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쓰레기를 단순히 재활용(Recycling)하는 차원을 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가미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수준을 한 단계 높여(Upgrade) 다시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버려진 트럭 방수천, 에어백, 자동차 안전벨트 끈을 소재로 만든 가방 제품이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소재와 제품군이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국내 런칭된 스페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바호(Vaho)는 바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기존에 자주 이용되는 소재뿐만 아니라 트럭 타이어, 커피자루, 스케이트보드 등을 재활용해 업사이클링의 활용 범주를 넓혔다.
바호를 국내에 런칭한 이병준 태상인터내셔널 대표는 “여행 겸 출장으로 간 스페인에서 버려지는 현수막, 커피자루 등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들로 가방, 지갑,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내는 ‘바호’를 접했다”며 “바호를 수입해 큰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봤을 때 맘에 들고 팔고 싶은 제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유통업과 무역업에 관심이 있었던 이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사업 기회를 포착한 곳은 ‘상하이(上海)’. 이 대표는 유럽의 여러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고 ‘유럽의 개성 있는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가 바호를 수입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제품이 갖는 ‘희소성’과 업사이클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환경보전적인 가치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 개 제품당 하나의 디자인으로만 생산된다는 점을 이용해 ‘나만의 아이템을 갖고 싶은 20~30대 젊은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회적으로 윤리적 소비가 각광받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시장 조사를 위해 300여명에게 바호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소한 브랜드임에도 브랜드 히스토리와 제품이 지닌 가치를 보고 50%가 구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희소성과 환경보전 효과 갖는 ‘업사이클링’
이미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프라이탁을 따라잡을 승부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프라이탁은 현재 트럭 방수천과 안전벨트로 가방을 제작하고 있는데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바호는 현수막뿐만 아니라 커피자루, 트럭 타이어, 스케이트보드 등으로 원재료를 다양화하고 있다. 그만큼 제품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탁보다 저렴한 가격대도 소비자들을 당기는 요소다. 현재 가격대가 20만~70만원 선인 프라이탁과 달리 바호 제품의 가격대는 8만~25만원 선이다.

이정훈 태상인터내셔널 이사는 “최종 목표는 2층에 바호 매장을 내고 아래층은 힘들고 어렵게 시작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에게 팝업스토어(Pop-up Store·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를 낼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동아시아 전역을 책임지는 지사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바호는 공격적으로 새로운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드럼통, 팰릿(pallet·목재·철제의 화물 운반대)을 업사이클링해 의자 등의 생활용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스페인 바호 본사에서는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도 업사이클링하여 제작·판매 중이다. 좀 더 다양해진 재활용 소재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우리 곁을 찾아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트럭타이어로 만든 바호 가방.
세계적 트렌드 업사이클링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편 최근에는 바호나 프라이탁처럼 주로 생활소품이나 미술 등의 분야에서 선보인 ‘업사이클링’ 개념이 산업계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 기업이 상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재활용해 기업의 수익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매일유업의 상하목장은 젖소의 분뇨를 업사이클링해 유기농 퇴비를 만들었다. 2000여마리의 젖소가 연간 생산하는 3만톤가량의 분뇨를 발효시켜 유기농 퇴비로 만들었고,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원료로 쓰고 남은 귤껍질과 제주도 앞바다를 뒤덮은 파래를 채취해 종이로 만든 후, 자사 제품의 포장지로 활용한다.
석재혁 한양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업사이클링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폐기물에 기술과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사례를 주목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