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0일 오후 3시 무렵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건물 입구에서부터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 앞까지 쇼핑객들이 줄을 이었다. 롯데면세점이 한류 스타들을 활용한 콘셉트로 조성한 특별한 진입로 ‘스타 애비뉴(Star Avenue)’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차지였다.
자연히 9~11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매번 중국인 관광객으로 꽉꽉 찼다. 화장품 매장이 자리한 9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코앞 매장부터 고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 역시 중국어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기가 과연 한국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07년 이후 연 평균 20%대의 고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 견인차는 한국 관광산업의 가장 든든한 젖줄이 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러시(Rush)’ 덕분에 한국 면세점 시장은 규모 면에서 2012년 당당히 세계 1위로 발돋움했다. 2012년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10.4%다.
스웨덴 관광통계 전문기관 ‘제너레이션 리서치(Generation Research)’가 가장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롯데면세점은 매출액 3조6138억원으로 세계 면세점 업계 4위를 차지했다. 국내 2대 면세점 업체인 신라면세점도 7위(매출액 2조1007억원)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롯데면세점이 앞에서 끌고 신라면세점이 뒤에서 밀면서 한국 면세점 시장을 세계 넘버원으로 견인한 셈이다.
올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다음으로 내국인 비중이 약 35%, 나머지는 일본인을 비롯한 기타 외국인 관광객의 몫이다. 주목할 것은 2013년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고객 비중이 사상 최초로 내국인 비중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롯데면세점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 고객 급증…쇼핑환경 개선 위해 공간 확장
롯데면세점 입장에서는 중국인 고객이 한마디로 ‘왕’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못지않게 다른 고객들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이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5개월에 걸친 소공동 본점 매장 리뉴얼 공사를 단행한 이유다. 중국인 고객이 급증하면서 내부 혼잡도가 높아졌고, 덩달아 전체 고객들의 쇼핑 불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초연 롯데면세점 홍보팀 대리는 “최근 수 년간 중국인 고객 급증으로 매장 밀도가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쇼핑하는 데 적잖은 불편이 발생했다”며 “그 때문에 매장 내 여유공간을 늘려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리뉴얼 공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은 1980년 2월 최초로 문을 연 이후로 한국 면세점 산업의 역사를 써내려 온 주역이다. 아울러 소공동 본점은 “롯데면세점을 먹여 살린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롯데면세점 전체 점포 중 가장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매장 면적이나 매출 규모, 입점 브랜드 수 역시 다른 점포들을 압도한다. 국내 최대 규모, 최대 매출, 최다 브랜드 점포의 명성도 소공동 본점의 차지다.
롯데면세점은 본점 외에 잠실점, 코엑스점, 부산점, 인천공항점 등 국내 점포 7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지에 해외 점포 6개를 확보하고 있고, 한국 및 중국 인터넷 면세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새 단장을 통해 롯데면세점은 매장 공간을 기존 2개층에서 3개층으로 늘렸다. 롯데백화점 식당가로 사용되던 11층 상당 부분을 면세점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쇼핑 공간 확보에 숨통을 확 틔운 것이다(롯데면세점은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에 입주해 있다).
아울러 고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기존 10층 고객 라운지 외에 11층에도 라운지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고객 휴식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또 에스컬레이터를 추가 확보해 고객들의 이동 정체 문제도 한층 개선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업계 최초로 유아 및 아동용 제품 전문 편집매장인 ‘키즈존(Kids Zone)’도 신설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산 유아·아동용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 조치다. 실제 기자가 롯데면세점 키즈존을 찾은 시각, 젊은 중국인 부모 여럿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키즈존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매출액 면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판매 수량 면에서는 국산 화장품 브랜드다. 특히 중국인 고객들에게 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소공동 본점에서 중국인 고객이 가장 붐비는 곳이 바로 9층 화장품 매장이다. 더욱이 중국인 고객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단품 몇 가지를 사는 게 아니라 쇼핑가방에 한가득 담아 갈 정도다.
이 때문에 롯데면세점은 이번 리뉴얼 공사에서 9층 화장품 매장 쇼핑 환경 개선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매장의 동선을 확장해 고객들의 혼잡도를 줄였다. 그러면서 본점 9층 화장품 매장은 단일 화장품 매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가 됐다. 그뿐 아니라 국산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도 대거 보강함으로써 국내 최다 브랜드 보유 점포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했다.

국내 브랜드 다수 보강…국산품 판로 확대 기여
이번에 추가된 국산 화장품 브랜드는 비욘드, 비디비치, 아이오페 등 12개다. 이로써 소공동 본점에 입점한 국산 화장품 브랜드는 총 50개가 된다. 롯데면세점 측은 국산 화장품 판로 확대와 우수 브랜드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본점에 입점 중인 화장품 브랜드는 모두 186개에 달한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고객의 쇼핑 기호를 감안해 국산 브랜드 외에도 메이크업포에버, 케이트서머빌, 폴앤조 등 새로운 수입 화장품 브랜드도 추가 유치했다. 또 조말론, 아이젠버그 등 외국 유명 프리미엄 향수·화장품 브랜드도 선보였다. 최근 고객 수요가 급증하는 향수 제품군 확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본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면세점인 소공동 본점을 아시아 대표 면세점으로 만들기 위해 리뉴얼을 실시했다”며 “새롭게 단장한 본점은 고객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안락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의 선구적 발자취]
롯데면세점은 백화점처럼 매장별로 구획화된 ‘부티크’ 스타일을 세계 면세점 업계 최초로 시도한 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이른바 ‘빅3 명품’을 유치한 것도 세계 면세점 업계 최초다. 그 덕분에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한국 관광산업 성장에도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다. 세계의 명품 브랜드를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을 구축함으로써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평균 점유율 40% 이상을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시장 점유율이 50%선에 도달했다. 이제 롯데면세점의 눈길은 세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 비중을 높여 2015년까지 세계 ‘톱2’ 면세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해외 매장을 열었고, 2013년 4월에는 세계 유수의 면세점 업체와 입찰 경쟁을 벌여 미국 괌 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는 개가를 올렸다. 또 2013년 6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이미 글로벌 면세점의 위상을 상당 부분 갖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