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사업에 적용시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 IT(정보기술)기업 옐프(www.yelp.com)다.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바로 현대 사회다. 그런 면에서 현대인들의 고민은 정보의 총량(總量)이 아니라, 순도(純度)에 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진짜 좋은 정보는 무엇일까?’
옐프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를 사용자들끼리 협업(協業)시스템으로 해결해 성공을 거뒀다.

페이팔 설립자가 세운 위치 기반 SNS
옐프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 설립자인 제러미 스토펠만과 러셀 사이먼스가 지난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운 회사이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옐프의 사업 방식은 지역 정보지를 온라인으로 구현시키는 데 있다. 양질의 지역 정보를 온라인에서 제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게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다.
제러미 스토펠만과 러셀 사이먼스가 지난 2004년 옐프를 세운 것도 페이팔 시절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제대로 된 치과의사를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데서 비롯됐다. 현재 옐프 사이트에는 식당, 쇼핑센터, 병원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식당이다. 최근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 사이 스마트폰 필수 앱으로 옐프가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월가 등 미국 금융권과 전 세계 IT기업들이 옐프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보유한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2004년 설립 이후 옐프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발상은 혁신적이었지만, 담긴 정보의 양이 많이 않아서인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수익도 적자 행진은 이어갔었다. 그랬던 옐프가 반등에 성공한 것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다. 방문자 수가 증가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점주(店主)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공교롭게도 이 무렵이다. 그리고 비결은 회사가 보유한 정보량과 함수관계가 있다. 미국 IT기업들이 옐프를 SNS 강자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꼽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이 모든 정보를 담아내는 백화점식이라면, 옐프는 지역 정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서비스를 국한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 옐프가 보유한 정보량은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옐프가 주목한 지역 정보는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옐프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29개국에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아시아에서는 2014년 9월 말 현재 홍콩, 싱가포르, 일본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도시별로는 총 124개 곳에 사이트가 개설됐다. 2014년 2분기의 경우 매달 평균 1억3800만 명이 옐프 사이트를 다녀갔으며 같은 기간 6100만 명의 회원이 글을 올렸다.
옐프는 회원들이 병원, 식당, 미용실 등에 가보고 후기(後記)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때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해당 식당의 맛, 서비스 등을 점검한다. 그리고 회원들의 후기는 식당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은 웹사이트 영역에 국한됐던 옐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모바일 환경이 도래하면서 옐프 회원들의 평가는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옐프 회원들의 이용 후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미 보건당국이 보고되지 않은 식중독 기초 자료를 조사하는 데 옐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DC(질병예방관리센터)에 따르면, 뉴욕 보건 및 정신위생국은 옐프를 통해 질병이 발생한 원인 장소를 추적하는 시범연구를 끝마쳤다. 콜럼비아대에서 개발한 이 소프트웨어는 옐프에 올라온 29만4000건의 리뷰를 9개월 동안 조사해, ‘구토’, ‘배탈’, ‘설사’ 등의 특정 단어들과 그에 따른 세부 사항들을 추적했다.
그렇다면 옐프의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열성적인 회원들이 꾸준하게 방문하기 때문에 옐프의 배너광고는 지역 점포 주인들에게는 좋은 수단이다. 현재 옐프는 △소규모 사업자 광고 △전국 단위 대규모 사업자 광고 △소셜커머스 거래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경영 실적도 지난 2분기부터 턴어라운드를 기록, 본격적인 성공 신화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우)이용자들의 후기가 올라간 옐프 서비스는 뉴욕 등 세계 주요 대도시 레스토랑을 방문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고객 충성도 높여 정보 객관화 성공
월가 및 IT업계가 옐프로부터 배우는 점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열성 회원들이 알찬 후기를 올리는 것은 옐프의 성장이 단순히 돌풍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옐프는 초기부터 회원끼리 친구를 맺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업 모델의 큰 축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열성적으로 후기를 올리는 회원에게는 엘리트 배지 같은 가상의 등급을 부여한다. 서양민 씨온 마케팅팀 대리는 “엘리트 회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파티를 여는 등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등 옐프의 회원관리는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보의 신뢰성을 높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풀이된다. 우선 옐프 회원들의 타인이 올린 후기를 누구나 평가할 수 있도록 해 신뢰성과 객관성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진화된 알고리즘으로 악의적인 평가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필터링시스템도 경쟁 서비스보다 앞서 있다. 또 구글맵스를 이용하는 등 외부 업체와의 협업시스템도 옐프의 성공에 엔진 역할을 했다.
옐프에게는 앞으로가 더 탄탄대로다. 회원들의 정보는 결국 빅데이터로 연결돼 상권 분석과 같은 2차 정보로 가공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점포들을 하나로 묶어 온라인 예약 시스템까지 갖춘다면, 옐프는 단순히 지역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서비스 범주를 넘어서게 된다. 현재 옐프가 BMW, 애플과 조심스럽게 협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가령 BMW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음성인식 서비스로 가까운 음식점을 찾으면 옐프 회원들이 추천한 곳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옐프는 현재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와 옐프 서비스를 연계시키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