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기니 남부의 멜리안도 마을에서 두 살짜리 어린아이가 에볼라에 감염됐다. 고열과 구토, 검은 대변 등의 증상을 보인 이 아이는 나흘 만에 사망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에볼라는 기니의 작은 마을을 넘어서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으며, 아직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유행과 국내 대처 상황을 들여다봤다.

2014년 9월17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5762명. 8월13일 감염자 수가 2127명이었으니 한 달 사이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최근 몇 달 사이의 추세를 본다면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그래프 참조> 브루스 에일워드 세계보건기구(WHO) 부국장은 9월 16일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감염 건수가 ‘3주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국지적인 전염병 수준을 넘어선 에볼라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낼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월 말 세계보건기구는 9개월 내에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그 시점까지 2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반면 더욱 암울한 전망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전염병학자들이 소속된 ‘병원균 모델 연구’(MIDAS)라는 단체는 종전 감염자 수와 전염 속도 등을 반영해서 자체적인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사태가 진정되려면 12~18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 전문가들은 충분한 방역체계를 갖춘 우리나라에 에볼라가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 전문가들은 충분한 방역체계를 갖춘 우리나라에 에볼라가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교통수단을 타고 빠르게 번져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6년 그 존재가 밝혀진 이후로 기록된 에볼라 발병 사례는 20건이 넘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수천명의 감염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껏 에볼라는 한 지역에서 유행하다가 곧 수그러드는 전형적인 풍토병의 패턴을 보여 왔다. 대부분의 감염사례에서 사망률이 50%를 상회했을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지만 다른 곳으로 퍼진 적이 없었기에 대규모 유행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여러 국가에 걸쳐서 대규모의 희생자를 낸 배경에는 전보다 발달된 교통시설이 큰 역할을 했다. 에볼라가 처음 발견되었던 1970년대에는 낙후된 교통으로 인해 감염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적었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기 시작하면서 서아프리카 국가와 국가 간 인구 이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에볼라 감염자들 역시 대중교통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렸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스테판 가이어를 포함한 미국 연구진들은 9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어떻게 첫 발생지인 기니에서 시에라리온으로 퍼졌는지 규명했다.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첫 에볼라 환자는 감염 사실을 알기 직전 에볼라에 희생된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니를 방문했다. 이 장례식장에서 첫 감염자를 포함한 14명이 바이러스와 접촉했고, 이후 시에라리온에도 에볼라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장거리 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른 국가로 퍼진 셈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가지는 특성도 에볼라가 널리 전파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번 에볼라의 치사율은 (9월17일 기준) 47.7%로, 종전 유행 때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낮은 치사율이 도리어 에볼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사망률만 가지고 바이러스 자체가 약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치사율이 낮다는 것은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사회, 적극적인 대응 나서
에볼라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국제사회도 서둘러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8일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선언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절박한 요구에 다른 국제기구도 속속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9월 17일 에볼라 사태에 3억달러(한화 약 3140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바로 다음 날, 유엔 안보리 역시 긴급회의를 주재해 ‘유엔 에볼라 긴급 대응단(UNMEER)’을 창립하기로 결정했다. 보건 문제로 긴급회의가 소집되는 것은 2000년 에이즈 대책회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개별 국가 차원의 지원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서아프리카에 3000여명의 군 병력을 보내는 것을 포함한 포괄적인 차원의 에볼라 대책안을 발표했다.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는 아프리카사령부의 합동군사지휘본부가 설치돼 미국을 포함한 국제기관의 지원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일본은 자국 기업에서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중 하나인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를 WHO의 승인을 전제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WHO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2만회 분의 치료제가 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쿠바는 10월 초부터 6개월간 감염 전문가들을 포함한 165명의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말레이시아는 2000만켤레 이상의 의료용 고무장갑을 보낼 것을 약속했다.

국제사회의 이런 움직임에는 현재 서아프리카의 의료체계만으로는 에볼라의 확산을 방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WHO의 전문가 조사단에 따르면, 전염병이 발병할 당시 라이베리아 내 의사 수는 ‘환자 10만명당 1명’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대다수의 인원이 에볼라 초기 발생 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은 잘못된 초동 대처였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초기 증상은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와 같은 풍토병과 유사하다. 적지 않은 의료진들이 잘못된 치료법으로 접근하다 에볼라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WHO는 “한 명의 의료진이 감염될 때마다 대응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서 현지 의료체계가 궤멸 상태임을 인정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국제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유입 가능성 낮아… 에볼라 연구 가능한 BL-4 시설 완공 예정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들어올 확률은 낮다고 지적한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관리과장은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가 발병된 사례는 없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이송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가 항공편을 통해 이동한 사례는 7월 말 이후 없었다. 공항 검역이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벌어진 국가 간 전파는 모두 육로를 통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석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인 검역으로 질병 유입을 막았다”며 “이미 한 차례 전염병을 통해 방역 체계가 검증된 만큼 에볼라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영택 과장은 이어 “에볼라는 적절한 지원과 대책이 있으면 통제 가능한 질병이며 우리보다 훨씬 의료상황이 열악한 나이지리아도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막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체액을 통해 감염돼 공기 전파 바이러스보다 감염률이 현저히 낮다. 그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방역 체계를 갖춘 곳에서는 충분히 전염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는 첫 감염자가 묵었던 호텔을 폐쇄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 활동을 펼치면서 2주째 추가적인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방역 정책이 제한적이나마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한편 이번 에볼라 유행을 계기로 국내에도 치명적인 전염병을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WHO 기준 ‘생물안전등급 4등급(BL-4)’에 분류돼 있다. BL-4는 ‘최고 위험그룹’에 해당하는 분류로, 에볼라, 라사열, 마르부르크 바이러스같이 치명적일뿐 아니라 치료도 어려운 병원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표 참조> BL-4에 해당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안전체계를 갖춘 ‘생물안전 4등급 실험실(BL-4 실험실)’이 필수적이다. 가장 위험한 병원체들을 연구하는 시설답게 BL-4 실험실이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BL-4 실험실에 들어가는 연구원들은 실험실로부터 공기가 완전히 차단된 보호복을 착용한다. 필요한 공기는 외부에 연결된 호스로 호흡한다.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는 BL-4 실험실이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에볼라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려고 해도 실험할 장소가 없는 셈이다.

다행히 올해 말 BL-4 실험실이 완공되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다. 1~2년 정도의 시운전 기간을 거쳐서 검증을 받아야 하기에 당장 실험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 병원체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는 작지 않다. 이희일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BL-4 실험실을 통해 다른 세계 정상급 연구진들과 더 활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에볼라를 비롯한 위협적인 바이러스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했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국제사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국제사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