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이재훈
- 일러스트 : 이재훈

모 대기업 계열사에서 강연했을 때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청중(聽衆)은 연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하지만 필자는 상(相)을 보는 사람이라, 청중의 얼굴을 봐가며 강연을 주도해 나간다. 주로 얼굴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열기 때문에, 강연 때마다 청중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떤 이는 앉아 강의를 듣느라 앉아 있지만, 살짝만 건드리면 이내 푹 쓰러질 듯한 약한 기운을 가졌는가 하면, 어떤 이는 비록 체구가 작아도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게 바로 인상 읽기의 매력이다.

강의를 끝마치고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차를 마신 뒤,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참이었다. 자신을 이 회사 전무라고 소개한 A씨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본능적으로 A씨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이 이 회사에서 인상이 제일 좋군. 직장 운(運)이 있겠어.’
그러고 몇 년 후 다시 그 기업에서 얼굴경영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회사를 찾아가 강연 전에 대표이사 방을 노크하니, 왠지 낯익은 얼굴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몇 해 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나온 A전무였다. 시간은 몇 년 흘렀지만,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풍모와 기백은 여전했다.
“그때 엘리베이터 배웅 나오셨던, 그 분 맞죠?”
“네. 맞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인상학에서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정면 얼굴이다. 그러나 정면 얼굴만이 전부는 아니다. 앉아 있는 자세, 걸음걸이, 목소리, 심지어 뒷모습, 옆모습도 봐야 한다. 단적으로 자세만 바르게 고쳐도 인생과 운명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B변호사가 있다.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는 B씨는 평소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고개는 숙이고 어깨는 축 처져 있는 것이 서 있는 자세였다. 필자가 B씨에게 권고한 것은 철봉에 매달리고, 양팔을 벌린 상태로 문을 미는 동작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의 근육운동만으로도 처진 어깨를 펴기에는 충분해보였다. 필자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그랬는지, 몇 달 뒤 만난 B씨 어깨는 보란 듯 쭉 펴져 있었다. 그는 “인상학적인 것뿐 아니라, 호흡량을 늘리기 위해서도 어깨를 곧게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상체를 곧게 세우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일단 예전보다 달라진 점은 자세로 설명되는 자신감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B변호사는 그 이후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원회에서 꽤 높은 자리에까지 올랐다.


어깨만 펴도 자신감 살아나 인상에 긍정적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인상 연구를 중시한 반면, 서양은 골상(骨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오늘날 서양의학의 뇌 연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골상 연구다. 심리학 서적만 해도 1970년대 중반 이전 책들을 보면 골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몇 달 전 이 코너 ‘주선희의 세상인상’에서 이마는 ‘생각하는 주머니’라고 했다. 태아가 좋은 이마를 갖고 태어나기 위해서는 산모(産母)가 오랜 시간 기도하며 태교에 임해야 한다. 뒤통수 인상도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정면 인상처럼 동그스름한 것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머리카락에 가려 있어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얼굴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는다. 화장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뒤태(뒷모습)에 화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뒤태에 나타난 인상은 솔직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전직 모 언론사 임원 C씨의 사례다. 필자가 보기에 뒤태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치면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머리에서 목으로, 목에서 어깨, 등 전체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한 번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 “그렇게 힘을 주면 뒤태가 아름답지 못하니, 몸을 흔들어 힘을 빼는 것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뒤태에 나타난 강력한 힘은 여전하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처럼 충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뒤태는 어떻게 만들까. 무엇보다 좋은 뒤태는 힘이 들어가서도, 빠져서도 안 된다. 무겁거나 가벼워서도 안 된다. 고치려 해도 마음처럼 쉽게 뒤태를 교정할 수는 없다. 결국 높고 푸르른 맑은 가을 하늘처럼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가져야만 바라보기에 편안한 뒤태가 된다.


하관·하체가 튼튼해야 말년에 풍요로워
서 있는 자세, 즉 체형도 인상학적으로 볼 때 운명과 적잖은 상관관계가 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언론계 인사 D씨는 시간이 갈수록 하체가 튼튼해지는 체형의 소유자다.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굴에 나타나지만, 결심한 것을 실행하는 것은 다리의 몫이다. 인상에서 말년은 얼굴 하관(下觀)에서 읽을 수 있듯, 체상(體相)에서 말년은 배꼽아래부터 발가락 끝까지인 하체에 있다. 하체가 좋아야 말년이 건강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반대로 상체가 좋은 사람은 중년의 삶이 비교적 편안할 가능성이 높다. 초년의 운을 결정하는 것은 몸 전체로 보면 얼굴이다. 얼굴 살에 있어 탄력이 중요한 것은 우리 몸 전체의 피부 탄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록 얼굴이 작아도 얼굴살의 탄성이 좋고 상체가 발달했다면, 풍요로운 중년의 삶을 보장받았다고 볼 수 있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대한민국 인상학 박사 1호
jsh80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