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는 최근 세계 숙박 업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두 번은 이용하겠지만, 결국에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기존 업체들로선 체면을 구기게 생겼다.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간다. 지난 2008년 8월 설립된 에어비앤비에는 전 세계 190개국 3만4000여 개 도시의 80만 개 숙박 시설이 가입돼 있다. 미국 경영 전문 잡지 <패스트컴퍼니>는 올해 세계 최고 혁신기업 50곳(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2014)을 발표하면서 에어비앤비를 6위로 선정했다.

전 세계 민박 찾아주는 공유 경제 스타
왜 이토록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직접 체험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마침 잡힌, 일본 출장을 에어비앤비로 다녀왔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개인 숙박 시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Platform)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데스크탑 PC와 모바일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장문(長文)의 이용 후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모바일 전용 앱이 훨씬 편리하다.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부터 해야 한다. 회원 가입 절차는 굉장히 편리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연동돼, 자동 가입이 가능하다. 에어비앤비가 이들 글로벌 SNS와 연계시킨 것은 서비스의 확장성과 관련이 있다. 사용자가 지정한 SNS 회원들과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망 여행지가 비슷한 회원들끼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관심 여행지 정보를 굳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홈페이지에서 에이비앤비 회원으로만 가입하면 된다.
가입 절차는 이름, 성, 이메일 주소(ID 역할 대행), 비밀번호 등만 입력하면 끝나도록 설계돼 있다. 환영을 표시하는 문구와 함께 뜨는 첫 화면은 굉장히 단순하다. 여행지를 묻는 것과 체크인, 체크아웃 일정, 그리고 몇 명이 쓰는 방을 묻는 검색 툴(Tool)만 있을 뿐이다.
지역을 표시하는 공란(空欄)에 ‘교토’ 내지는 영어로 ‘Kyoto’라고 입력했다. 그리고 8월8일 체크인 해, 8월10일 체크아웃 하는 일정으로, 총 세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검색했다. 그 결과, 이 기간 중 방을 빌려줄 수 있다고 응답한 숙소는 총 38곳이었다. 왼편에는 숙소 위치가 표시된 구글맵이, 오른편에는 해당 집을 설명하는 사진이 화면에 떴다.
38곳 숙소 모두를 살피는 것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몇 가지 검색 기능을 갖췄다. 우선 임차 범위를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집 전체를 빌릴 수도 있으며, 개인실, 다인실 등도 별도로 고를 수 있다. 희망하는 숙박료 가격대도 본인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는 집 전체를 빌리는 것이 가장 비싸고, 반대로 개인실은 가장 저렴하다. 따라서 개인실에 ‘V’(체크) 표시를 했더니 최종 검색된 숙소는 15곳으로 줄었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숙소를 정하는 몇 가지 기준은 △가격 대비 시설이 좋고 △도심권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선택한 1순위는 교토(京都) 시 시모쿄(下京) 구 후나야초(舟屋町)에 위치한, 지은 지 100여 년 된 일본 전통 주택이었다. 일본 천황이 살던 교토고쇼(京都御所)가 바로 앞에 있고, 교토지하철 마루타마치(丸太町)역과 시조(四條)역, 그리고 민영 전철인 한큐(阪急)선 가라스마(烏丸)역을 이용하기에 편리해 보였다. 지도상으로 보기에는 교토 최대 번화가인 가와라마치(河原町)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결정하는 데는 그 전 이 집에 묵었던 이용자들의 후기가 많은 도움을 준다. 별점으로 매긴, 이 집의 여행객 종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이었다. 숙박료는 1박에 11만2984원(8월1일 기준)으로, 세 명이 2박을 하는데 필요한 돈은 33만8952원으로 나왔다. 집주인은 토루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일본인으로 영어와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하며, 자신의 집에 묵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2. 고나카씨 집 외관.
3. 에어비앤비로 교토 시내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여 나온 화면.
이전 투숙객 이용 후기 꼼꼼히 읽어야
에어비앤비가 단시간 내에 소비자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모바일과 선(先)결제 시스템을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숙박할 집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뿐더러, 숙박료는 방문 전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때문에 환불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불정책은 유연, 보통, 엄격, 매우 엄격, 장기 숙박 등으로 나눠져 있다. 토루의 집은 숙소 도착 5일 전까지 예약 취소 시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환불해주는 등 환불 정책이 ‘보통’이다. 참고로 에이비앤비는 현재 객실 주인에게 3%, 여행자에게 6~12%의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서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집주인에게 예약을 요청한 결과 10시간 만에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예약을 해서, 방이 다 찼다”는 내용의 답장이 왔다.
때문에 그 다음 지역으로 정한 것이 교토 시 기타(北) 구 무라사키노센도초(紫野泉堂町)에 위치한 고나카 집이었다. 1층에 와인, 위스키 등을 파는 주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고나카는 현재 2~3층을 숙박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북(北)8번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교토지하철 기타오지(北大路)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면, 교토역까지 20분 이내 갈 수 있는 거리다. 영어로 된 안내 문구에는 교토의 명소 긴카쿠지(金閣寺)가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고 되어 있다. 2박 숙박비와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은 37만6623원(8월2일 기준). 간혹 청소비 등을 별도로 요구하는 집도 있으나 고나카 집은 별도 추가 비용이 없었다. 예약을 신청하자 2시간 뒤, 집주인인 고나카의 결제 내역과 함께 집 주소, 전화번호, 집까지 찾아가는 안내 문구가 이메일로 날아왔다.
8월8일 일본 교토역에 내려 후시미(伏見)구에 들렀다가 택시를 타고 고나카씨 집까지 가는 데는 40분가량 걸렸다. 초행길인데다 일본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 현지인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나카 집이 있는 무라사키노센도초는 전형적인 일본 중산층 주거지다. 그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두 면에 창문이 있고 방 중간에 칸막이가 있는 3층 와시쓰(和室·일본식 방)로 일본 중산층이 사는 평범한 다다미(疊)방이었다.
“주방에 있는 도구나 냉장고, 전자레인지는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고, 샤워는 1층 샤워부스에서 24시간 언제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방문은 이걸(열쇠) 드릴 테니, 잠그고 다니세요. 그리고 밖에 돌아다니다 밤 10시가 넘어 들어오면, 알려드린 비밀번호를 눌러 직접 열고 들어오세요.”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믿고 방을 빌려줄 수 있느냐’다. 지난 2008년 모 투숙객이 강도로 돌변해, 집기를 파손하고, 물건을 훔쳐간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에어비앤비가 창사 이래 겪은 최대의 위기였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집주인과 이용자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양방향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나카씨 집의 경우 겨울철에 이용한 고객들은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춥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숙박 여부는 집주인이 최종 결정
아울러 에어비앤비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센터도 마련했다. 호스트(집주인) 보호 프로그램의 경우 최대 10억원까지 피해를 보장해준다. 실질적으로 숙박(宿泊) 결정권이 집주인에게 있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는 고객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또 모든 결제가 신용카드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역(逆)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8월8일부터 10일까지 오사카(大阪), 교토, 나고야(名古屋) 등 일본 중부 내륙 지방에는 제11호 태풍 할롱이 몰고 온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교토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고나카씨의 집, 3층 와시쓰에 이불을 깔고 눕자,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밀려왔다. 태풍을 뚫고 집에 돌아온 것이 신기한 듯 고나카가 오래된 친구처럼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Welcome, come back home.”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요)
[에어비앤비의 위기?]
임대 소득 과세 놓고 세무 당국과 ‘갈등’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현지인의 집에 묵으면서 현지 문화를 똑같이 체험한다는 데 있다. 일반 호텔, 리조트에 비해 값도 저렴하다. 모바일에서 모든 서비스를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2008년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등 세 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공유 숙박 서비스다. 자신이 살던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산업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려 숙박 시설이 부족하자, 자신의 거실에 세 개의 매트리스(Airbed)를 깔고, 조식(Breakfast)까지 제공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시초이다. 에어비앤비라는 사명(社名)은 ‘잠자리’(매트리스)와 ‘조식’을 모두 제공한다는 뜻의 ‘Airbedandbreakfast’에서 따왔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지만, 복병(伏兵) 또한 만만치 않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세계 호텔·리조트 업계는 에어비앤비에 우려를 표하며, 유사 영업을 이유로 제동에 나설 태세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외국인 도시민박업은 위생, 안전 검사 등을 받지 않으며, 화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를 보상해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관광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수 확보 차원에서는 ‘구멍’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뉴욕 시는 지난해 에어비앤비 회원이 영업 허가도 받지 않고 숙박업을 운영했다며 탈세 여부 조사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밖에 몇몇 도시들은 에어비앤비 사업자들을 과세 범위 안으로 편입시켜,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관련 법규를 근거로 공유 경제 활동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에어비앤비 자료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집주인 중 47%가 남은 방을 임대해 가계(家計)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