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보험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보험 사기에 휘말려 사기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심지어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르는 강력 범죄 건수도 늘고 있다. 이처럼 보험 사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선량한 시민들이 휘말려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보험사 관계자와 관련 기관을 취재하고 보험 사기 유형과 대응책을 알아봤다.

“수진아! 아빠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어! 살려주라!”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는 박수진(24·가명)씨의 아버지 박형석(53·가명)씨의 외침이었다. 주말에 강원도 홍천으로 낚시를 떠난 박씨는 타고 있던 차량이 물살에 휩쓸렸다며 딸과 119에 전화해 구조 요청을 했다. 박씨의 딸 수진씨도 황급히 이같은 내용을 신고했고, 구조대가 즉각 출동해 수색을 벌였다. 이튿날 구조대원들은 강물 속에서 박씨가 탔던 승용차를 발견했다. 그러나 시신은 급류에 떠내려갔는지 온데간데없었다. 결국 박씨는 실종 처리됐다.

그로부터 2년 후, 수진씨는 아버지 박씨의 사망 선고를 청구했다. 정황상 사고사를 당한 것이 분명하고, 실종된 지도 오래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박씨에게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후 수진씨는 박씨가 가입한 보험사 9곳에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중 몇 곳은 즉시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박씨는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데도 무리해서 생명보험상품을 9개나 들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몇 년 전 이혼해 혼자 살고 있던 박씨의 보험상품 9개를 딸 수진씨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한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보험 사기 수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한 줄 알았던 박씨가 버젓이 살아 있던 것이었다. 이전에도 수차례 보험 사기를 저지른 이력이 있던 그는 사고를 위장한 뒤, 2년간 강원도 춘천, 홍천 등지에 숨어 지냈다. 그러면서 공중전화와 사촌 명의의 휴대폰으로 딸과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켜먹다 은거지가 들통난 박씨는 결국 붙잡혀 사기죄로 검거됐다. 범행에 가담한 박씨의 딸과 전처, 박씨를 2년간 숨겨준 동거녀도 각각 사기죄와 범인 은닉죄로 기소됐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 사기
흡사 영화와도 같은 이 사건은 놀랍게도 실화(實話)다. 보험 사기가 갈수록 고도로 지능화·전문화되고 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이나 블랙박스 보급화로 인해 단순한 수법이 통하지 않자, 새로운 형태의 보험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기관들은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금융감독원은 보험조사국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조사기획팀△생명보험조사팀△손해보험조사팀△특별조사팀△조사분석팀△조사지원팀의 6개 팀으로 구성된 보험조사국은 전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구축하고 대(對)국민 교육활동에 힘쓰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청은 2009년 보험범죄 전담 합동대책반을, 경찰청은 2010년 금융범죄 전담팀을 신설했다.

민간에서도 보험 범죄 해결에 적극적이다. 보험 범죄로 직접 타격을 입는 민영 보험사들은 보험 사기 전담 부서(Special Investigation Unit·SIU)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보험 범죄를 적발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 SIU는 구성원의 95% 이상이 전직 경찰로 이뤄져 있어, 관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 사기를 효과적으로 적발 및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내부에 각각 보험범죄방지팀과 보험범죄대책위원회를 두고, 보험사 SIU와 공조해 보험 사기를 적발하고 있다.

- 최근 보험설계사, 병·의원 등이 관련 지식을 이용해 사기를 범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가담자를 모집하고 공모를 통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과거에 비해 그 수법이 전문화·지능화 되는 추세다. (조선일보 DB)
- 최근 보험설계사, 병·의원 등이 관련 지식을 이용해 사기를 범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가담자를 모집하고 공모를 통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과거에 비해 그 수법이 전문화·지능화 되는 추세다.
(조선일보 DB)

교통법규 어기면 보험 사기 휘말리기 십상 
보험 범죄 가운데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유형은 자동차보험 사기다. 지난 9월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인원은 전체 보험 사기 적발 인원 중 74.4%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156명이 자동차보험 사기를 저지를 정도로 빈번하다. 사고의 위장이 용이하고 보험 처리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시민이 휘말려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대부분 자동차보험 사기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의적 사고 유발이다. 전문적으로 조직된 사기꾼 일당이 여러 명을 태운 승합차를 몰며 추돌사고를 일으키는 수법이 대다수다. 이들은 도로 주행 중 사기 차량(B) 앞에 공범 차량(A)이 갑자기 끼어든 뒤 사기 차량이 급정거해 뒤차(C)가 후미 추돌을 일으키도록 한다.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 앞서 끼어들었던 공범 차량은 재빨리 현장을 떠버린다. C는 졸지에 가해 차량이 돼 피해를 입는다. 차선 변경 차량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내는 ‘칼치기’ 수법도 있다. 옆 차선 차량이 차선을 바꿀 때 고의로 속력을 높여 충돌하는 방식이다. 또는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불법 유턴을 하는 차량에 그대로 가서 들이받은 뒤,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갓난아기와 임신부까지 동원한 보험 사기 일당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사기를 벌이다 붙잡히기도 했다. 차량 백미러에 손목을 갖다 대는 ‘손목치기’와 바퀴에 발을 슬쩍 밀어 넣는 ‘발넣기’도 자동차보험 사기범들의 단골수법이다.

자동차보험 사기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문가들은 교통법규를 잘 이행하면 자동차보험 사기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건진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 조사역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 사기 차량이 추돌사고를 유발해도 피할 수 있으며, 신호와 중앙선을 지키면 범행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부득이하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무조건 합의를 봐서는 안 된다. 김 조사역은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약점이 잡혀 보험 사기범에게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 당황하지 말고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증거를 남긴 뒤, 경찰서와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로 증거 사진을 찍을 때엔 여러 각도에서 찍어야 보험 사기를 입증하기 수월하다. 또한 사기범 일당이 피해를 과장하거나 차량을 바꿔치기 할 수 있으므로 탑승자 수와 차량 번호를 파악해야 한다. 한 대형 보험사의 SIU 직원은 “구두로 합의해서는 절대 안 되고, 사기범들이 면허증을 요구할 경우 응하지 말고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長期)손해보험 사기는 적발된 보험 사기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장기손해보험 사기 적발 인원은 전체의 17.5%를 차지하는 7107명이다. 적발 금액은 총 820억2900만원으로, 전체 적발 금액의 28.6%에 달한다.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보험 사기를 한 건만 저질러도 고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어 ‘한 방’을 노리는 전문 사기범들이 주로 범행한다. 이들은 많게는 수십 개까지 보험을 가입해놓고, 허위로 수술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챙긴다. 이 과정에서 의사나 손해보험사, 보험설계사 등이 개입해 아예 조직적으로 보험 사기를 벌이기도 한다. 한 SIU 직원은 “일반적으로 자기 수입의 25% 이상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보험을 10개 20개씩 가입한다는 건 이미 구체적 사기 계획이 있고, 보험금을 타낼 자신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병원 사무장이 피보험자를 유치하기 위해 영업하기도 하는데, 이때 손해보험사나 보험설계사가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챙긴다”고 말했다. 수법도 이전보다 더욱 진화했다. 경찰이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허위 입원을 적발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병원 사무장이 피보험자에게 대포폰을 지급해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경우도 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휴대폰에 통화 내역이 전혀 없다는 점이 화근이었다. 결국 대포폰 사용이 발각돼 피보험자는 사기죄로, 사무장과 의사는 사기죄와 사기 방조죄로 구속됐다. 해당 의사는 이에 더해 의사 면허도 정지됐다.

보험 사기 신고하면 최대 5억원 포상
금융감독원은 보험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험 사기 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 또는 insucop.fss.or.kr)나 해당 보험사로 신고해 보험 사기가 적발되면 신고자는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지급된 포상금은 모두 9억7755만원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포상제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신고가 활발하게 접수되는 편은 아니다”라며 “내부 관계자가 신고할 경우 이를 참작해 포상금을 더 지급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의사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사실을 해당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신고해 포상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에 더해 정부와 관련 행정기관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 보험 사기를 뿌리 뽑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 사기방지특별법을 비롯해 보험 사기죄 신설 및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5건의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 사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보험 사기를 계획만 해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법안 논의 시 금융감독원은 보험 사기 관련자 출석 요구권 및 공공기관에 대한 업무 협조 요청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7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보험업계 공동 보험 사기방지시스템(FDS)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 자체적으로 FDS가 있긴 하지만, 다른 보험사의 정보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보험사에서 사기를 벌여도 다른 보험사 상품에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다”며 FDS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험사들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져, 이전에 보험사에서 사기를 저지른 이용자는 다른 보험사 상품 가입이 어려워진다.  

 

[늘어나는 보험 범죄 때문에 사회적 손실 커]

최근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보험 사기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다. 그로 인해 손해 보는 금액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2012년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이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 사기로 인한 추정 피해 액수는 한 해 3조4105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보험 사기 적발금액도 2011년 4237억원,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보험 사기는 특정 보험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악이다. 보험 사기 피해액수가 늘어날수록 보험료 역시 상승하기 마련이고, 보험 사기를 적발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드는 사회적 비용이 늘어 외부불경제효과(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고도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르는 강력 범죄도 증가하고 있어 우리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 사기 적발 사례 중 강력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2011년 46억4500만원에서 2012년 79억2900만원, 2013년 98억3500만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9년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 강호순 역시 장모와 처를 살해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7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냈다. 강씨는 평소에도 “보험 사기 한 방이면 끝난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그릇된 욕심이 반인륜적 범죄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