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인체의 축소판으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연결돼 있는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프랑스 외과의사 폴 노지에 박사의 임상실험 결과, 무릎에 핫팩을 대 뜨겁게 함으로써 자극을 주자 귀의 무릎에 해당하는 경혈점에 반응이 나타났다. 몸의 특정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그 부위와 연결된 귀의 경혈점이 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경혈을 자극해 신체의 다양한 질환 치료를 돕는 것이 바로 ‘이어 테라피(ear therapy)’다. 배소영 이어 테라피스트를 만나 이어 테라피의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 배소영 이어 테라피스트가 불면증을 겪는 여성에게 이어 테라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여성은 이어 테라피를 받고 나서 3년째 복용해오던 불면증 약을 끊게 됐다.
- 배소영 이어 테라피스트가 불면증을 겪는 여성에게 이어 테라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여성은 이어 테라피를 받고 나서 3년째 복용해오던 불면증 약을 끊게 됐다.

자신의 귀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분명 아기였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귀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아기의 귀는 유백색을 띠며 정말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사람이 커가면서 안 좋아지는 신체 부위에 따라 귀의 색깔과 형태가 변형되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귀는 제각각 정말 다른 형태를 갖고 있어요. 건강 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죠. 췌장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의 경우 췌장과 연결된 귀 부위가 췌장이 건강한 보통 사람들과 극명하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배소영 이어 테라피스트는 귀를 보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접영을 배우기 시작한 기자의 귀를 보고 “최근에 허리 통증을 느끼지 않으세요? 허리 쪽 경혈이 약간 붉은색으로 보이네요”라고 말했을 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암벽 등반을 자주 하는 사진 기자에겐 “근골격계가 상당히 발달했어요. 운동 많이 하셨나봐요”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니 ‘이어 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배 테라피스트는 이어 테라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혈요법(auricular acupressure)이라고도 불리는 이어 테라피는 귀에 나타나는 다양한 양성 반응(陽性反應·병 진단을 위한 검사 결과, 특정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해 인체의 건강 상태, 성격, 심리, 체질 등을 파악한 뒤, 경혈을 자극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인체의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자연 치유 요법이다. 침술학 분야의 하나인 이침(auricular acupuncture)의 치료적 방법 중 하나다. 배 테라피스트는 “중국에서 기원한 이침이 16~17세기 유럽으로 전파됐고, 유럽 국가 중에서도 프랑스와 중국의 긴 연구 끝에 체계화됐다”며 “이침은 침구를 사용해 혈을 자극하는 것이고 이혈요법은 귀 경혈점을 자극하는 패치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라피는 어떤 효과를 지닐까. 배 테라피스트는 “국내외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요통, 어깨·목 등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 완화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약물을 통한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부작용이 없으며, 처치가 간편하고 통증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어 테라피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91개의 반응점(귀의 경혈)에 대한 질병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70여개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배 테라피스트는 현재 차의과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에서 보완대체요법을 전공하고 있다. 최근 준비하고 있는 논문은 ‘한국 노년 여성 대상 이혈요법 효과 연구’다. 중원종합노인복지관에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어 테라피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5회째 이어 테라피를 받고 있는 백정애씨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4년째 불면증을 겪고 있었다. 백씨는 “잠을 자려고 3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잠은 안 오고 두통만 계속 이어졌다. 심하게 어지러우면 토를 하기도 했다”며 “이어 테라피를 받고 머리가 맑아졌고 목 통증이 사라졌다. 불면증 약을 끊은 지 3일째”라고 설명했다. 백씨는 테라피 초기 귀가 후끈후끈하고 아픈 느낌을 계속 받았지만 통증은 점차 완화됐다. 배 테라피스트는 “통증이 사라지는 게 치료가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퇴행성 디스크 진단을 받은 김지연씨 역시 이어 테라피로 효과를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언제부터 테라피의 효과를 느꼈나”라는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답했다.

“허리가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별의별 치료를 다 받아봤었죠.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고 침도 맞고 한약도 먹어보고… 하나도 효과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어 테라피를 받자마자 효과를 봤어요. 통증이 다 사라져서 굉장히 신기했죠. 대신 귀는 정말 아팠는데 허리는 전혀 안 아팠어요.”

배 테라피스트는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한 가지 사실을 당부했다.

“이어 테라피가 모든 질환의 절대적인 치료법이 될 순 없어요. 병이나 통증이 완화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죠. 어디까지나 의학과 함께 부족한 치료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암 병동 등 병원에 보완대체요법 전문인이 상주해 있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수술을 받기 전 공포스러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아로마 테라피가 제공된다거나 수술이 끝난 후 통증을 덜어주는 보완대체요법이 적용되는 식이다. 국립보건원이 보완대체의학(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분야를 적극 키우는 것이다. 국내 병원에서도 이런 풍경을 접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의학과 대체의학의 공존을 꿈꿔본다.  

이어캔들테라피는 아로마 향기를 귀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이어캔들’ 끝 부분에 불을 붙이고, 글씨가 있는 쪽을 귀 구멍에 알맞게 꽂으면, 10~15분 정도 타들어 가면서 마음의 안정과 상쾌함을 가져다준다. (원 안) 귀에는 약 150여개의 경혈 자리가 있으며, 인체에 이상이 생기면 귀의 상응하는 경혈 자리에 다양한 종류의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이어캔들테라피는 아로마 향기를 귀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이어캔들’ 끝 부분에 불을 붙이고, 글씨가 있는 쪽을 귀 구멍에 알맞게 꽂으면, 10~15분 정도 타들어 가면서 마음의 안정과 상쾌함을 가져다준다.
(원 안) 귀에는 약 150여개의 경혈 자리가 있으며, 인체에 이상이 생기면 귀의 상응하는 경혈 자리에 다양한 종류의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이어 테라피의 과정]

1 귀를 관찰해 양성 반응이 있는 부위와 경혈점을 확인한다.
2 다양한 관찰 방법이 사용되며, 압통(壓痛·압박시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탐색한다.
3 귀 경혈점을 자극하는 패치(황토볼 형태)를 양성 반응이 있는 귀 경혈점에 부착하고 일정한 정도의 압박을 줘 경혈점을 자극한다.
4 패치는 2~3일간 부착하며, 2~3일 간격으로 패치를 붙인다. 이어 테라피는 보통 8~10회를 기준으로 한다.
5 패치를 붙인 후 통증의 지속 시간은 몸에 이상이 있는 정도와 비례한다. 통증이 느껴지는 시간이 긴 것은 해당 부위가 그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통증이 사라진다. (※이상이 없는 경혈점에 패치를 붙였을 경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 배소영 이어 테라피스트는…
1965년생. 88년 서울대 심리학과 졸. 2011년 북경중의약대학 이침·해부학과정 연수.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석사과정(보완대체요법 전공). 한국이혈요법전인치유학회 강사 및 이어 테라피스트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