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ADK는 세계 21개국에 49개 법인을 두고 있다.
“당신에게는 100번의 용기 / 우리에게는 100번의 진심 / 당신에게는 100가지 만족 / 우리에게는 100가지 자신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배경 음악과 함께 광고 카피가 이어지고 한 성형외과의 이름이 화면에 펼쳐지며 영상은 끝이 난다. 광고 초반부터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 광고는 ‘성형외과의 광고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소비자에게 떠올리게 하면서 ‘성형외과 광고의 획기적인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광고를 제작한 주인공은 바로 ADK코리아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을 때 혹은 반감을 갖고 있을 때, 기존의 인식을 뒤엎고 긍정적인 이미지와 가치를 심는 것이 광고가 갖는 놀라운 힘이다.
“저희가 광고를 만드는 원칙은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고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라’라는 것입니다. 광고를 보고도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오너로서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전략, 감각을 가진 사람이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어카운트 디렉터(account director)는 클라이언트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그의 생각을 광고에 반영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낙제점이에요.”
1990년 아사히통신사(현 ADK)와 인연을 맺은 양경렬 ADK코리아 대표는 국내 대표 광고 에이전시인 제일기획, 일본의 아사히통신사를 거쳐 25년간 광고계 경력을 쌓은 광고인이다. 연세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광고에 흥미가 생겨 와세다대 대학원 상학(商學)연구과에서 광고를 전공했다. 그는 자신을 즉흥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우연히 아사히통신사(현 ADK)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90년도에 입사해 94년까지 근무했죠. 당시엔 모든 광고가 TV를 통해서만 이뤄졌는데 저는 프로모션 분야의 플래닝을 맡았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제일기획에서 12년간 근무한 뒤 홍콩 법인에서 3년간 주재원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좀 저지르는 스타일인데 ‘일본으로 다시 갈까?’ 생각하고 일본 ADK 본사에 재취업을 했습니다. 당시 회사에선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웰컴’이었죠. 2012년에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ADK코리아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양 대표는 “제일기획 근무 당시 IMF 외환위기가 터졌었는데 휴직하고 미국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땄다”며 “일본에 갈 때만 해도 총각이었으니까 과감했다고 쳐도 미국에 갈 때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선 이해를 못했다”고 회상했다. 홍콩 주재원을 할 땐 주재원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DBA(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과정을 이수했다. 이쯤 되면 도전과 용기를 떠나서 ‘광고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그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DBA 논문은 ‘PPL(Product PLacement)에 대한 수용도 분석’을 주제로 했어요. 가방끈이 좀 길죠.(웃음) 젊었을 땐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어려운 결정일 수 있는 미국행도 아주 쉽게 결정했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죠.”
그의 도전적이고 즉흥적인 기질은 광고 제작에 꼭 필요한 창의성(Creativity)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한 듯 했다.
세계 14위, 일본 내 3위를 유지하고 있는 ADK만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ADK의 강점을 말하자면 정말 많습니다.(웃음) ADK는 1956년 설립된 회사로, 창립자 이나가키 마사오(垣正雄·Inagaki Masao)는 일본 내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분입니다. 현재 93세 이신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근무를 하셨습니다. ADK의 경영철학이 ‘전원 경영(全員 經營)’입니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회사의 사장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자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사장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보이고 직원이 그 역할을 해내면 회사가 발전합니다.”
글로벌 에이전시 간 활발한 교류가 강점
ADK는 지난 1998년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그룹 WPP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더 이상 일본 시장만 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양 대표는 “현재 WPP의 지분을 22% 확보하고 있다”며 “실제로 WPP와의 제휴는 ADK를 성장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법인을 급속도로 확대한 ADK는 현재 21개국에 49개 거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양 대표는 “ADK는 일본계 회사이지만 우리는 ADK를 ‘재패니즈 에이전시(Japanese Agency)’라고 하지 않는다”며 “점점 더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ADK는 글로벌 에이전시이지만 어쩌다 보니 본사가 일본에 있더라’라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ADK코리아는 일본계 회사라는 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회사가 한국에 광고를 하고자 할 때 효과적인 창구가 됩니다. 일본어가 가능한 인력이 있고, 지금까지 한국시장에서 쌓아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회사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ADK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전 세계로의 캠페인이 가능합니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는 많지만 ADK는 그 어떤 곳보다도 에이전시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 대표는 “정기적인 모임인 상·하반기 거점단 모임에서 정보와 전략을 교류하며 프로젝트가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미팅을 갖는다”고 전했다.
“2012년에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매년 20~30%씩 매출 성장을 이뤘습니다. (국내) 광고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하지만 분명 그런 가운데 살아남는 회사가 있습니다. 저희는 ADK만의 정체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광고시장을 선점할 것입니다.”
▒ 양경렬 대표는…
1962년생. 1984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 1990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상학연구과 석사, 1990년 아사히통신사(ASATSU) 프로모션 본부 근무, 1994년 제일기획 프로모션 본부, 글로벌 본부 근무, 홍콩 사무소장, 2001년 위스콘신대 매디슨교 MBA, 2009년 ADK 글로벌 본부 근무, 2011년 홍콩시립대 DBA, ~현재 ADK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