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익어가는 가을 들녘은 그야 말로 황금빛이다. 햇볕과 물 등과 함께 알곡을 채운 가장 큰 것은 농부의 땀방울이다. 농번기에 농촌은 일손이 모자라 난리다. 일 잘하는 사람은커녕 아예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 발달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 이동과 고령화 등으로 농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특히 가장 바쁜 시기에 인력이 부족하다. 이 같은 농촌인력부족 문제를 완화·해소하기 위해 농협이 운영 중인 ‘농촌인력중개센터’가 농가와 구직자에게 호평받고 있다. 농가에는 일손 지원을, 구직자에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김모씨(70)는 일손이 부족해 사람을 구하려고 했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하자 인력을 공급하던 업체에선 예전보다 많은 알선수수료를 요구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농협에서 필요한 일손을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관내 지역농협을 방문해 일손 필요 신청서를 제출했다.
농협 직원은 마침 농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에 일자리 참여 지원서를 낸 박모씨(55)를 농작업 적격 인력으로 추천했다. 박씨는 농사 경력은 없었지만 김씨가 요청한 열매솎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손을 구한 김씨는 이후 수월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고, 박씨는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한 후 일당을 받고 일할 수 있었다. 박씨는 이후 인근 다른 농가에서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농가에 안정적 인력 공급
농협은 지난해 5월부터 농촌 인력부족 문제 해소 차원에서 농촌 지역에 원활한 인력 공급을 해주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전국 158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전체 인구의 11%에서 2026년에는 20.8%로 늘어나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지역은 더 빨라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이미 3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농촌 인력은 그동안 소규모 민간 인력시장을 통해 공급됐으나 과도한 알선수수료 부담과 작업 시 발생하는 상해에 대한 보상대책이 없어 공급에 어려움이 컸다.
이 같은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농협은 센터를 통해 농가에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농가는 민간 인력시장을 이용할 때 부담하는 수수료가 없고, 적기 영농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농촌 일자리 참여자에게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고용 창출에도 한몫을 담당한다는 평가다.
센터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농가에 중개한 인력은 총 16만8696명이다. 올해 연간 목표치였던 1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 인력들 중 절반 정도인 8만6715명이 농가에서 일당을 받고 일을 했고, 나머지는 자원 봉사자 등이 무상으로 농가의 일손을 덜어줬다. 인력 운용은 농가 유형을 감안해 탄력 있게 적용된다. 센터는 일반농가에는 유상인력을, 고령농 등 취약농가에는 자원 봉사자 등 무상인력을 연결해준다. 사회 봉사자의 재능·특기를 활용한 농촌취약계층 지원 창구 역할도 수행하는 셈이다.
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찾으려는 참여자는 최초 등록 시 지역 농협이나 중개센터 등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중개센터에서는 신원을 확인하고, 상담을 통해 근로 적격 여부를 판단한 후 신청서와 보험서류를 받는다. 일손이 필요한 농업인은 필요한 작업, 원하는 경력사항 등을 소정 양식에 작성해 지역농협이나 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센터에서는 참여인력의 규모, 희망작업 등을 고려해 대상 농가를 알선한다. 농작업에 필요한 교육은 농가에서 직접 하지만, 초보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농협이 실시하기도 한다. 또 일손 참여자를 위해 농가 출퇴근 차량도 지원해준다. 작업이 끝난 후엔 농가의 작업 내용과 참여자의 작업 능력, 숙련도, 가능 종목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사후 관리 등에 활용한다.
지자체·사회적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기도 한다. 경기 시흥시 농촌인력중개센터는 관련 고령자 일자리 창출 전담기관인 시흥시니어클럽, 농업기술센터, 지역농협 등과 협력해 인력풀을 구성, 3개월 만에 860명의 인력을 중개했다.
자원 봉사자도 농가에 중개
농협은 일자리가 필요한 취약계층에게는 농·축협에서 운영하는 기반시설에 일자리를 중개해 주고 있다. 또 농촌 자원 봉사를 하고 싶은 기관이나 기업체를 농가와 연계해 주는 사업도 수행한다. 농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참여 인력 규모 및 일정, 희망지역 등을 써넣으면 대상 농가를 알선해 준다. 향후 사회복지자원봉사 관리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자원 봉사 실적으로도 인증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미용이나 도배·장판 등 특기·재능 봉사를 원하는 자원 봉사자를 농가에 소개해 주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김은정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 차장은 “수확기 영농철엔 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지원받았던 농가로부터의 재문의가 급증한다”며 “적기에 인력을 중개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