 일일이 호텔에 문의하지 않아도 되고요. 데일리호텔은 실시간으로 남은 객실을 확인해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객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텔은 빈 객실을 판매해 좋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고급호텔을 이용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죠.”

아이디어는 2010년 겨울 여행에서 방을 못 구해 엄청나게 고생을 한 신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호텔경영 수업을 들을 정도로 여행 산업에 관심도 많았던 터였다.

항공권·공연티켓으로 영역 확대
창업을 꿈 꿨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SDS에 취업하는 것을 택했다. 조직 운용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기업 직장생활에선 배울 게 없었다. 3개월 만에 사표를 던진 그는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진학해 창업의 꿈을 다졌다.

그가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나선 것은 2013년부터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호텔과의 제휴였다. 신 대표가 직접 호텔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사나 온라인을 통한 예약만 가능했던 때였다. 신 대표의 말이다. “담당자를 아예 만나지도 못하기도 했고, 만나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도 몇 군데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며 해보자는 곳도 있었죠.”

지난해 7월, 5개 호텔과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한 건의 예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속이 탔지만 좋은 서비스를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첫 예약은 서비스 개시 후 2주 만에 이뤄졌다. 이후 하루 1~2명이 찾기 시작하더니, 이용자 수가 쑥쑥 늘어났다. 어떤 호텔은 비어 있는 객실 80개를 데일리호텔 이용자로 채우기도 했다.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8월 정식 서비스 이후 지금까지 매월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엔젤투자자인 프라이머로부터, 올 6월에는 본엔젤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교편을 잡고 있던 신재식씨가 CMO로 본격 합류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였다. 신 CMO는 “그 전부터 도와주고 있었지만 마음 속 응원이 더 컸다. 그러다 투자 유치를 하는 것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데일리호텔은 빈 객실이 있는 호텔이라고 전부 제휴를 맺진 않는다. 접근성, 시설, 서비스, 할인율 등을 따져서 엄선한다.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도 꼼꼼히 읽는다. 신 CMO는 “이와 더불어 고객만족(CS)팀을 항시 운영해 소비자가 안전하게 체크인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주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응한다”며 “지속적인 서비스 품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감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여행사와 온라인 쇼핑몰 등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호텔이나 이용자들과 쌓아온 신뢰 네트워크는 후발업체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형업체와 달리 우리는 ‘당일 호텔 예약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훨씬 높다고 자신합니다.”

쌍둥이지만 생각이 달라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항상 목표를 향해 같이 움직였다. 두 사람의 시선은 이제 해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신 CMO는 “국내에서 시장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진 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미 일본은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외에도 항공권·공연티켓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신 대표는 “데일리호텔의 노하우를 접목해 향후 호텔뿐 아니라 가치가 소멸되는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서비스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