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전자단기사채 같은 ‘특별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 생활을 하는 은퇴자들의 경우 주식보다 안전하고, 금리가 4% 안팎으로 예금 이자보다 2~3배 정도 높은 채권들로 모이고 있다. 이자소득세(15.4%)에 물가상승률(연 1~2%)을 감안하면 ‘제로’ 수준인 실질 금리 시대에 살아남는 또 하나의 출구인 셈이다.
債券 (채권)
債券 (채권)
신흥국 금융 불안과 유럽·중국의 경기 불황은 내년 국내외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 조선일보 DB

전자단기사채(전단채)는 작년부터 자산가들의 관심을 모아온 채권으로 증권사 영업점에서 살 수 있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을 종이가 아닌 전자로 발행하고 유통시킨다. 만기는 대부분 3개월이다. 법상 만기 1년까지 발행이 가능하나 3개월 이내로 발행 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어 ‘전단채=3개월물’이란 등식이 성립됐다. 만기가 짧아 기업 부도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최상위 등급인 A1과 A2 등 저(低)위험 전단채 3개월물 금리는 연 3~4% 선이다. 같은 만기의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전단채는 실물 형태인 기업어음(CP)과 달리 거래 지역에 한계가 없다. 위·변조나 분실 같은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발행 비용을 낮춘 대신 금리를 높였다. 보통 1억원 이상 매매가 가능한 CP와 달리 소액 매매가 가능하다.

짧은 만기로 부도 위험 줄인 전자단기사채
발행자의 부도 위험을 추가로 낮춘 ABSTB(Asset Backed Short Term Bond,유동화 전단채)도 있다. 건설 회사·지방자치단체·공기업·금융 회사 등의 신용 및 유동성 보강으로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유동성 보강이란 전단채의 신용등급이 특정 등급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매입을 약정한 증권사가 전단채를 매입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건설사가 신용을 보강하는 경우와 금융 회사(주로 증권사)가 매입 확약을 통해 자체 신용으로 보강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ABSTB는 차환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구조의 AB전단채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KDB대우증권이 매주 월요일마다 100억원 한도로 내놓는 환매조건부채권(RP)은 단 몇 분 만에 동이 난다. 대기 수요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비결은 고금리다. 3개월만 넣어도 연 4.0%를 지급한다. 연초부터 완판 행진이다. 대우증권뿐 아니라 대다수 증권사가 RP를 취급한다.
RP는 채권 투자의 약점인 환금성을 보완한 게 특징이다. 증권사가 채권을 팔 때 나중에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채권을 사서 가지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채권을 반납하고 맡겼던 돈과 이자를 받는다. 일정 기간 후 약속된 이자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예금과 다를 게 없다.
증권사는 조달한 자금으로 주로 국고채나 은행채에 투자한다. 증권사가 지급 불능(부도) 상태에만 빠지지 않으면 지정한 날에 약속한 이자를 지급한다.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로 잡아 놓은 채권을 받으면 된다. 대부분 담보 채권을 원금보다 더 많이(105% 정도) 제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RP는 수시, 3개월, 6개월, 1년 만기로 연 2.4~2.5%의 금리를 준다. 연 2%대 초반의 1년짜리 예금 금리보다 높다. 약속된 기간 이전에 환매해도 예금 수준의 이자를 준다. 당장 필요 없는 돈이라면 약정 기간을 길게 하여 금리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다. 최근엔 매월 일정액을 적립형으로 투자할 때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도 나왔다.


연간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액

3개월 넣어도 최대 연 4% 주는 ‘특판RP’
특판RP는 3~6개월 만기에 금리는 연 4% 안팎이다. 최고 연 4.5%(삼성증권)까지 준다. 고객은 해당 증권사와 처음 거래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자금을 옮겨오는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삼성증권·동부증권·KB투자증권·대우증권 등이 취급한다. 가입 한도는 1인당 1억원 정도다. 우대금리를 주는 대신 고객에게 다른 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 중도 환매 때 금리가 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유념해야 한다.
요즘 대형 증권사들이 집중 판매하는 브라질 국채는 연 10%의 확정 수익을 지급하는 해외 채권이다. 만기는 10년인데 시장에서 중도에 사고팔 수 있다. 투자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한국과 브라질 정부가 조세 면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6%)를 거뒀는데 이마저 없어졌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우려하는 자산가들에겐 매력적인 조건이다. 채권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채무불이행(부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브라질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외환 보유액은 한국보다 많고 브라질은 주변국과 달리 과거 한 번도 채무불이행을 했던 적이 없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환율 변동은 브라질 국채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국내에 판매된 브라질 채권은 대부분 환헤지(외환 위험 회피)가 돼 있지 않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채권 평가액도 낮아진다는 의미다. 올들어 9월 말까지 팔린 브라질 채권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 중순과 비교했을 때 헤알화 가치는 6.7% 정도 떨어졌다. 연 10%의 채권 이자를 받아도 헤알화 하락분 만큼 수익을 까먹은 셈이다. 브라질 국채를 매입하는 단계에서 헤알화 환율을 고정시키는 것도 어렵다. 환헤지 비용이 워낙 높아서다.
당분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널뛰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만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헤알화가 7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해 지금이야말로 투자 적기라’는 의견이 있지만 ‘당분간 신규 매수를 중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브라질에 어두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9월9일 무디스는 낮은 성장률과 정부 부채를 이유로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했다. 피치 역시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S&P는 브라질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 등급의 마지막 단계인 ‘BBB-’로 낮춘 바 있다.

대선 이후 브라질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26일 수도 브라질리아 기자회견장에서 룰라 전(前)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이 지우마 호세프 현(現) 대통령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축하하고 있다.
대선 이후 브라질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26일 수도 브라질리아 기자회견장에서 룰라 전(前)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이 지우마 호세프 현(現) 대통령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축하하고 있다.

메자닌펀드·하이일드펀드도 인기
고금리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게 두렵다면 전문가들이 대신 투자해주는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만 일반 펀드보다 고(高)수익형 채권형 상품이 수익률 면에서 낫다. 대표적인 게 메자닌(Mezzanine)펀드와 분리 과세형 하이일드펀드다.
메자닌은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중간’을 의미한다. 채권과 주식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주식 관련 채권에 집중 투자한다. 올해 공모형 메자닌펀드인 글로벌 전환사채 펀드로 1441억원이 들어왔다. 올해 평균 수익률은 10%대다. 전환사채는 주가가 떨어질 때엔 채권으로 이자 수익을 내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돼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권 행사를 통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획득할 수 있다. 만일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확정된 이자와 함께 만기 때 상환 금액을 받으면 된다.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적절히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정해진 가격으로 발행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부여된 채권이다. 선진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출구전략에 따른 일시적인 증시 조정에 부담을 느낀다면 메자닌펀드 투자를 고려해볼만 하다.

채권 회수 및 전환권 행사까지는 2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몇 개월 단기 투자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도 회사채이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있다.
분리 과세형 하이일드펀드는 올해 말까지 가입할 때 분리 과세(세율 15.4%) 혜택을 주는 채권형 펀드다. 총자산 대비 30%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인 채권 또는 코넥스 주식에 투자한다. 공모주 10%를 우선 배정받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회사채는 언제든지 부도날 위험을 안고 있으며,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 채권값은 떨어져 평가 손실을 볼 수 있다. 공모주도 주가가 마냥 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리 과세 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할 땐 유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이일드펀드도 장기 투자해야 원하는 성과를 실현할 수 있다. 만기 이전에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구조다.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의 차이

연 3~6%대 금리 주는 ‘코코본드’
지난 8월 말 선을 보인 ‘코코본드(CoCo bond·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자본증권)’는 연 3~6%대의 금리를 준다.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고위험 회사채다.
2013년 12월 시행된 바젤Ⅲ(은행권 재무 건전성 강화 제도)에 따라 등장했다. 대출·보증 등 위험 자산 대비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는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높이려는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한다. 상환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나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대신 만기가 없어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영구채·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때 반드시 ‘전환’ 혹은 ‘상각’ 조건을 내걸어야 보완자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코코본드는 비교적 재무 상태가 건전한 은행권에서 발행하지만 신용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거나 금융위원회가 발행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 개선 권고·요구·명령을 내리는 등 ‘예정된 사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리금이 보통주(자본)로 바뀌거나 한꺼번에 상각되는 구조다. 경영개선 권고 조치만 받아도 이자 지급이 중단되고 심각한 경우 투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
지난 9월 JB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각각 6.4%, 3.5% 금리로 코코본드를 발행했고, 전북은행과 기업은행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산업은행도 코코본드 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관 일부를 개정했다.



중국본토채권펀드
중국 국공채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
중국본토채권펀드는 중국 국공채와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에 투자한다. 현재 중국본토 우량채권 만기 보유 수익률은 연 5.5% 수준이다. 채권금리에 위안화 환차익까지 더하면 연간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달 초 중국 본토 우량채권에 일반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동양차이나본토채권증권투자신탁1호(채권-재간접형)’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중국 본토채권에 투자하는 홍콩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한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해외 펀드들은 중국 국공채와 중국 현지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한다. 평균 5% 이상의 만기보유수익률을 내세운다. 지난 2012년 현대자산운용이 중국본토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를 출시한 이후 청산돼 현재 국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본토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이 상품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18곳이 관련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외국인이 위안화로 직접 중국 본토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인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자격 취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중국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금융사에 RQFII를 허용했다. 그러나 아직 투자를 최종 승인받은 곳은 없어 현재 중국본토채권에 투자하려면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 기존 RQFII 허용 국가 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RQFII 자격을 취득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내년 1~2월 중국본토채권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은행들도 ‘중국 내 은행 간 채권시장(CIBM, China Interbank Bond Market)’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