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기존에는 월 연금 수령액이 250만원 정도였는데 개혁안대로라면 20~30만원 정도 낮아질 것 같더라구요. 머리가 좀 복잡합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 때문에 내부 분위기도 좀 뒤숭숭해요.”
한 국세청 직원이 건넨 말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공무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공무원연금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일반적인 국민 정서는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의 지급액이 훨씬 높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개혁의 필요성을 높여왔다.
지난 10월6일 안전행정부가 분석한 ‘재직기간별 공무원연금 수령액 현황’에 따르면, 33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지난 8월 현재 17만943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50.5%를 차지한다. 공무원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재직기간은 최장 33년까지 인정된다. 기여금 역시 최장 33년 동안만 납부하며 33년을 초과할 경우엔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이 올해 8월까지 받은 연금액은 2조5944억원으로, 전체 공무원연금 수급액의 43.7%에 달한다. 인당 평균 연금액도 2012년 월 284만원, 2013년 291만원, 올해 8월 295만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여금 부담률 7.0→10% 단계적 인상안 검토
‘기여금’이란 공무원 임용 시부터 퇴직 시까지 매월 납부하는 금액으로 ‘기준소득월액×기여금 징수율(7.0%)’로 책정된다. ‘기준소득월액’이란 전년도 보수 중 비과세소득(중식비, 가족수당 등)을 제외한 소득의 월 평균액을 말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기여금 부담률을 차츰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아 한국연금학회가 내놓았던 초안은 기여금 징수율을 현행 기준소득월액의 7.0%에서 2026년까지 1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것. 우선 2016년 8.0%로 올린 뒤 2026년까지 연 0.2%씩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 33년 이상 재직자들 역시 기여금을 납부하도록 재직기간 기준을 최장 40년으로 연장하자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단, 장기 재직자의 연금액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종전의 재직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완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취지, ‘더 내고 덜 받게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기본 취지는 ‘더 내고 덜 받게’ 해서 ‘연금 재정 안정화’ 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를 실현하려는 데 있다. 김용하 전(前)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공무원연금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 대다수 국민은 공무원연금을 특혜로 인식하고 있으며, 연금 적자를 혈세로 메우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한국연금학회의 정책 건의가 반드시 유일하고 최선의 대안을 아닐 수 있지만 연금 개혁과 관련된 논의의 기준점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거센 반발로 인해 연금 개혁안을 만든 김용하 한국연금학회 회장이 지난 9월 말 사임하는 등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개혁안이 발표된 뒤 공무원노조는 한국연금학회 사무실에서 항의농성을 벌이는 등 김용하 전 회장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이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마련했다. 지난 10월17일 새누리당에 보고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정부안 초안은 한국연금학회의 개혁 방안과 기본 취지는 같지만 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분석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 개혁안의 초안은 연금학회의 안에 ‘고액 수령자에 대한 추가 개혁 방안’을 추가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 300만원 이상 고액 연금 대상자에게 2025년까지 10년간 연금을 동결하는 ‘연금 피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김현숙 의원은 “기여금 납입액의 상한선은 20% 낮춰 결과적으로 최고 수령액을 낮추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개혁을 추진할 경우, 2020년에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한국연금학회의 개혁안(3조8140억원)보다 약 1조2000억원 줄어든 2조6050억원으로 추산된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는 53%인 4조2000억원, 2027년까지 42%인 22조1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한국연금학회의 안은 기여금 인상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2026년까지 10년에 걸쳐 내년 0.2%씩 차츰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안은 이보다 짧은 시기 동안 기여금 인상을 단행하자는 것이다.

공무원 퇴직수당 민간 근로자 수준으로
이와 함께 33년으로 정해진 납입기간의 상한선을 없애고 국민연금처럼 퇴직 때까지 기여금을 내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연금 수급자에 대해 최대 3%에 이르는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부과하는 은퇴자의 연금 삭감 방안,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하는 인상률을 재정 여건에 따라 낮추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개혁안은 공무원연금을 일방적으로 깎자는 내용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보완책도 포함돼 있다. 민간기업 근로자 퇴직금의 최대 39% 수준인 공무원 퇴직수당을 민간 근로자 퇴직금 수준으로 맞추고, 연금 수급권이 없는 상태에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2년 이내에 사망할 경우 국민연금과 같이 유족연금을 지급하자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안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안전행정부가 새누리당에 보고한 개혁안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2000년 이후의 임용자 약 48만 명은 국민연금과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는 신규 임용자보다 더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적으로 재직기간이 긴 공무원들은 개혁안이 적용돼도 상당한 수준의 연금을 타게 되는 구조다.
2006년에 임용된 공무원을 기준으로 보면, 본인이 부담한 기여금 대비 수령액, 즉 ‘수익비’는 현재의 세 배 정도다. 그러나 정부안을 적용하면 총기여금은 32%가 늘고 첫 수령액은 201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감소하게 돼 수익비는 1.5배로 줄어든다.
반면 1996년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 총기여금이 18%가량 늘어나고, 수령액은 222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낮아져 수익비도 3.3배에서 2.4배로 낮아지지만 국민연금보다는 높은 수준이 된다. 2016년 신규 임용자의 경우 개혁안 적용 전후 첫 수령액이 177만원에서 96만원으로 떨어지지만 기여금 역시 36%가 감소해 수익비 변화는 2.4배에서 2.1배로 크지 않은 편이다. 즉 15년차 전후의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재직기간별로 불평등한 현재의 개혁안으로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공무원단체는 정부안을 개혁안이 아닌 ‘개악안’으로 부르며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난 10월17일 공무원노조 집행부를 만난 자리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당사자(공무원)를 배제하고 당·정 협의를 진행한 다음에 이해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번에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무원노조의 강력한 반발, 국민여론, 심각한 재정 악화 등을 감안해 공무원연금 개혁 의지를 다지고 있는 정부가 어느 시점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무원연금제도 개편 경과]
△ 199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1996.1.1. 시행)
- 연금지급개시연령제도(60세) 도입(1996.1.1 이후 신규 임용자부터)
- 부담률 인상(5.5% → 7.5%) 및 조기퇴직연금 도입(60세 미만 1년당 5% 감액) 등
- 재직기간 합산신청제 재도입(66년 도입, 81년 폐지)
△ 2000년 공무원연금법 개정(2001.1.1. 시행)
- 정부 구조조정에 따른 공무원의 대량퇴직으로 발생한 연금재정 위기를 재직자·퇴직자·정부의 3자 고통 분담을 기본 원칙으로 연금 개혁 추진
·재직자 : 기여율 인상(7.5% → 8.5%)
연금산정 기준 변경(최종보수월액 → 퇴직 전 3년 평균보수월액)
연금지급개시연령 연장(50세부터 60세까지 연장. 2년에 1세씩)
·퇴직자 : 소득심사제 도입(시행 준비기간 등을 감안 5년간 시행 유보)
연금액 조정률 변경[보수인상률 → 물가인상률(5년마다 정책 조정)]
·정부 : 부담률 인상(7.5% → 8.5%)
연금수지 부족액에 대한 정부 보전금 제도 도입
△ 2003년 공무원연금법 개정(2003.1.1. 시행)
- 연금액 조정방법 조정
: 물가변동률과 보수변동률이 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보수변동률 ±2%포인트 범위에서 조정
: 동일 재직기간의 경우 하위직급보다 연금액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전하는 규정 신설
△ 200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2005.7.1. 시행)
- 소득심사제(Earnings-test) 실시 : 연금 수급자의 사업 또는 근로소득이 근로자 평균임금을 초과하는 경우 소득 정도에 따라 연금의 10~50% 감액
- 비리공무원 연금 제한 확대 : 금품·향응 수수, 공금 유용·횡령 등 금전적 비리 사유로 징계해임되는 경우에도 퇴직연금 4분의 1 감액
△ 2009년 공무원연금법 개정(2010.1.1. 시행)
- 급여 및 부담금 기준 변경(보수월액 → 기준소득월액)
- 연금산정 대상 소득기간 변경(퇴직 전 3년 평균보수월액 → 전 가입기간 평균 기준소득월액)
- 지급개시 연령 조정(60세 → 65세 : 신규 공무원)
- 기여금 부담금 인상(5.525% → 7%)
- 유족연금 지급률 인하(70% → 60% : 신규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