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경영이라고 하면 ‘기업경영’이나 ‘조직경영’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이 경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경영은 다름 아닌 ‘자신경영’이다. 기업 등 조직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잘 경영해야 한다. 자신경영을 잘해야만 조직경영도 잘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경영도 잘할 수 있다.
- <싸우고 지는 사람, 싸우지도 않고 이기는 사람> 中, 송병락 저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목표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프로세스(Process)를 지향하는 서구(미국이나 독일)인에 비해 사람을 더 지향하는 국민성의 영향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목표관리에 대한 지식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바인더를 사용해 자기관리와 목표관리를 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곳에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목표관리법, 시간관리법, 자기경영법을 배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방에서 4~5시간 차를 타고 올라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진 기자가 명품 사진을 찍기 위해 전문 도구인 조명과 렌즈를 장착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듯, 김연아, 박세리 선수가 자신에게 꼭 맞는 운동 용품(스케이트, 골프채)을 항상 지니듯, 자기경영을 위해서도 효과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강 대표는 이러한 자기경영 도구로 ‘3P 바인더’를 꼽는다. 강 대표는 1989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한 뒤 바인더를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바인더를 통해 자기경영을 해오고 있다. 3P 바인더의 3P는 Professional(전문가), Performance(성과), Process(과정)로 일반적인 다이어리 양식에서 탈피해 3P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3P 바인더가 일반 다이어리와 다른 점은 지식의 분류와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해 사용한 다이어리를 이듬해 재사용한 적이 있는가. 아마 한 해가 지나고 나면 다시는 꺼내보지 않은 경험이 많을 것이다. 3P 바인더는 똑같은 사이즈로 제작된 플라스틱 재질의 서브 바인더(보조 바인더)에 종류별 지식과 자료를 분류해 보관할 수 있다. 손으로 메모하는 것만 가능했던 일반 다이어리와 달리 3P 바인더는 속지를 프린터에 넣어 출력·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간 계획표-월간 계획표-연간 계획표-평생 계획표’를 기록할 수 있는 속지는 ‘목표관리’를 돕는 수단이다. 강 대표는 “어딜 갈 때 목적지의 유무는 큰 차이를 만든다”며 “주간 계획부터 평생 계획을 작성하면 단기·중기·장기 목표가 생기고 자발성이 생긴다. 꿈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입사 3년차에 430억원 규모의 의류를 만들어 유통하는 일을 맡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한 번씩 사고가 나면 몇 억씩 손해보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를 할까 고민하다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바인더 커버를 받고, 그때부터 일을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바인더 양식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강 대표는 묵묵히 해나갔다. 양식을 수없이 고치고, 내용을 구분하는 인덱스를 만들고 발전시켰다. 만든 양식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동료나 선·후배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이 바인더 양식을 사용한 팀의 성과가 쑥쑥 올라갔던 것이다. 강 대표가 만든 양식은 입소문이 나 사내 전체로 퍼져나갔고, 나중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사내 강사로 3P 바인더 사용법을 전파하기까지 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졸업생도 아니고,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던 강 대표는 사원에서 시작해 35세에 푸마 한국 지사 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놀랍게도 그가 대리로 승진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때 활용했던 3P 바인더 내(內) 평생 계획표에는 ‘35세에 본부장 되기’라는 불가능해보였던 꿈이 적혀 있었다.
“공채 5기 352명 중 2명만이 당시에 CEO가 됐습니다. 입사 당시 거의 꼴찌로 입사했던 제가 CEO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전 그 성과를 이끌어 낸 도구가 ‘3P 바인더’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경영, 망하지 않을 계획 세우는 게 더 중요”
강 대표의 바인더 사랑은 대단하다. 1.5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은 온 벽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강 대표가 20여 년 동안 기록하고 분류해놓은 500여개의 서브 바인더다. 강 대표의 20여 년 직장생활이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강 대표는 인터뷰 도중 특정 분야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그건 여기 기록돼 있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분류해 놓은 책장으로 단번에 손을 뻗어 서브 바인더를 꺼냈다. 모든 분류와 서브 바인더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는 듯 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굉장히 이기적입니다. 공유하고 나눌 수가 없습니다. 이것저것 뒤섞여 있는 자료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는다면 지식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를 체계화·구조화시켜 매뉴얼로 만든다면 대한민국의 판도가 달라질 겁니다.”
강 대표는 개인이 각 분야에서 이뤄 낸 성과뿐만 아니라 실수와 실패의 경험도 훌륭한 지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기업 경영 전략을 짤 때, 매출을 높이고 잘 하려는 계획만 세우는데 사실 망하지 않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일본에는 도산 기업 경영자들이 모여 집필한 경영 실패 사례집[<사장의 실패>, 팔기회(八起會) 저]이 있다. 실패에서 배울 게 더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3P 바인더를 통해 꿈을 찾고 비전을 찾은 사례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
“지방의 한 경영대학 학장님께서 부산에서 우연히 2시간짜리 제 강의를 듣고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그 길로 무작정 제일 빠른 시기에 잡힌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셨죠. 좀 더 구체적으로 3P 바인더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8시간짜리 강의를 듣고 이를 본인의 대학에 도입해 총장에 도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코치 과정을 들으면서 인생관이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본인이 총장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생 의미 있는 사업으로 사람을 돕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재단을 만드셨습니다. 재단을 통해 초·중·고 학생들, 기업체 간부들을 교육하는 메인 콘텐츠로 저희 강의를 선택하셨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생의 방향성 없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대학생이 바인더를 쓰기 시작하면서 꿈과 비전이 생겨 자기관리를 시작하고 포트폴리오와 기업 분석 바인더를 제출해 목표로 하던 회사에 취업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한 외국계 회사 직원 A씨는 업무에 지쳐 퇴직을 고민하던 때 강 대표를 만났고, 3P 바인더를 접하면서 성과의 달인이 됐다.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해에 연봉이 2000만원 올랐으며, 최연소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B씨는 3개월간 쉬면서 ‘멘붕(멘탈 붕괴)’을 경험했다. 나름대로 인생을 잘 살았노라 자부해왔건만, 남은 것은 집 한 채와 앞으로 생계를 걱정하며 보내야 할 나날들뿐이었던 것. 강 대표는 “상담 때 B씨는 ‘퇴직 1년 전에라도 이것을 알았다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나왔을텐데’ 하는 후회를 하셨다”며 “30년 동안 필드에서 쌓은 지식을 나누기 위해 겸임교수라도 하려고 해도 기록·정리해 놓은 내용이 없어 막막해 하실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의를 듣고도 3P 바인더를 통한 자기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없을까. 강 대표는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3:4:3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30%는 교육한 것보다 3P 바인더를 훨씬 더 잘 활용하는 사람, 40%는 배운 그대로 활용하는 사람, 30%는 며칠 사용하다 잘 안 되는 사람”이라며 “강의가 끝난 후에도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바인더를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P 바인더로 새 삶을 찾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이미 퇴직한 6070세대들까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남 이야기일까요? 인생의 정점을 찍을 때가 아니라 한참 성장하는 시기, 즉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가 있을 때 ‘병행 경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하면서 취미처럼 무언가를 시작하고, 자신에게 맞는 분야다 싶으면 꾸준히 파고들어 그 분야의 그레이트 아마추어(great amateur·위대한 아마추어)가 돼야 합니다.”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강 대표는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록하는 습관을 가졌다”며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천재도 있었지만 그 천재가 기록을 했다면 더한 일을 해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책장으로 순식간에 손을 뻗어 꺼낸 책은 도쓰카 다카마사(戶塚隆將)가 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였다. “도쓰카 다카마사는 하버드 MBA(경영학 석사)를 땄고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에서 근무했는데 이곳들에서는 노트 쓰는 법, 기록하는 법을 철저하게 교육시킨다고 합니다. 맥킨지에는 그들만의 기록 도구인 ‘맥킨 노트’가 있어 신입사원은 선배들에게 노트 쓰는 법을 지도받습니다. 설령 메모가 필요 없는 회의일지라도 반드시 노트를 들고 참석하라고 권합니다. 그럼 상대방은 당신이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동시에 강 대표는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하버드 사람들의 문화를 알 수 있었겠습니까. 1만 3000원으로 이들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면, 절대 아까운 돈이 아닙니다.”
이처럼 ‘독서’는 강 대표를 상징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강 대표의 첫 직장인 이랜드는 아주 혹독하게 독서를 강요하는 회사였다. 1980년대에 ‘독서 경영’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이기도 하다. 대리나 과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승진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시험이 우스갯말로 ‘승진 고시’라고 불린다. 6단계로 이뤄진 승진 시험 중에서도 필독서 시험과 바인더 검사가 인상적이다. 당시 이랜드에는 필독서가 300~400권 정해져 있었는데, 승진 대상자들은 선정된 도서 10~15권 정도를 읽고 시험을 봐야 했다. 한 권에서 한 문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책과 저 책을 연결해 출제가 되기도 한다. 이랜드 교육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바인더는 업무와 자기관리의 도구로 여겨져 왔다. 회사에서는 승진 심사 때 꼭 직원들의 바인더를 검사한다. 80년대부터 시작된 이 문화는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강 대표는 “2평짜리 옷 가게에서 출발한 이랜드가 12조원 매출 기업이 된 밑바탕에는 ‘바인더’가 있다”고 귀띔했다.
“묘한 게 이 바인더를 몇 장만 넘겨보면 그 사람의 성실성, 근면성, 리더십, 관리 능력, 시간관리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랜드는 공부하고 책 읽고 자기 계발을 즐겁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정말 최고의 회사입니다. 하지만 ‘힘든 대학 공부를 마치고 취업 대란을 뚫어 입사했는데 또 공부를 해야 하냐’며 못 견뎌 하는 사람도 많았죠. 이 과정에서 살아남고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들이 지금 이랜드 내(內) 200여 개 회사의 CEO가 돼 있습니다.”
강 대표가 메시지를 전파하고 봉사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독서 모임은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 10만 개, 전 세계적으로는 100만 개의 독서 모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또 꿈과 비전을 불어넣는 3P 바인더의 사용자가 10억 명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31세의 강 대표가 적었던 ‘35세에 본부장 되기’라는 목표가 이뤄졌듯 이 목표가 달성될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3P자기경영연구소에서는…]
3P자기경영연구소의 강의 프로그램들은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상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등 입소문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3P 바인더를 통한 자기경영법 강의는 성인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도 마련돼 있다. 3P 바인더 사용법 설명회는 2시간으로 구성됐다(수강료는 2만원). 직접 3P 바인더를 작성해보는 시간을 갖는 ‘3P 프로과정’은 매월 1회, 8시간씩 진행된다(수강료는 36만원).
8월30일에는 취업을 넘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대학생, 미래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 차별화된 취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 스케치’ 과정이 마련돼 있다. 3개월 과정이며 수강료는 30만원이다. 강사와 함께 자신을 분석한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고 인생 계획을 짜는 시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 강규형 대표는…
1963년생. 90년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89년 이랜드그룹 입사. 93년 이랜드 푸마 생산관리 부서장. 98년 푸마 한국 지사 본부장. 1999~2002년 푸르덴셜생명 라이프 플래너. ~현재 3P자기경영연구소 대표, KMA(한국능률협회) 비전 스쿨 주임교수, ‘독서 포럼 나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