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든 것을 리뷰하는 세상이다. 음식, 호텔, 영화 등 분야도 다양하다. 다수의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후기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만큼 중요 정보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현직 직원들이 작성한 ‘회사 리뷰’는 어떨까. 특정 회사에 재직 중이거나 다녀본 사람들이 해당 직장에 대한 평판을 적는 웹사이트 ‘글라스도어’를 자세히 살펴본다.

구직자들 입장에서 기업들의 진짜 ‘속살’이 궁금하다.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복지 제도는 어떠한지, 오너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등. 겉으로 보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실상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내 문화나 복지 같이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평판일 것이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신뢰감 있게 평판을 정리해주는 곳은 흔치 않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작성한 채용 공고에는 대개 구직자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정보들이 누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 하더라도 장점만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서 제공한 채용 공고를 보고 직장을 선택한다.(사진 : 조선일보 DB)
-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서 제공한 채용 공고를 보고 직장을 선택한다.
(사진 : 조선일보 DB)

전 세계 190개국 2500만 회원 보유
로버트 호만(Robert Hohman)이 만든 웹사이트 ‘글라스도어(www.glassdoor.com)’는 철저하게 구직자들의 입장에서 기업 평판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국 사이트인 이곳은 2007년 만들어진 이후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 걸쳐 2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쌓인 후기는  600만 건에 달한다. 글라스도어에서 직장인들의 후기를 종합해 매년 선정하는 ‘최고의 직장’과 ‘최고의 CEO(최고 경영자)’ 상은 북미 주요 언론도 비중 있게 다루는 소재다.

글라스도어가 특별한 점은 기업이 아닌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평사원은 물론 간부급 직원들도 기업 리뷰를 올린다고 한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후기 작성을 유도하기 위해서 글라스도어는 리뷰를 올린 사람의 정보를 철저하게 숨긴다. 이메일 주소, SNS 주소, 생년월일 등 그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글라스도어에는 신랄하다 싶을 정도의 혹평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한다.

글라스도어에 접속해 리뷰를 쓰려면 전체적인 경험에 대해 별점을 매기고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작성해야 한다. 평판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영진에 대한 충고를 적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글라스도어 안에서는 평소에 말하기 힘들었던 내용을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

글라스도어를 기존의 취업 및 기업 평가 사이트와 더욱 차별화시키는 특징은 바로 기업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가 점수로 매겨진다는 것이다. 완성도 높은 리뷰를 위해 승진 기회, 복지 혜택, 일과 삶의 균형, 경영진, 사내 문화 이 다섯 가지 항목에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에 CEO를 존경하는지, 이 직업을 동료들에게도 권하는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체크할 수 있다. 비록 의무적인 항목은 아니지만 후기를 쓰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기꺼이 동참하면서 후기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글라스도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리뷰 형식으로 연봉과 면접 당시 받았던 질문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떤 질문에 대비해야 할지, 또 취업 후에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글라스도어는 자사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풍부한 정보를 이용해 ‘회사 복지가 좋은 25개 기업’, ‘가장 이상한 면접 인터뷰 질문들’과 같은 리스트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단순히 직업 평판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체적인 직업 정보도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 2014년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된 베인앤컴퍼니 사무실 (사진 : 글라스도어)
- 2014년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된 베인앤컴퍼니 사무실
(사진 : 글라스도어)

베인앤컴퍼니, 일하기 좋은 회사 1위
글라스도어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기업은 어디일까? 2014년 8월 기준으로 보스턴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5점 만점에 4.6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와 3위는 트위터와 링크드인이 각각 차지했다. 미국에서 흔히 언급되는 꿈의 직장인 페이스북과 구글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으며 10위 안에 랭크돼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평판은 박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세계적인 네트워크 SNS 링크드인이 선정한 ‘북미 지역 구직자들이 가장 가고 싶은 100대 회사’에서 85위(2014년 순위는 49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글라스도어에서의 평점은 불과 3.1점. 경쟁사인 애플(3.9점)은 물론 당시 리스트에 있던 기업들의 평균(3.6점)에도 못 미친다.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직접 그 안에서 일해 본 직원들은 다르게 생각했다는 의미다. LG전자 (3.1점), 현대그룹(3.3점), SK하이닉스(2.6점)의 평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한국 기업이 낮은 평점을 받는 공통된 원인은 ‘야근’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업무량이었다. ‘개인적인 삶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을 제 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식의 코멘트는 다반사고, 심지어 ‘무기력하게 일만 하는 좀비 월드’라는 극단적인 혹평도 볼 수 있었다. 경영진의 능력 부재를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아래 직원이 의사 결정에 개입하기 힘든 수직적인 구조와 직원 복지에 무관심한 임원진을 꼬집는 글이 특히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 대기업의 경우 ‘회사의 CEO를 존경합니까?’라는 항목에 ‘예’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북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구직자와 기업 모두 도움 얻을 수 있어
글라스도어의 주된 목적은 구직자들로 하여금 투명한 회사 정보를 제공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건 구직자들만이 아니다. 좋은 평판을 받는 회사 입장에서는 글라스도어가 그 기업에 대한 장점을 홍보해 주면서 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만약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경우엔 제대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고용자 ID를 이용해 부정적인 후기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글라스도어에는 바로 글라스도어에 대한 후기도 올라와 있다. 한 직원이 “시끄러워서 일에 집중이 안 된다”는 후기를 올리자, 글라스도어 담당자는 “사내에 방음 시설을 갖춘 방이 있으므로 그곳을 이용하기 바란다”는 ‘댓글’을 달았다.

글라스도어를 자사 근무 환경을 평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미 2000개가 넘는 기업이 글라스도어의 도움을 받고 있거나, 아예 파트너십(partnership)을 체결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IT 기업인 시스코는 글라스도어의 도움을 받아 2년 만에 24명의 고위 임원을 예상치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채용했다. 글라스도어를 통해 자사의 기업 문화와 직업적 보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소셜 커머스 기업 그루폰 역시 글라스도어를 통해 우수 인재를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 글라스도어와의 협력으로 선택된 목표 지원자(target audience)들에게 집중적인 광고를 실시했고, 그 결과 지원자 수가 2배가량 늘었다. 단순히 구직자들에게만 유리한 게 아닌, 구직자와 채용자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인 것이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등장한 ‘잡플래닛(jobplanet.co.kr)’이 대표적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석 달 남짓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 이용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등록된 리뷰의 수는 21만 건에 달한다. 잡플래닛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윤신근·황희승 공동 대표다. 대학시절부터 같이 일해 온 두 젊은 대표는 알고 보면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독일계 창업 지원 회사인 ‘로켓 인터넷 코리아’와 소셜커머스회사 ‘그루폰 코리아’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한국 취업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이 사이트를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 한 사이트인 만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회사 직원인 것처럼 위장하고 거짓된 정보를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잡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 정주희 과장은 “회사가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갖고 있는지 잡플래닛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리뷰가 올라오는 만큼 맹신하지 말고, 면접을 통해 실제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구직자들이 면접 때 받은 가장 이상한 인터뷰 질문들]

1위. 자포스 사무실에 아무 퍼레이드나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떤 퍼레이드로   하겠어요? (자포스 패밀리)
2위. 당신은 얼마나 운이 좋습니까? (에어비앤비)
3위. 당신이 피자 배달원이면 가위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애플)
4위. 아메리칸 아이돌(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를 하나 부를 수 있다면 무엇을 부르겠습니까?(레드 프로그 이벤트)
5위. 당신은 사냥꾼입니까 아니면 채집꾼입니까?(델)
6위. 당신이 섬에 있고 세개만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오시겠습니까? (야후)
7위. 당신이 시리얼이라면 어떤 시리얼이 되고 싶습니까? (베드 배스 앤 비욘드)
8위. 빅풋(미확인 동물)을  믿습니까?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
9위. 왜 테니스공은 보풀이 많습니까? (제록스)
10위. 인류에 대해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무엇입니까? (작닥)

<자료 : 글라스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