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 도시 곳곳에서 뚜벅뚜벅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과 지난해 정원 박람회가 열렸던 순천만정원,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과 봉화산 둘레길은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순천만 갈대밭은 한 폭의 풍경화다.
-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순천만 갈대밭은 한 폭의 풍경화다.

갯벌에 펼쳐진 갈대의 향연
특히 전남 남해안의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는 세계 최대의 연안 습지로 유명하다. 갯벌에 펼쳐져 있는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群落)의 멋들어진 풍경으로 인해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바로 순천만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8월6일, 순천만에는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갈대밭은 바람이 부는 모양대로 물결을 이뤘다. 가을에는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것이 너무나 쉽게 상상이 됐다.

순천만 갯벌의 전체 면적은 26.5km²(870만 평), 그중 갈대밭의 면적은 5.6km²(180만 평)에 달한다. 갈대는 계절마다 새로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청갈대에서 시작해 은갈대를 거쳐 금갈대로 변신한다. 갯벌 위로는 게와 짱뚱어가 보인다. 이곳의 갯벌이 얼마나 건강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순천만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생태 체험선이나 갈대 열차를 타고 둘러보거나, 걸어 다니면서 돌아보는 방법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잘 돼 있어 걸어 다니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다.

탐방객 대부분은 방학과 휴가를 맞아 찾아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중국어와 일어가 들리며, 외모로 외국인임을 짐작할 수 있는 관광객들도 여럿 눈에 띤다. 관광객들이 갈대밭 사이를 거니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순천만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용산(龍山) 전망대다. 용산은 말 그대로 용을 닮아 이름 붙여진 산이다. 흙길을 따라 용산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갈대밭은 평야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정원이다. 

서울에서 가족여행을 온 손혜경 씨는 “순천만의 푸른 갈대가 황금빛으로 변하면 더욱 장관일 것 같다”며 “올 가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새롭게 단장해 지난 4월20일 개장한 순천만정원.
- 지난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새롭게 단장해 지난 4월20일 개장한 순천만정원.

세계 각국의 정원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순천만정원(112만m²)은 지난해 440만 명이 다녀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의 새 이름이다. 순천만정원 꿈의 다리 주변에는 2차로 강변도로가 뚫렸다. 탐방객들은 지하도를 통해 정원을 드나들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순천만정원은 계절별로 색다른 테마로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튤립, 철쭉, 유채꽃 등 꽃을 주제로, 여름에는 물놀이 체험 시설, 나눔 숲 체험장, 호수정원, 돛단배 등 물을 주제로 여러 프로그램들이 펼쳐진다. 가을에는 메타세콰이어 낙엽길, 야외 결혼식 등 갈대를 주제로, 겨울은 눈을 주제로 순천호수정원 스케이트장, 장작화로 등이 운영된다. 순천만정원에 가면 11개의 세계 정원, 11개의 테마 정원, 35개의 참여 정원 등 해외에 가지 않고도 전 세계의 정원과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정원과 늘푸른 정원, 편백숲 등으로 이뤄진 수목원은 아름드리나무와 고즈넉한 산책로로 구성돼 있어 사색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특히 한국 정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자인 세검정에서 대나무 숲의 청량한 바람에 땀을 식히는 것도 멋진 일이다.

순천시의 지형을 형상화한 순천 호수 정원, 갯지렁이가 다니는 길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갯지렁이 다니는 길, 600년 된 팽나무와 재활용된 암석으로 조성된 바위정원도 볼만 하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순천만정원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장소와 시기에 따른 특별 체험 프로그램, 월별 무료 및 유료 체험, 독창적인 상시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 놀이정원에서는 페이스 페인팅, 흙과 유리로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가족애 힐링 체험 프로그램 등을, 생태 체험장에서는 갈대 공예, 흙과 자연 염색, 스타킹 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순천만정원에서 바다 쪽으로 5km 떨어진 순천만을 연결하는 무인궤도열차(PRT)를 타면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김동영 순천시청 주무관은 “순천만정원에는 지난해보다 5만 그루의 나무를 더 심어 자연의 풍요로움을 연출했다”며 “순천만정원과 순천만 갯벌에서 진정한 정원 문화와 힐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기형 순천에코트랜스 대표]

“스카이큐브에서 순천만의 아름다움 만끽하세요”

- 남기형 순천에코트랜스 대표는 “친환경 교통시스템인 스카이큐브는 한계에 도달한 대중교통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남기형 순천에코트랜스 대표는 “친환경 교통시스템인 스카이큐브는 한계에 도달한 대중교통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넓은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순천만정원과 순천만 갯벌을 오가는 스카이큐브를 타보세요.”

순천만정원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는 스카이큐브(SkyCube)를 운영 중인 순천에코트랜스의 남기형(58) 대표는 “지난 4월 공식 개통 이후 올해 말까지 25만 명 이상이 스카이큐브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순천에코트랜스는 2011년 1월 포스코와 순천시의 민간 투자 협약으로 설립됐다. 포스코에서 신규 설비 투자를 담당했던 남 대표는 2011년 순천에코트랜스로 파견됐다가 지난해 4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스카이큐브는 PRT(Personal Rapid Transit)로 불리는 소형 무인 궤도 열차다. 길이 3.6m, 높이 2.5m, 폭 2.1m 크기로 대당 6〜9명이 탈 수 있다. 총 40대의 차량으로 운영되며, 운행 구간은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문학관까지 총 4.64km에 이른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서 시범 운행됐던 스카이큐브는 지난 4월19일 공식 개통됐다. 공식 개통식 이후 스카이큐브를 이용한 누적 탑승객 수는 지난 8월7일 11만 7097명에 달했다. 평일에는 400~500명이, 주말에는 2000~2500명이 몰린다. 지난 5월과 6월의 연휴에는 하루 3000명이 찾았다. 여름휴가 시즌에는 평일에 1000명을 넘어선 적도 있다.

완전 무인 자동으로 운행
스카이큐브는 ‘자율적인 배차 시스템과 무정차 운행’이 특징이다. 미리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운행되는 기존의 철도 등 대중교통 수단들과는 달리 승객의 필요에 의해 차량이 배차된다. 승객의 선택에 따라 혼자 또는 그룹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단 타면 갈아타거나 중간에 정차할 수 없다. 첨단 제어 시스템에 의한 무인 자동 운전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용 요금은 5000원으로 저렴하다. 

스카이큐브는 친환경 교통 시스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00% 전기 에너지를 사용,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철제 차륜이 아닌 폴리우레탄 소재의 차량 구조여서 소음도 거의 없다. 특히 건설비가 지하철의 10분의 1, 경전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

남 대표는 “스카이큐브는 21세기 교통시스템의 혁명이자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한 교통 시스템”이라며 “스카이큐브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며, 고객의 수요와 목적에 맞게 능동적으로 운행되는 교통수단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큐브는 전기버스나 다른 나라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PRT와 비교해볼 때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나 영국의 ‘울트라(ULTra)’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개발해 아랍에미리트에서 상용화된 ‘투겟데어(2getthere)’는 ‘배터리 전력 공급’ 방식을 택하고 있다. 즉 배터리를 일정 시간 동안 충전한 후 운행하는데,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충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소 불편하다. 반면 스카이큐브는 배터리 전력 공급 방식이면서 운행 중에도 전력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어 운영 효율성면에서 뛰어나다.

남 대표가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안전’이다. 공식 개통 이후 월요일마다 운행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확대하는 한편, 보다 철저한 안전 관리, 운행 차량 정비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남 대표는 “스카이큐브는 개발 당시 스웨덴에 테스트 트랙을 설치하고 북유럽 특유의 혹한 기후 조건에서 시스템 성능과 안전을 검증했다”며 “그동안 1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지만 지금까지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도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탑승권 사전 예매 시스템을 오픈했다. “얼마 전까지는 순천만정원 내 ‘정원역’ 현장 매표소에서만 탑승권 구매가 가능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온라인 사전 예매 시스템으로, 보다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이용할 수 있어 스카이큐브 탑승 대기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연인이나 가족 단위 등 다양한 형태로의 예약이 가능합니다. 순천시와 함께 순천만정원과 순천만 탐방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루 승차 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예매하는 것이 편리하다”며 “연말에는 모바일 앱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문학관까지 총 4.6km를 오가는 스카이큐브에선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문학관까지 총 4.6km를 오가는 스카이큐브에선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전 세계 대상 PRT 시스템 보급 나설 것
순천에코트랜스는 스카이큐브 운행 경험과 기술 축적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PRT 시스템 보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PRT는 철도가 갖는 정시성, 안전성, 신뢰성에 자동차가 갖는 접근성, 편의성, 프라이버시를 모두 갖춘 환경 친화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입니다. 복잡한 도시 지역에서도 시스템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고 역사 간 간격을 조밀하게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1~2분 내외의 도보로 PRT 이용이 가능합니다. 한계에 도달한 대중교통시스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PRT 시장에서 스카이큐브는 좋은 모델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