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정책적 특징은 기업 배당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가령 가계소득이 늘어나도록 배당소득 증대 세제를 신설했다. 이는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내려, 소액 주주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이다. 반대로 기업에는 배당이 당기 소득의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로 과세하겠다는 정책을 펴, 주주 배당을 늘릴 방침이다. 그런 면에서 올 하반기 ’배당’은 주식 투자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은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기피할 때 단골 메뉴처럼 내건 이슈였다.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배당액이 너무 적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배당과 같은 부수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를 할 수 없다면서 정부·기업을 압박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전혀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는 아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지수) 코리아지수 기준, 국내 증시 배당수익률은 1.02%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우리 증시가 포함되는 MSCI 신흥국지수 평균치(2.64%)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배당성향도 11%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배당수익률이 주당배당금을 결산일 주가(종가 기준)로 나눈 것이라면 배당성향은 전체 배당금을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성향비율이 얼마인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지난해 주당순이익이 2000원을 기록한 A라는 상장사가 배당성향을 15%라고 정했다면, 보통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주당 300원이 된다. 다시 말해 배당성향은 회사가 기록한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얼마씩 돌려주느냐를 설명하는 수치다.

저금리 시대, 배당 증가 요구 거세진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그만큼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주주 배당에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개발(R&D) 및 설비 보강을 위한 투자 용도로 쓰기 위해 주주 배당에 소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외 투자자의 배당액 인상에 대한 우리 상장기업들의 대응 논리가 바로 이랬다. 순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 없이 배당금으로 나눠주면 기업은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배당 확대’라는 대세를 거스르기 힘들 게 생겼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당장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것을 놓고 주식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의 경우 지난 2010년(회계연도 기준) 약 337조원에서 작년에는 전년보다 55% 늘어난 520조원을 기록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퀀트)은 “최근 정부가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들에게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굳이 이것이 아니라도 현재 우리 경제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으며, 증시 내 기관 투자자 비중이 늘어난 것을 볼 때 지금보다는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순환 출자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추후 배당액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통상적으로 배당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기준은 수익성, 최대주주 지분율, 현금흐름, 기업지배구조, 유동성 등이다. 부채비율이나 기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은 기업도 주주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또 대주주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외국인 지분이 높은 곳도 통상 주주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주요 배당주펀드(주식형)들이 보유한 종목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43개 배당주펀드(주식형) 중에서 연초 대비 성과가 상위권에 있으며,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많은 5개 펀드(8월19일 기준)를 조사해봤다. 이런 기준에 따라 나온 펀드는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 신영고배당펀드,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펀드, 베어링고배당펀드, KB배당포커스펀드였다. 이들 다섯 개 펀드가 보유한 종목(보유 종목 기준)을 각각 10개씩 분석한 결과(6월2일 공시 자료 기준), 삼성전자와 SK텔테콤을 종목에 편입시킨 펀드가 4곳이었으며, 네이버, 포스코, 현대차, 한전KPS, LG화학, LG전자, KT&G, 리노공업도 이들 펀드들이 선호하는 종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주펀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는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종목 변동이 많지 않다. 따라서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주요 펀드들이 편입한 종목을 보편 몇 가지 패턴이 나타난다.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다시 말해 2위와 확실한 격차를 보이는 기업이거나 운송, 에너지 등 유틸리티와 통신 업종이 많다.

- 정부 지분이 들어가 있는 상장사는 배당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강원랜드.
- 정부 지분이 들어가 있는 상장사는 배당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강원랜드.

주요 배당주펀드, 삼성전자·SKT 보유
유틸리티 업종은 시설 투자 금액이 커, 수년에 한 번씩 투자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매년 돌아오는 이익금은 일정 부분 배당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통신 업종도 비슷한 이유다. 또 정부 지분이 있어 향후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도 배당 투자용으로 적당하다. 포스코, KT&G, 강원랜드, GKL, 한전KPS, 한국전력 등이 대표 종목이다.

가령 KT&G는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4.3%, 배당성향은 70.6%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예상되는 배당수익률은 3.3%다. 주 판매 품목인 담배의 경우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오히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정비 기술을 보유한 한전KPS는 향후 5년간 발전 설비가 꾸준히 늘어나 배당액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종목이다. KT&G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 환율, 유가 등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다. 지난해에는 2.7%의 배당수익률과 45%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기록한 배당성향은 평균 54%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렇지만 배당 투자에도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히 많이 배당해주는 ‘돌쇠형’보다는 야금야금 배당을 늘려가는 ‘꾀돌이형’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5일 발표된 대우증권 증시 보고서(제목: 배당주 투자, 배당의 안정성과 함께 성장성을 고려하자)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수익률 기준 상위 10% 기업들은 각각 대형주와 중형주 평균치보다 지난해 1년 동안 9.59%, 9.02%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기균 대우증권 연구원(퀀트)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향후 배당률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 역시 배당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배당과 이익이 안정적인 ‘고배당주’와 배당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성장배당주’로 구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이 제시한 고배당성의 기준은 △평균 3년간 배당수익률이 2% 이상이고 △5년간 당기순이익에 큰 변화가 없는 종목이다. 또 성장배당주 기준은 △3년간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기록했고 △매년 배당액이 증가하고 있는 종목을 꼽았다. 대우증권은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기타포괄이익누계액)이 높은 기업을 성장배장주로 분류했다. 쉽게 말해 사내에 쌓아놓은 돈은 많으면서, 반대로 주주에게 배당은 적게 하는 기업이 성장배장주라는 것이다. 두 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끝에 대우증권이 추천한 종목은 한국쉘석유, 한라비스테온공조, 신라교역, LG, 일신방직,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기아차, KCC, 세아베스틸, 넥센 등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8월4일 펴낸 보고서(제목 : ‘배당’이 지배하는 시장, 그리고 실적)에서 △대주주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핵심 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고자 할 때 배당의 형태로 현금을 지급해 줄 수 있는 기업 △전통적인 고배당주 △일정 수준의 배당+안정적인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제 개편으로 향후 배당지표가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 등을 배당 종목 선별 기준으로 꼽았다. 키움증권의 경우 향후 배당액을 늘릴 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3개년 0.3% 미만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했다. 이런 기준에 부합되는 종목은 금호타이어, 대림산업,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디엔에프, 롯데칠성, 에스엠, 엔씨소프트, 제이콘텐트리, 제일기획, 팜스코, 한국전력, 한국콜마, 한미약품, 한솔테크닉스, AJ렌터카, CJ E&M, CJ대한통운, CJ헬로비전,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 NHN엔터테인먼트,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는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에 비해 배당 실적이 작은 기업을 보면 주로 10대 그룹이 많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장 계열사에서는 배당을 많이 받고, 상장 계열사에는 배당액을 크게 가져가지 않는 전략을 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계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지금까지 △저(低)배당 △고(高) 사내유보금 정책을 펴온 기업이 ‘투자 0순위’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도 배당 증가할 듯
중소형 주식 역시 대주주 지분이 많고,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비중도 상당한 기업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자동차 내장 부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코스피기업 덕양산업은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21%, 배당성향은 951%다. 반면 지난해 매출 8366억원, 영업손실 12억7084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대주주인 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 비스테온이 투자금을 빠른 시간 내 회수하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외국계 기업이 투자했더라도, 외국계 기업이 단기 차익만을 노린 투자자라면 오히려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관련 종목의 매출, 이익이 안정적인 성장을 나타내고 있는지가 배당 투자에서는 가장 중요한 투자 지표다.

 

[펀드도 배당주가 대세]

수익률 호조…유입금 계속 늘어나

보통 배당주 주식형펀드는 액티브 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곡선을 그렸다는 뜻이다. 성장주보다는 가치주펀드와 패턴이 비슷하다. 지난해부터 배당주펀드에 투자금이 꾸준하게 늘고 있는 것도,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펀드 시장에서 가치주 펀드가 대세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8월19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 배당주펀드는 연초 대비 12.37% 수익률을 기록해 2.52%를 기록한 주식형펀드 평균치를 크게 앞섰다. 유입액도 꾸준히 늘고 있어, 올 들어서 펀드에 들어온 돈만 8685억원이다. 다른 펀드들이 꾸준히 환매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순자산이 2조3150억원에 이르는 대표 배당주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7%를 기록했다. 베어링고배당펀드(순자산 2247억원)는 연초 대비 10.5% 수익률을 달성했다. 베어링고배당은 지난 2002년 설정된 국내 최초 배당주펀드이며, 신영밸로고배당펀드는 펀드 규모가 가장 크다. 신영자산운용은 신영밸류고배당 외에도 신영고배당, 신영프라임배당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장기 투자용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상당수 종목이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한 종목이어서, 가치주 투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당초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세를 타면, 이익 실현성 환매 매수가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최경환 경제팀의 배당정책으로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예년에는 연말에 가서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반짝 늘어나곤 했지만, 올해는 최경환 경제팀이 배당 확대 정책을 펴고 있어, 하반기에도 인기가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