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년 전통의 와인 제조 역사를 가진 안티노리사의 부사장 알비에르 안티노리(Albiera Antinori)가 지난 6월24일 한국을 찾았다. 안티노리사(社)는 매년 미래에 와인 시장이 유망한 국가만을 선택해 방문하는데 한국은 매년 후보 국가로 꼽혀왔다. 이탈리아 와인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안티노리 와이너리의 차기 경영을 맡은 알비에라 안티노리 부사장을 만나 그가 바라보는 한국의 와인 시장과 한국을 공략할 미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안티노리 가문은 이탈리아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전 세계에 알린 와인 명가다. 약 630년 동안 26대째 와인을 제조해 오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프리미엄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알비에라 안티노리는 이탈리아 와인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의 장녀로, 현재 안티노리의 부사장이며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급성장했습니다. 전문가 수준으로 와인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아주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비에라 부사장은 한국 와인 시장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초반에는 티냐넬로(Tignanello)나 솔라이아(Solaia)처럼 많이 알려진 제품들이 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빌라 안티노리(Villa Antinori)나 페폴리(Peppoli)처럼 마시기 쉬운 와인들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알비에라 부사장은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오크향이 지배적이지 않은 와인이 인기”라며 “식사와 와인을 곁들이기 때문에 음식과 어울리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선호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알비에라 부사장은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오크향이 지배적이지 않은 와인이 인기”라며 “식사와 와인을 곁들이기 때문에 음식과 어울리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선호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포도 품종의 장점 최대화시키는 블렌딩
티냐넬로는 안티노리 가문의 25대손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이 만들어 낸 것으로 전통적인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 산지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과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블렌딩(blending·두 개 이상의 성분을 조합하는 것)한 와인이다. 전례 없이 와인 제조에 허용된 품종과 양조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시도를 한 것이다.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라며 피에로 후작에게 특별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솔라이아(Solaia)’는 지난 2000년 이탈리아 와인 사상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 세계 100대 와인’ 1위에 올라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의 품질을 널리 알린 제품이다.

알비에라 부사장은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솔라이아가 최초로 세계 1위 와인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솔라이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와인 전체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는 토종 포도 품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다른 국가의 포도 품종과 블렌딩을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상식에 대해 알비에라 부사장은 자신의 소신을 내놓았다.

“좀 더 복합적인 맛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해외 품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블렌딩을 할 때 꼭 와인의 본고장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블렌딩은 단순히 이 포도 품종과 저 포도 품종을 섞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점을 최대화시켜 하나의 완벽한 와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안티노리사는 전 세계적으로 와인을 많이 수출하고 있지만,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이탈리아다. 알비에라 부사장은 “블렌딩을 하더라도 이탈리아 포도 품종을 대표하는 맛을 만들어낸다”며 “이탈리아 떼루아(terroir·포도밭을 둘러싼 전반적인 지리적·기후 환경)를 반영해 이탈리아 와인의 고유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라인 업으로 승부할 것”
아직까지 이탈리아 와인은 고가 와인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도 ‘프리미엄’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시장에서든지 최고급 와인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최고급 와인이 잘 알려지고 나면 나머지 와인들도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습니다. 저희 안티노리사는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중저가 제품을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되,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저가의 와인도 ‘고급스럽게’ 만들어 승부하겠다는 얘기다. 알비에라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이 아직 접하지 못한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며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라인 업으로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너리의 현 오너인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의 아버지, 니콜로 안티노리(Niccolo Antinori) 후작은 항상 ‘품질 제일주의 경영철학’을 내세웠다. 그는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철학이 모두 알파벳 P[열정(Passion), 인내(Patience), 끈기(Perseverance)]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알비에라 부사장은 “26대째 와이너리의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와인을 제조하는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며 “선대로부터 받은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투스카니 지역 등 이탈리아 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품질을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이뤄 낸 ‘안티노리의 탄생’]

1385년 지오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Giovanni di Piero Antinori)가 중심이 돼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을 시작한 안티노리사는 현재까지 26대에 걸쳐 와인 제조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와인 명가다. 공식적인 문서 기록으로는 남아 있지는 않지만 안티노리 가문은 이미 1180년대부터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교외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포도나무를 심고 경작했으나 1202년 전쟁으로 인해 피렌체로 이주했고, 당시 상업 도시였던 피렌체에서 비단직공조합에 가입하며 정착했다. 이후 1293년 피렌체의 와인 생산자들이 모여 와인생산조합을 결성했는데, 안티노리는 1385년 이 조합에 가입하면서 공식적인 기록을 통해 와인 생산 가문으로 인정받았다. 17세기 후반부터 와인 품질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으며, 사업도 활기를 띠었다. 1729년 교황 클레멘스(Clemens)가 안티노리의 와인을 선물로 받으면서 바티칸 교황청이 안티노리의 주요 고객이 되기도 했다.

안티노리사는 지난 2013년 2월 피렌체 교외의 바르지노(Barnigo) 언덕에 현대적인 와인 셀러(wine cellar·포도주 저장실) ‘안티노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sico)’를 설립하고 본사를 이전했다.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명소로서 토스카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알비에라 안티노리(Albiera Antinori)는 …
안티노리 가문의 26대손. 1994년 이탈리아 프루노토(Prunotto·피에몬테 지역 전통 와이너리) 와이너리 대표, 현 안티노리 부사장 및 마케팅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