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天池)에서 발원한 백두산 물(白河)은 중국 지린(吉林)성 이도백하(二道白河·중국명 얼다오바이허)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뉜다. 쑹화(松花) 강 상류인 두 지류가 이곳에서 나눠진다고 해 이름 붙여진 이도(二道)는 최고의 수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이도백하에는, 봉황새로 변신한 둘째 아들을 살려준 덕분에 옥황상제로부터 ‘큰 물줄기(白河)’를 선물 받은 아름다운 청년 ‘성수’에 얽힌 전설이 있다.
중국 내 5대 생수 수원지 중 하나인 백두산이 세계 최고 수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쑹화강은 천지(天池), 두만강은 백두산 북쪽, 압록강은 백두산 남쪽에서 발원하는 등 백두산은 무엇보다 수량(水量)이 풍부한 산이다. 중국 대형 생수회사 농푸산췐(農夫山泉), 와하하(娃哈哈), 캉스푸(康師傅)는 지난 2000년 초부터 지린성 백산시 정녕현(靖寧縣)에 공장을 세워 지하수를 채취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그룹이 백두산 광천수를 끌어 올려, 세계 생수시장에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에비앙, 볼빅, 페리에 등이 주도하고 있는 고급 생수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백두산에서 취수한 최고급 물을 사용하려고 한다.

저온 암반수 내두천 물 품질 ‘최고’
우리나라 울릉도부터 프랑스, 하와이 화산지대까지 좋은 물이 나오는 곳을 찾아 전 세계 오지를 모두 둘러본 농심이 이곳 백두산 이도백하를 최적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지난 2003년 무렵이다. 한라산보다 1.5배 높은 백두산은 신생대 3기와 4기 사이 화산 활동으로 현무암질 용암층 위에 화산 쇄설물이 덥힌 독특한 지형 구조로 돼 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구멍은 지하수를 가둬놓는 것과 동시에 자연 여과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현재 세계 생수시장에서 백두산은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 코카서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원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농심 조사팀이 그중에서도 주목한 것은 이도백하의 한 자락인 내두천(頭泉)이었다.
백두산 보호구역 내 자리 잡은 내두천은 해발 670m 백두산 원시림에 위치한 330㎡(약 100평) 규모 용천(湧泉·자연 상태에서 지표로 분출하는 샘)으로 이곳의 물은 1년 내내 6.5〜7℃를 유지하는 저온 천연 화산 암반수이다. 내두천 수질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농심은 ‘어머니의 가슴’이라는 뜻의 내두천에서 3.7㎞ 떨어진 곳에 공장을 짓고, 생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백산수’(白山水)다.
백산수는 미네랄 효능에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신호상 공주대 교수가 지난 3월 월간 <환경 미디어>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백산수는 국내 판매되고 있는 17개 생수 제품 중에서 프랑스 생수 볼빅과 더불어 미네랄 함유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필수 미네랄인 마그네슘과 칼슘의 농도비(Mg/Ca), 치매 현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실리카(silica)는 17개 시판 생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연구 보고서에서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한 현대인은 칼슘의 함량에 따라 마그네슘 흡수율이 달라져 마그네슘과 칼슘의 농도비(Mg/Ca)가 중요하다”며 “수치가 높게 나온 백산수(수원지: 백두산), 삼다수(수원지: 한라산), 와하하(수원지: 백두산)는 모두 화산 암반수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연구 보고서에서 일본 오사카대 하시모토 스스무(橋本) 교수가 개발한 물맛지수(OI)를 토대로 국내 시판 중인 제품들의 지수를 산출해 눈길을 끌었다. 물맛은 함유돼 있는 미네랄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대체로 맛있는 물은 OI값이 2 이상 돼야 하는데, 신 교수 조사에서 백두산 백산수는 OI지수 7을 기록했다.
맛에 대한 중국 내 반응도 좋다. 지난 2010년부터 중국 판매를 시작한 백산수는 지난 2011년 9월 길림성 창춘(長春)시에서 열린 ‘동북아 박람회’에서 윈난(雲南)성 차 전문 회사인 운남보이식품차업유한공사로부터 “차가 잘 우러나 차 맛을 좋게 하는 물”이라는 품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농심은 백산수를 신라면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2000억원을 들여 같은 지역인 이도백하 내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현재 공사 중인 백산수 신공장은 30만㎡(9만 750평) 부지에 생산 공장, 유틸리티 동(棟), 생활관 등 연면적 8만 4000㎡(2만 5410평) 규모로 내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신공장이 들어서면 농심은 이곳에서 연간 200만 톤을 추가로 취수(取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공장 생산 규모는 연간 25만 톤에 불과하다. 박준 농심 대표는 “백산수 신공장은 농심의 새로운 100년 성장을 이끌어갈 전진 기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심, 이도백하에 내년 9월 신 공장 완공
현재 백산수는 올 상반기 말 현재 5%에 가까운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마트의 경우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30%가량 늘어났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DMZ(비무장지대) 평화 콘서트 등 대형 행사의 공식 음료로 선정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국내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등 스포츠 경기의 중계 방송 시 광고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上海), 선전(深), 광저우(廣州) 등 연안 도시와 시안(西安), 청두(成都) 등 내륙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심은 지난 1996년부터 중국 전역에 확보해 놓은 1000여 개 라면 대리점 판매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