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나 가스를 연소해 그 열에너지를 전력이나 기계적 힘으로 변환하는 것은 산업시설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석유나 가스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약 50%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 즉 화석연료의 에너지 변환율이 50%도 안 된다는 뜻이다.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폐열이라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폐열을 활용하는 게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200도 이상의 고온 폐열은 열회수를 통해 재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낮은 100~200도의 폐열은 대부분 낭비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가 추진하는 에쓰오일 온산공장 폐열발전사업은 150도 안팎의 폐열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한균 경동도시가스 미래전략실장(상무)은 “에쓰오일 온산공장 폐열발전사업은 정유회사에서 발생하는 150도 언저리의 폐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최초의 비즈니스모델”이라며 “다른 정유회사들도 이번 사업 내용을 문의하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제일모직과 3자 협력사업 모델
에쓰오일 온산공장 폐열발전사업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탄생한 ‘윈윈(Win-Win)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당초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에쓰오일이 당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 온산공장 제2PX(파라자일렌)공장의 폐열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발전사업 모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에쓰오일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제3자가 투자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경동도시가스가 투자 및 운영 주체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에쓰오일은 경동도시가스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경동도시가스는 그동안 발전사업 진출을 꾸준히 검토해온 바 있다. 그런 가운데 경동도시가스의 주요 고객사인 에쓰오일이 폐열발전사업을 추진하자, 신속한 의사결정을 토대로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경동그룹은 과거 발전사업 지분 참여는 일부 해왔지만, 단독 발전사업 추진은 처음이다. 그 선봉장을 경동도시가스가 맡은 셈이다.
이 사업은 에쓰오일이 발전소 부지와 열원(熱源)을 제공하고, 경동도시가스가 자회사 ‘케이디파워텍’을 통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아울러 제일모직은 발전소 건설을 맡는다. 지난 3월 울산광역시, 경동도시가스, 에쓰오일, 제일모직은 폐열발전사업 추진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어 지난 7월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폐열발전소 기공식을 가졌다. 이 발전소는 2015년 7월 준공 후 본격적인 상업발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동도시가스의 폐열발전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05년부터 추진해온 이른바 ‘생태산업단지(Eco-Industrial Park: 약칭 EIP)’ 구축사업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생태산업단지는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폐기물, 폐열, 폐수 등을 원료 또는 에너지로 다시 자원화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산업단지를 뜻한다.
정부는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에 9년간 597억원을 투입해 3765억원의 민간투자를 유발했으며, 9264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2015년 시작되는 3단계 사업의 대상 산업단지는 현행 46개에서 12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달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김철종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 사무관은 “에쓰오일 온산공장 폐열발전사업은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에 최초로 폐열발전 기술을 도입한 사례”라며 “민간 차원의 자발적 전력공급 설비 확충으로 전력 예비율 확보에 기여하는 한편 유사 사업장으로 확대될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모범사례로 평가
에쓰오일 온산공장에 건설되는 폐열발전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110만G㎈(기가칼로리)에 달하는 폐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프리히터(Pre-heater : 예열기)와 열교환기를 통해 폐열을 회수해 시간당 132톤의 저압 스팀을 생산한 후, 이 스팀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발전소는 연간 발전량이 약 136GWh(기가와트아워)에 달한다. 이는 최소 7000여가구, 최대 3만여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또한 연간 6만1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 분산발전 사업모델로서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경동도시가스는 이번 폐열발전사업 외에도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발전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중에는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발전사업도 포함돼 있다.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대표는 “이번 폐열발전사업은 산업단지에서 버려지던 폐열을 재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국내 산업단지의 생태형 상생모델로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며 “경동도시가스는 ‘에너지 효율’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연관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