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월부터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일단 부동산 금융상품들에 호재다. 여기에 투자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은 올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8900억달러(약 907조889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글로벌정부연기금(GPFG)’이 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를 대폭 강화한다. 지난 6월 발표된 ‘2014~2016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GPFG는 향후 3년간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현재에서 5%에서 최대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주식과 채권에는 각각 60%, 35%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투자가 5%로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선진국 부동산시장과 글로벌 리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진단한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부동산투자신탁’, ‘부동산투자회사’, ‘부동산뮤추얼펀드’로 불린다. 일반 투자자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 유가증권 등에 투자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은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고 설립 때 정한 투자 기간(존립 기간)이 끝나면 투자 대상을 매각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고 청산된다.

부동산펀드·리츠 시장 환경 유리
리츠는 운영 방식에 따라 ‘회사형 리츠(자기관리형 리츠)’와 ‘신탁형 리츠(위탁관리 리츠)’로 나뉜다. 회사형 리츠는 일반 주식회사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을 발행하고, 이 주식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일반 주식처럼 시장가격에서 매수, 매입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살 수 있는 대표적인 회사형 리츠 상품에는 골든나래리츠, 다산리츠, 코크렙8호, 코크렙15호, 케이알제2호 등이 있다.
신탁형 리츠는 뮤추얼 펀드처럼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공모해 투자전문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일반 리츠’와 ‘기업구조조정리츠(CR 리츠)’로 구분한다. 일반 리츠는 일반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나눈다. CR 리츠는 자금 사정이 나빠져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이 매각하는 부동산 등을 구입해 가치를 올린 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분류 기준이 운영 방식이 아닌 수익 형태가 될 경우 임대형과 개발형으로 나뉜다. 건물을 사서 임대를 줘 발생하는 임대료로 운영하면 임대형, 낡은 빌딩 등을 매입해 가치를 올려 되팔거나 특정 부동산을 개발·분양해 이익을 남기는 방식은 개발형이다.
부동산 펀드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원리에선 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은행의 부동산 신탁상품처럼 건설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대출을 해주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펀드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직접 투자해야 하는 리츠와 차이가 있다.
부동산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자금줄이 마른 PF의 대체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이 때문에 연간 2조~3조원씩 가파르게 규모가 커졌다. 특히 지방세법에 따라 취득세를 아예 면제받은 부동산펀드의 경우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공공을 대신해 민간을 끌어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법적 근거에서도 리츠는 국토해양부 부동산 투자회사법에 근거하는 반면, 부동산 펀드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법에 따른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 사상 최대치 경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주요 오피스텔 시세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부동산 펀드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부동산 펀드는 지난 9월 말 기준 순자산 총액이 27조413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말 순자산액(24조2486억원)에서 9개월 새 3조1648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에 펀드 수도 492개에서 538개로 늘었다. 이미 지난해 부동산펀드의 순자산 증가액(4조3474억원)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나 특별자산 투자 펀드와 같은 대체투자 펀드의 설정액이 지난 8월 말 55조323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 말(47조3819억원)보다 16.8% 증가하고 2010년 8월 말(26조9702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이 된 것이다. 반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56조3000억원으로 9개월 만에 오히려 1조4000억원(0.9%) 줄었다. 리츠 자산 총액도 2010년 7조6000억원에서 2014년 7월 말 현재 12조4000억원으로 63%(4조8000억원)나 급증했다.
리츠와 부동산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에서 이들의 입김도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거래된 빌딩 대부분의 매입 주체는 리츠와 펀드였다. 상반기 매매계약이 체결된 서울시내 연면적 5000평(1만6500㎡) 이상 오피스빌딩 13곳 중 9곳을 리츠와 펀드가 사들였다. 전체 거래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과거 큰손 역할을 했던 보험사 등 기업이 직접 대형 빌딩을 매입한 사례는 한 건에 불과했다.
지난 9월 정부는 내년부터 임대주택 부동산 펀드와 리츠의 투자금액 5000만원 이하 배당소득분에 5%의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9% 세율을 적용하려던 당초 세법 개정안 계획을 다소 완화한 것이다. 2억원 이하로 설정한 분리과세 투자금액 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리츠·펀드는 투자자를 모집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보통 수익증권 등의 집합투자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구조다. 올해까지 임대주택 리츠·펀드의 배당소득에는 투자자가 매입한 집합투자증권 액면가액을 기준으로 5%(액면가액 3억원 이하)와 14%(액면가액 3억원 초과)의 확정세율이 적용된다. 액면가액이란 투자자가 사들인 집합투자증권의 원래 가격이다. 투자자가 3억원의 집합투자증권을 본래 금액대로 사들이면 액면가액과 투자금액은 모두 3억원이 된다. 반면 세법이 개정되면 내년부터는 액면가액 5000만원 이하, 5000만원 초과~2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배당소득에 각각 5%, 14%의 세율이 적용되게 된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올해 일몰이 예정된 임대주택 리츠와 펀드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간을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 동안 임대주택 리츠·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은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합소득 합산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자와 배당에 따른 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이 소득을 금융종합 소득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연소득 8000만원을 신고한 A씨가 2200만원의 배당소득을 거둬들였을 경우 이 납세자는 1억200만원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배당소득이 합산소득 과세기준에 포함됨에 따라 A씨에게는 소득세율 38%를 적용해 2200만원 중 836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분리과세의 적용을 받게 되면 배당소득은 합산소득 대상에서 제외되고 확정된 세율만큼의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종전 기준대로라면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은 최소 5%, 최대 14%가 적용되기 때문에 A씨는 110만원이나 308만원만 세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분리과세 기간이 연장된 반면, 세제 혜택 대상 규모가 축소되면서 세율도 일부 상향 조정됐다는 점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부동산 펀드·리츠에 튄 세금 불똥]
지자체, 세수 부족하자 앞다퉈 환수
40조 규모로 성장한 부동산 투자 상품시장이 최근 세금 폭탄에 떨고 있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혜택이 2014년 말로 종료될 뿐 아니라 이전까지 감면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환수하겠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기 때문이다.
리츠는 2001년부터, 부동산펀드는 2004년부터 토지와 빌딩 등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매매가의 4.6%)에 대해 30~50% 감면 혜택을 받았다. 수도권 과밀권역 투자에 따른 등록면허세 중과세도 2004년부터 배제되는 등 10년 가까이 세제 혜택을 받았다.
세제 감면 기간에 리츠는 2004년 10개, 1조4000억원 규모에서 2013년 80개, 11조8000억원으로 8배 정도 성장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펀드는 25개에서 492개로, 자산 규모는 8600억원에서 24조9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말을 기점으로 부동산펀드와 리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주어져 온 취득세 감면 혜택이 13년 만에 종료된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8월 입법 예고했다. 기초연금을 못 줄 정도로 악화된 지방자치단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몫인 취득세 감면 혜택을 없앤다는 게 이유였다.
앞으로 취득세 감면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이미 세금을 감면해 준 사후 등록 부동산 펀드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다시 거둬들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안전행정부는 사후 등록 부동산 펀드의 경우 취득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사후 등록 부동산 펀드는 펀드를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기 전 미리 부동산을 구입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등록 전에 부동산을 미리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면 취득세를 환수한다면 운용사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56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자산을 보관, 관리하면서 운용사 지시에 따라 자산을 처분하고 이익금을 지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은행은 업무를 잠정 중지했다. 등기상 자산 소유자인 수탁은행은 운용사와 함께 세금 납부 의무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은행 수탁업무 관계자는 “수탁사는 펀드당 평균 2~3bp(스프레드포인트)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1000억원의 펀드를 수탁받으면 2000만 원을 수수료로 받는데, 그 수수료를 받았다고 수십억원의 세금을 매긴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취득세 감면분 환수 조치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은행이 부동산 펀드의 수탁업무를 맡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일부 은행은 잠정적으로 수탁업무를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세금 추징 악재에 발을 빼고 있다.
자산운용사 폐업이 잇따르고 부동산 개발 및 오피스빌딩 매매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뱉어내야 할 뿐 아니라 투자자의 반환청구소송으로 번질 경우 반환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운용사들이 속출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신규 부동산 펀드 수는 7월에 17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세무 조사가 실시된 8월에는 6개로 줄어들었고, 실제 세금 징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엔 4개로 감소했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사후 등록 부동산 펀드에 과세 예고 통지를 마쳤다. 자산운용사들은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하거나 행정소송 준비에 나섰다.
세금 문제와 함께 전문가들은 미래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은 정책에 의해서만 오르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 회복이 필수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 회복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도 부동산 경기엔 걸림돌이다.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의 능력과 투자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향후 전망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