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학창시절, 하버드대학의 엘리트 클럽인 ‘파이널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파이널 클럽과 같은 유명 모임의 일원이 되면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이비리그 엘리트클럽은 미국 명문대생 중에서도 선별된 인원만 가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대통령, 벤자민 브레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장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이 파이널 클럽 출신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모임이 있다. 경영학회 연합모임 ‘쿰스(KUMS)’는 한국판 파이널 클럽이다. 서울대 MCSA(Management consulting student association), 연세대 GMT(Global management track), 고려대 MCC(Managemant consulting club), 카이스트 MSK(Managem ent studygroup in KIST)가 쿰스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인기 경영학회다. 이들 학회 출신 졸업생 중 대부분이 대기업·컨설팅기업·외국계 기업 등 이른바 ‘신의 직장’에 채용됐다. 대학생들이 인기 학회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삼수까지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매 학기 모여 산학프로젝트·스터디도 같이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연합모임을 결성해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선의의 경쟁과 친목 도모를 통해 발전하자는 취지에서다. 연합 초기인 2006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가 모여 MGM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그러다 2008년 카이스트 MSK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쿰스가 됐다. 쿰스는 ‘코리안 언더그래듀에이트 매니지먼트 소사이어티’(Korean undergraduate management society)의 줄임말이다.

쿰스 회원들은 한 학기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가진다. 이때 기업 및 기관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일본 민간경제 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원 아래 케이스 컴페티션(Case Competition)을 열었다. 한우현 MSK 회장(24·카이스트 물리대학원 13)은 “MSK에는 공대생들이 많다 보니 숫자로 얘기하는 습관이 있는데, 다른 학회들과 지식을 나누면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산학협력과 봉사활동도 같이 한다. 지난 2011년에는 4개 학회 공동으로 각 학교 주변 자영업체들에 무료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3년에는 연세대 GMT와 고려대 MCC가 함께 한국P&G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회 네 곳이 똘똘 뭉치니, 그만큼 인적네트워크도 두텁다. 최영중 MCSA 회장(27·서울대 언론정보학 07)은 “쿰스 회원들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 채용 정보도 공유한다”고 말했다. 원준성 GMT 회장(25·연세대 경영 09)은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데도 쿰스 회원이라고 하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에 나가서도 쿰스라는 연결고리로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고 말했다.

쿰스 학회들은 내부 인맥을 기반으로, 졸업생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실력까지 갖춘다. 커리큘럼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은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현직 선배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키운다. 원준성 GMT 회장은 “교과서에서 나아가 실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며 “가령 올해 2학기 기업분석세션에서는 삼성증권에 재직 중인 선배를 초청해 피드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공모전과 산학협력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대 MCSA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마케팅 전략 수립’ 건(件)을 삼성전자에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제안을 채택해 현재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 MCC가 2013년 맥도날드에 제안한 치킨팩 출시 전략 역시 실행되고 있다.

- 최영중 서울대 MCSA 회장 / 원준성 연세대 GMT 회장
- 최영중 서울대 MCSA 회장 / 원준성 연세대 GMT 회장

- 한우현 카이스트 MSK 회장 / 박정훈 고려대 MCC 회장
- 한우현 카이스트 MSK 회장 / 박정훈 고려대 MCC 회장

인기학회 들어가려 재수도
학회 선배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취업을 돕기도 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거나, 인턴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네이버 라인에 근무 중인 양형준(27)씨는 MCC 출신 선배가 창업한 플라스크모바일에서 인턴 경험을 한 뒤, 학회 친구들과 현대자동차 ‘i30 대학생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등에 출전해 수상을 했다. 그는 “선배들이 업계 이야기·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 등을 공유해줘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현재 다니고 있는 일자리도 선배가 공고를 알려줘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자기관리, 미래 설계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학교가 아니라 학회를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지만, 짜임새 있게 생활하면 학점과 경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게 학회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딘스리스트(Dean’s list, 직전 학기 학점 기준 상위 3%) 6명 중 3명은 MSK 회원이다. 고려대 MCC와 연세대 GMT도 매년 숨마쿰라우데(summa cum laude·최우등)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각 학회는 매 학기 신입 회원을 10명 내외로 모집하고 있다. 이 중 GMT는 경영학과 학부생(이중 전공 포함)만을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학회는 학과 제한이 없다. 회원 가입 경쟁률을 외부에 공개하진 않지만, 경쟁률이 높을 때는 5대1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깐깐한 회원선발 절차는 마치 대기업 공개 채용과정을 방불케 한다. 서류부터 면접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인성, 비전, 능력 등을 다양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MCC의 경우, 신입 회원을 뽑기 위해 서류 전형과 3차례 면접 등 총 4단계 과정을 거친다. 박정훈 MCC회장(24·고려대 경영10)은 “개인 면접뿐만 아니라 팀 토론 면접을 통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며 “컨설팅기업 등에 재직 중인 선배들도 평가에 참여해 변별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쟁쟁한 지원자들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일이 다반사다. 네 곳 중 한 학회에 지원했다 떨어진 정 모양(24)은 “학점과 영어 점수 모두 만점에 가까운데, 왜 탈락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한우현 MSK회장은 “조직 융화력과 열정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스펙이 좋다고 무조건 합격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 지난 2013년 11월 쿰스 학회들이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원으로 케이스 컴페티션을 열었다. 이들은 한 학기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 친목을 다지는 한편, 서로 성과를 비교하고 경쟁한다.
- 지난 2013년 11월 쿰스 학회들이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원으로 케이스 컴페티션을 열었다. 이들은 한 학기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 친목을 다지는 한편, 서로 성과를 비교하고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