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싱’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흔히 콘덴싱은 보일러와 결합해 ‘콘덴싱 보일러’라는 용어로 친숙하게 쓰인다. 콘덴싱 기술은 보일러업계에서 기술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 콘덴싱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이 경동나비엔이다.

콘덴싱(Condensing)은 사전적으로 ‘응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콘덴싱 기술은 보일러가 연료를 연소하고 배출시키는 열(잠열)을 재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콘덴싱 보일러는 콘덴싱 기술을 활용해 배기가스(온실가스)로 버려지는 높은 온도의 열을 흡수한다. 또한 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가 물로 응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한다. 한마디로 ‘고효율·친환경 보일러’인 셈이다.

가스보일러의 주(主) 연료인 도시가스는 연소될 때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물을 발생시킨다. 이 물은 수증기 상태로 고온의 배기가스에 포함돼 있다. 일반 보일러는 통상적으로 120도가 넘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그대로 방출한다. 하지만 콘덴싱 보일러는 잠열 교환기로 배기가스에 포함된 열을 흡수, 난방과 온수에 활용함으로써 45도 안팎의 저온 가스만을 배출한다. 

이 콘덴싱 기술 분야에서 ‘최초’,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기업이 ‘국가대표 보일러’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1988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가스보일러(당시 제품명 ‘터보’)를 출시하면서 콘덴싱 보일러 시대의 서막을 올린 주인공이다. 세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출시한 기업은 네덜란드의 네피트(Nefit)라는 회사다. 경동나비엔은 네피트와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당시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주목하던 고효율·친환경 콘덴싱 기술을 국내에 선구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보일러업계는 콘덴싱 보일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국내 보일러업체들이 차츰 콘덴싱 보일러를 선보이면서 이제 콘덴싱 보일러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9년 20가구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에 고효율 보일러(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을 제정함으로써 콘덴싱 보일러 시대가 만개(滿開)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원격 제어 및 관리가 가능한 ‘나비엔 콘덴싱 스마트 톡’.
-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원격 제어 및 관리가 가능한 ‘나비엔 콘덴싱 스마트 톡’.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 출시해
콘덴싱 보일러는 유럽이 세계 표준을 선점했다. 이른바 ‘유럽 규격’ 제품이 세계 표준으로 통용된다는 뜻이다. 경동나비엔은 유럽 규격 제품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2006년 세계 최고 수준의 열효율(98.8%)을 자랑하는 콘덴싱 보일러 제품 ‘나비엔 콘덴싱 on水’를 출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 제품은 일반 보일러 대비 최소 16% 이상의 가스비 절약 효과와 함께 소나무 200여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낸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업체 중에서 콘덴싱 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콘덴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경동나비엔은 세계 최대 선진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나비엔(Navien)’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순간식 콘덴싱 온수기’ 시장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나비엔’이 콘덴싱 기기의 명품 브랜드로 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경동나비엔은 고유의 콘덴싱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도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아시아 최초(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선보인 주택용 전기발전보일러(제품명: 나비엔 하이브리젠 SE)다.

이 제품은 콘덴싱 보일러와 외연(외부연소)기관의 일종인 ‘스털링 엔진(Stirling Engine)’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초소형 열병합발전기(m-CHP)’다. 작동 메커니즘은 이렇다. 가스를 공급하면 스털링 엔진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만드는데, 이때 발생한 폐열을 재활용해 보일러를 가동시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게 된다. ‘스털링 엔진 m-CHP’는 콘덴싱 보일러보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과 유해 배기가스 저감 효과가 강점이다. 이 때문에 콘덴싱 보일러의 뒤를 잇는 차세대 고효율 녹색 에너지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 지난해 경동나비엔이 개최한 신기술 설명회에서 최재범 경동나비엔 대표가 ‘스털링 엔진 m-CHP’ 전시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지난해 경동나비엔이 개최한 신기술 설명회에서 최재범 경동나비엔 대표가 ‘스털링 엔진 m-CHP’ 전시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정용 초소형 열병합발전기도 선보여
그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망 포화 등으로 인한 전력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분산형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을 설치한 가정은 하나의 ‘작은 발전소’를 갖게 된다. 직접 전기를 생산·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가정이나 건물에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에 주목한 서울시는 지난 6월 경동나비엔과 2020년까지 ‘스털링 엔진 m-CHP’ 1만대를 보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동나비엔의 콘덴싱 기술은 가정용 시장을 넘어 상업용 시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오피스텔, 숙박시설, 레저시설 등 대형 상업용 건물을 타깃으로 하는 ‘나비엔 캐스케이드(Cascade) 시스템’이 그것이다. ‘나비엔 캐스케이드 시스템’은 다수의 소형 콘덴싱 보일러 및 온수기를 병렬 형태로 설치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대형 보일러에 비해 설치가 매우 용이한 데다, 난방이나 온수의 수요에 맞춰 가동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기존 대형 보일러 대비 약 30%의 가스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격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설관리도 수월하다. 한마디로 경제적이고 스마트한 난방·온수 시스템인 셈이다. 경동나비엔은 가정용 보일러·온수기 시장과 달리 계절적 수요 변동이 적은 헬스장, 호텔, 목욕탕, 리조트 등 상업용 시설을 대상으로 ‘나비엔 캐스케이드 시스템’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나비엔 콘덴싱 스마트 톡(TOK)’도 경동나비엔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보일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원은 물론 난방 및 온수 온도 조절 등 보일러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보일러’다.

최재범 경동나비엔 대표는 “경동나비엔은 혁신적인 콘덴싱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업계 수출 1위,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며 “차세대 녹색 에너지기기 경쟁력 확보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2조원의 글로벌 넘버원 에너지기기 전문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