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요리로 불리는 것이 쓰촨(四川),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요리다. 워낙 땅 덩어리가 넓은 탓에 중국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재료와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이들 4대 요리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맛과 문화를 갖고 있어 많은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남부 광둥성 주변에서 발달한 광둥요리는 재료 본연의 식감을 최대한 살려 음식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상하이에서는 옷을 사고, 요리는 광둥 가서 먹어라’는 말이 나온 것만 봐도 중국인들의 광둥요리 사랑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광둥성은 16세기부터 스페인, 포르투갈 선교사·상인이 빈번하게 오가던 곳이다 보니, 광둥요리에는 서양 요리 기법이 많이 가미됐다. 반대로 서양 요리 역시 광둥요리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로 대표되는 면 요리가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화한 배경에는 광둥지방 요리법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광둥요리는 중국음식치고는 향이 진하지 않다.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먹기에도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국내 수많은 이들이 식도락 여행의 최적지로 홍콩을 꼽는 이유도 광둥요리가 가진 담백함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광둥요리를 제대로 만드는 중국음식점이 많지 않다.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메뉴를 광둥식으로 꾸밀 경우 마진이 높지 않다. 그런 면에서 청키면가(忠記麵家)는 내오는 모든 요리를 정통 광둥식으로 꾸민 국내 몇 안 되는 중식당이다.

(왼쪽부터)- 달걀면, 숙주나물, 돼지고기, 각종 해산물을 넣고 볶은 청키볶음면. -
(왼쪽부터)
- 달걀면, 숙주나물, 돼지고기, 각종 해산물을 넣고 볶은 청키볶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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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우리나라 ‘갓’을 볶은 것과 비슷한 맛이 나는 카이란마늘볶음. 기름으로 살짝 볶아 채소의 싱싱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 쟈스민라이스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이 일품인 청키볶음밥.
- 가지와 갖은 재료를 뚝배기에 넣고 푹 조린 가지뚝배기.

구름을 삼킨 듯 부드러운 식감 만들어내야
특히 이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완탕면이다. 운탄(雲呑)의 광둥식 발음인 ‘완탕’은 직역하면 ‘구름을 삼킨다는 뜻’이다. 광둥식 만두를 뜻하는 완탕은 이름에 담긴 뜻처럼 마치 구름을 삼킨 듯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내는 데 노하우가 있다. 때문에 청키면가는 홍콩 최대 번화가인 센트럴에서 4대에 걸쳐 60년간 명맥을 이어온 홍콩 청키면가의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진짜 광둥요리를 구현하기 위해 뽑은 요리사 2명은 모두 중국 광둥성 출신이다.

완탕은 만두소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청키면가 완탕면 중에서 가장 인기 메뉴는 새우 살을 통째로 만두소로 쓰는 새우완탕면(대-8500원, 소-5500원)이다. 맑은 육수와 함께 쓰는 새우완탕은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크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만두피도 새우 살이 살짝 비치는 것이 한눈에 봐도 얇다는 느낌이다. 완탕 자체는 다소 짜지만 개운한 국물 맛이 끝을 잡아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은 ‘담백함’에 가깝다.

개운한 국물 맛의 비결은 광둥식 탕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말린 가자미포(脯)다. 살을 뜨고 난 뼈를 중국 남부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바짝 말린 가자미포는 돼지고기 육수의 느끼함을 생선 본연의 비린 맛으로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운동경기로 치면 헤비급 선수를 단숨에 라이트플라이급 수준으로 바꿔준다고 할까. 다만 국물이 식으면 비린내가 약간 날 수 있으니 가급적 뜨거울 때 먹는 게 좋다.

또 청키면가에서는 광둥 현지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달걀면(에그 누들)을 쓴다. 청키면가를 운영하는 김재형 제스코푸드 대표는 “음식에 쓰이는 달걀면은 모두 홍콩 현지에서 생산된 것을 그대로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달걀면은 굵기는 일반국수의 절반이지만, 뜨거운 국물에 삶아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 설익어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을 연상하면 된다.

청키면가에서 새우완탕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국물을 마셔 입안을 뜨거운 열로 채운 뒤 달걀면을 먹으면 된다. 입안에서 면발을 씹어도 면 본연의 쫄깃함이 살아 있어, 면발이 얇은 라면땅을 가득 먹은 느낌이다. 만두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식탁에 있는 작은 그릇에 하얀 후추, 빨간 식초 내지는 매운 고추기름을 담아,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광둥요리는 지리적 위치 탓에 해산물 요리가 많다. 특히 광저우(廣州)와 함께 광둥요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차오저우(潮州)는 한강(韓江)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어 생선, 새우, 조개 등 신선한 해산물을 식재료로 많이 쓴다. 청키면가에서는 광둥식 정통 생선찜과 바닷가재, 새우, 꽃게, 가리비, 바지락, 오징어를 사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광둥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 메추리 튀김도 메뉴로 준비됐다. 재료의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청키면가 내부 한쪽에는 그날 쓸 해산물이 담긴 수조도 있다.

- 청키면가의 가장 인기 메뉴 새우완탕면. 꼬들꼬들한 달걀면과 부드러운 완탕 (광둥식 만두)의 궁합이 잘 맞는다.
- 청키면가의 가장 인기 메뉴 새우완탕면. 꼬들꼬들한 달걀면과 부드러운 완탕 (광둥식 만두)의 궁합이 잘 맞는다.

광둥지방, 바다 인접해 싱싱한 해산물 요리에 사용
달걀면에 오징어, 파, 다진 고기, 새우와 숙주나물을 넣어 볶은 청키볶음면(1만2000원)도 인기 메뉴다. 광둥 지방에서는 볶음 요리의 경우 재료가 지니고 있는 자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많이 익히지 않는다. 간도 싱겁게 하고 기름도 적게 쓴다. 청키볶음면은 짭짤한 양념이 밴 달걀면 면발의 딱딱함을 숙주나물의 아삭함과 부드러움이 잡아준다. 청키볶음밥(1만4000원)은 밥알이 길어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인디카 쌀(Indica Rice)로 만든다. 이 역시 광둥식 그대로다. 청키볶음밥에 쓰는 인디카 쌀은 그중에서도 태국쌀로 불리는 쟈스민라이스(Jasmine Rice)다. 찐 쌀밥에 잘게 썬 다진 계란, 완두콩, 돼지고기 등을 볶아서 만드는데 밥에서 동남아 지역 특유의 묘한 향이 난다. 푹 삶은 가지와 다진 돼지고기 등을 뚝배기에 넣고 조린 가지뚝배기(1만5000원)에 광둥의 부드러움이 담겼다면, 중국식 브로커리인 카이란(芥蘭·1만8000원)과 초이삼(菜心·1만8000원) 볶음에는 신선함이 있다. 광둥 현지인 요리사가 현지 재료를 써가며 음식을 만드니 마치 홍콩, 대만, 중국 광둥에 온 느낌이다. 더군다나 식전(食前)에 보이차까지 내오니 더욱 그렇다. 청키면옥은 3년 전인 지난 2011년 처음 홍대 앞에 문을 열었으며 현재는 용산구 이태원동(2013년 9월 오픈), 중구 다동(2014년 3월 오픈) 등 두 곳에 있다.  

1. 청키면가 무교점 외부 2. 청키면가 무교점 내부
1. 청키면가 무교점 외부
2. 청키면가 무교점 내부


[스타 셰프가 추천하는 이 집]

“광둥에 가지 않아도 광둥에 온 듯 착각”

역사적으로 광둥요리는 중국 정통 한족(漢族)요리라는 주장이 있다. 금(金)나라 침략으로 송(宋)나라 황실은 임안(臨安·현 항저우)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세웠는데, 이때가 남송(南宋)시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현 베이징식 요리는 몽골 등 북쪽 지역 음식조리법 많이 융합된 반면, 남송지역 요리는 중국 중앙부의 전통 요리가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광둥요리가 중국 전통요리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예부터 식재광주(食在廣州)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저우(廣州)는 요리의 본고장이다. 광저우 요리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오늘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반 중국요리는 중국 전통식이 아닌 한국인에 맞춰진 퓨전식이라고 봐야 한다. 때문에 재료도 상당수 냉동된 것을 쓴다. 그러나 청키면가는 100% 광둥식을 표방한다. 나는 예전에 뉴욕 차이나타운 근처에 산 적이 있었다. 당시 종종 시간이 나면 근처 차이나타운에서 광둥요리와 완탕면을 먹어봤는데 무교동 청키면가 완탕면과 거의 비슷하다. 홍콩 3대 완탕 명가답게 청키면가는 탕 요리의 기본인 국물 맛이 균형감이 있다. 흔히 최고의 요리는 이동성(Transportation), 가변성(Transformation), 마법 같은 기술(Magic)이 절묘하게 결합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동성은 마치 광둥 지방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공간적 의미이고, 가변성은 옛날 어머니음식 같은 요리사의 자연스러운 손맛이라면, 마법 같은 기술은 새로운 스타일의 다양한 신 메뉴 기술을 말한다. 청키면가 요리는 그런 점에서 중국 정통의 맛이다. 광둥식 완탕면에 들어가는 달걀면은 설익은 식감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면발이 알맞게 질긴 상태를 ‘알덴테(Al dente)’라고 하는데, 달걀면이 딱 그렇다.

※ 요나구니 스스무(與那國進)는 오키나와(沖繩)에서 태어나 런던, 뉴욕 유명 레스토랑에서 20년간 셰프로 활동했다. 현재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이탈리아·프렌치 레스토랑 ‘오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청키면가
❖ 무교점 02-538-3913, 서울시 중구 다동 58-1(다동길 33)
❖ 이태원점 02-322-3913,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8-4(보광로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