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하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 사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중동 가자지구 내 포탄 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아르헨티나는 지난 7월31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로 시계(視界)를 돌려보자. 박근혜정부 내각이 출범했지만, 세월호 사태로 인한 내수 침체는 여전하다. 이러한 시장 불안감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곳이 바로 환율 시장이다. 그러나 환율 시장 불안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수는 없다. 채권, 펀드 등 현대인들의 자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어렵지만 환율 변화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당장 자녀 유학비를 보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반기 환율 시장을 점검해보고, 투자 전략을 함께 살펴봤다.

하반기 수출입 중소기업들의 환율 전략이 환차익 증대에서 환손실 감소로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들의 경우 그만큼 기업들이 하반기 원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걸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환차익을 노린다는 뜻은 원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높아질 때 달러를 팔아,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받으려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환손실 감소를 노린다는 뜻은 전반적인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여 달러를 팔아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잠깐의 달러 강세를 틈 타 손실을 최소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지난 8월8일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수출입 중소기업 180곳의 환율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3%가 하반기 환율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차익을 얻을 때까지 기다렸다 달러 매도’가 기존 60%에서 44%로 16%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환손실을 입더라도 계획대로 매도’(20% → 32%) 와 ‘손실 및 차익을 고려하지 않고 수령 즉시 매도’(8% → 20%)하겠다는 의견은 각각 12%포인트씩 늘었다.

올해 초 달러 당 1090원에 육박하던 원화는 지난 7월 1010원에 거래되며 가치가 크게 뛰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유로존 경기 부진 등으로 조정을 받으며 달러당 1,020원대까지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다.

수출 기업 환율 전략 대폭 수정
국제 지정학상의 불안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환율을 상승(원화 약세)시킨다. 지난 8월8일 미군의 이라크 반군 공습 승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한때 환율은 4개월 만에 1040원선을 돌파, 1041.3원까지 올랐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 확산과 유럽 지역의 디플레이션 우려 심화 등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의 하락을 점쳤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난 8월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군사 훈련 중단 뉴스로 일시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9일에는 미·독 정상이 러시아 추가 개입에 경고를 나타내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러시아가 이에 맞대응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 부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전 자산 선호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7월말 발표된 유로존 7월 물가 상승률은 0.4%로 2009년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 목표치로 제시한 2.0%에서 더 멀어졌다. 8월5일(유럽시간)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지난 2분기(4~6월) 성장률 잠정치가 -0.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 전문가 예상치(0.2%)를 밑도는 결과로, 지난 1분기(-0.1%)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경제가 뒷걸음치며 이탈리아는 ‘경기 후퇴(Recession)’에 빠졌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 기업들의 경기 체감도를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ZEW(유럽경제연구센터) 금융시장신뢰도지수는 7월 27.1에서 8월 8.6으로 한 달 새 18.5포인트 폭락했다. 2012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복잡한 국제 상황과 더불어 국내 경제 정책들도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눈여겨봐야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새로 부임한 이후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춰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원화 가치는 단기간에 하락할 거라는 분석이다. 제로 금리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간 차이가 좁혀지면서 우리나라에 투자됐던 외국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6월1일 환율이 게시된 서울 명동의 환전소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 지난 6월1일 환율이 게시된 서울 명동의 환전소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딤섬펀드 관심 커져
지난 8월8일 중동 지역 불안으로 장중 치솟았던 환율이 전일보다 1.1원 하락 마감할 수 있었던 데는 예상보다 좋게 나온 중국 무역지표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좋으면 한국 경제도 더불어 순항할 거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총액은 2129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7.0% 증가와 전월 증가율 7.2%를 모두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4~6월)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7.5%)를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호전됐다. 중국 경제 선행지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 51.7로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해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HSBC은행은 최근 위안화 강세로 역외(域外) 위안화 표시 채권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환 투기꾼들이 딤섬본드(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 시장으로 몰려올 걸로 예상했다. 씨티·ANZ은행 등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위안화 강세를 전망했다.

지속적인 우리나라의 경상 흑자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흑자 기조가 비정상적으로 계속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래 환율 메커니즘에 따르면 흑자가 계속되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품 가격이 올라가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수입이 늘어나 흑자가 줄고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

그런데 그 메커니즘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8월7일 ‘원고 불황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경상 흑자 확대 → 원화 강세 → 수출 감소, 수입 증가 → 경상 흑자 감소’로 이어지는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원화 절상에도 경상 흑자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내수 침체로 불황형 흑자가 누적되면서 원고(高) 압력이 증대될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상승이 제한되면서 원화 가치도 오름세에 한계를 보일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건설은행은 “자본 유입세가 9월 중순 멈추면서 위안화 상승 기대감이 빠르게 수그러들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의 일방적 상승은 중국 인민은행의 양방향 변동성 확대 의도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건설은행은 올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15~6.25위안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말은 원화의 가치도 상승폭이 제한될 거라는 뜻이다.

1000원대 떨어지자 외화 예금 급증
해외펀드 투자를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환 헤지(환 위험 회피)를 고려해볼 만하다. 단기 투자를 하려면 ‘헤지형 펀드(H형)’를 고르라는 조언이 많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해외펀드 특성상 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매 시 환차손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하면 미래 환매 시 현재 정해진 환율로 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올라 수익금이 줄어드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H형 펀드에 투자하면 기본 수수료 외 헤지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환차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달러를 쓸 일이 있으면 되도록 미루는 것도 상책이다. 결제일이 미뤄질수록 그만큼 환차익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냈다면 송금을 가급적 미뤄야 한다.

그러나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걸로 본다면 펀드 등 투자 상품을 환율 변동에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펀드를 환매할 때 원화 가치가 투자 시점보다 떨어졌다면 시세 차익에 환차익을 덤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분할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언저리까지 떨어지자 발 빠른 자산가들은 외화예금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환율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추후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환차익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은행권의 거주자 외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584억 2000만 달러로 한 달간 14.2%(73억 2000만 달러) 늘어났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예금주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법인이나 6개월 이상 머물고 있는 내·외국인이다. 국내 은행에 예치된 외화 예금이 403억 8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42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 예금은 180억 4000만 달러로 30억 9000만 달러 많아졌다.  

- 지난 7월2일 원·달러 환율이 1009.20원에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 지난 7월2일 원·달러 환율이 1009.20원에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해외여행 시즌 환전 재테크]

여행갈 때 공항 말고 사이버 환전소 이용해야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시 신용카드를 쓰면 환전(換錢) 수수료에 카드 사용 수수료까지 내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현금 사용을 추천한다. 현금을 환전할 때엔 휴가철 일부 은행들에선 70~80%씩 수수료 할인 행사를 펼친다. 월급통장이나 살림통장을 만들어 둔 주거래 은행에서도 50% 이상 수수료를 깎아준다.

공항 환전소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사람들이 마지막에 환전하는 곳인 만큼,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럴 때엔 사이버 환전소를 이용하는 게 좋다. 외환은행 사이버 환전소(open.keb.co.kr/cyberfx.web)는 외환은행 이용자가 아니라도 환전 신청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인천공항 출국장 지하에 있는 외환은행 지점에 가면 달러의 경우 최소 50%, 최대 70% 수수료 할인을 받고 환전할 수 있다.

동남아 돈은 현지까지 달러를 가지고 나가 환전 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동남아 화폐로 바꿔야 하는데, 달러를 동남아 화폐로 바꿀 때 은행 수수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필리핀 페소화의 경우, 제일 수수료가 낮다는 은행이 6%를 떼고 대부분 은행은 10%를 뗀다. 베트남 동(VND)은 보통 11~12%나 된다. 하지만 달러를 현지에서 환전할 경우 드는 수수료는 1% 정도 수준이다.

일각에선 원화가 강세로 움직여 환율이 떨어질 걸로 전망된다면 현찰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는 한 달 이후 결제되기 때문에 그 기간 원화가 강세를 보인 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수수료 절감 이익과 한 달 뒤 결제가 이뤄져 발생하는 환차익을 따져야 한다. 수수료 절감 이익이 환차익보다 크다면 현찰을 쓰고 반대의 경우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