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이라크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의지가 바탕이 돼 2012년 수주에 성공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현지 내전에도 불구하고 순항하고 있어서다. 이라크 신도시 사업자인 한화건설은 지난 10월16일 4차 선수금(先受金) 4120억원을 받았다.

한화건설은 이미 지난 2012년 10월 1차 선수금 7억7500만달러(10%)와 2013년 10월 2차, 2014년 4월 3차 선수금을 각각 3억8750달러(5%)씩 수령한 바 있다. 이번 4차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공사비의 25%인 19억3750만달러(약 2조1000억원)의 선수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여㎞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경기 분당 신도시에 버금가는 10만 가구 규모 신도시를 짓는 이 사업은 김승연 회장이 이라크 재건사업 가능성을 주시하고 수주에서부터 사업 전체를 주도했다.

- 한화건설이 이라크에 건설한 세계 최대 규모의 PC 플랜트. 잠실운동장의 3배 크기다.
- 한화건설이 이라크에 건설한 세계 최대 규모의 PC 플랜트. 잠실운동장의 3배 크기다.

김승연 회장 전폭 지원 아래 추진 원활
김 회장은 그룹 태스크포스팀 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 명의 엔지니어로 팀을 꾸려 신도시 설계안을 만들었다. 또 수차례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며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의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그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회장의 글로벌 경영전략과 전폭적인 지원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와 이후 원활한 추진의 원동력인 셈이다.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은 “이번 공사비 수령은 김승연 회장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두터운 신뢰와 한화건설의 높은 공사 수행 역량에 따른 결과”라며 “이라크 내전 상황에서도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100여 개의 협력업체와 1500여 명의 국내 인력들이 함께 진출함에 따라 연인원 55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성공적으로 동반성장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2만여 명의 인력이 머물 베이스캠프 공사와 부지 조성, 정·하수처리시설 등 도시 인프라 공사가 진행됐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PC(Precast Concrete) 플랜트가 준공됨에 따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10만 가구 건립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PC 플랜트의 면적은 66만㎡로, 잠실운동장의 3배 크기에 달한다. 외벽과 내벽, 슬래브 등 콘크리트 자재를 생산하는 3개 동으로 구성됐다.

하루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양이 6400톤에 달하는데, 이는 래미콘 트럭 430대 분량이다. 이 플랜트에서 7년에 걸쳐 생산하게 될 벽체와 슬래브 전체 길이의 합은 1만3000㎞로 바그다드에서 서울까지의 왕복거리다. 한화건설은 PC 플랜트의 준공으로 10만 세대 주택 건설공사의 차질 없는 수행은 물론 이라크 정부가 발표한 주택 100만 가구 건설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신도시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 4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두 달에 한 번씩 공급하게 된다. 현재 주택 공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 외에 인프라 시설 공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라크의 내전으로 사업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남은 선수금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지급된 것은 발주처의 주택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이라크 사업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선수금 수령으로 최근 내전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화건설의 이라크 주택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라크 사업의 순항으로 한화건설이 하반기부터 수익성 위주 사업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내전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 내전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한화건설, 글로벌 건설사 도약
한화건설은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화학, 발전플랜트, 아쿠아리움, 돔 공연장 등 특수건축물과 신도시 개발 분야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종합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한 탄탄한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건설은 올해 수주 4조2000억원, 매출 4조3000억원을 달성해 내년에는 총매출에서 해외 매출비중을 65%로 높여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앞서 한화건설은 김승연 회장의 글로벌 경영 의지를 담아 ‘신도시 인프라 등의 건설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에 가치를 부여하자’는 의미의 ‘디자인 더 월드’(Design the World)라는 새로운 기업 비전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