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웅래 회장이 만든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 조웅래 회장이 만든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처럼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던 사람도 드물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화 정보 서비스인 ‘700-5425’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주인공이다. 당시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반도체통신과 LG정보통신을 다니다가 서른셋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다이얼 전화기가 버튼식으로 바뀌며 전화선이 많이 보급되고 통신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때 전화선이 한 2000만 회선이 보급됐을 때니까 엄청난 변화가 생긴 거죠. 이 유선망을 활용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사업성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전화망은 있으니까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금이 부족해도 무언가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5425가 전화 정보 서비스로 엄청나게 히트했었죠. 소비자 인지도가 98%였어요. 그야말로 유례없는 브랜드파워였죠. IMF 외환위기 때 우리가 TV 광고를 연간 100억가량 했었어요.”

‘700-5425’는 ‘징글 광고’의 원조격으로, 광고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징글 광고란 짧은 음악이나 멜로디, 효과음 등을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면서 광고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이다. 조 회장은 “라디오 광고, TV 광고에서 소리를 통해 보다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고민하다가 떠올렸다. 국내 광고업계에서는 최초였고 5425가 벨소리 통화 연결음 서비스의 대표적인 회사로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일을 추구하던 그는 2004년 12월 소주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 ‘700-5425’ 서비스가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시작됐다. 미래가 마냥 장밋빛일 수는 없다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 조 회장은 “핸드폰이 많이 보급되면 무선통신망이 늘어날 텐데, 5425서비스는 유선망을 이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잘 나갈 때, 그래서 허리띠 풀어놓고 느긋하게 있을 때 위기가 엄습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 무렵 대전에 기반을 둔 ‘선양소주’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도권 소주 회사의 공세에 밀리면서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회사의 경영도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하니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 모두 어리둥절해 했어요. 내가 술을 좋아하는 주당(酒黨)이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바지만, 술을 마시는 것과 술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거니까요. 프로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야구 선수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야구 감독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과 비슷한 꼴이었죠. 제조업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술 만드는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하니 이 양반이 술에 취했나 생각했을 거예요, 허허.”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업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조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믿었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소리나 술이나!’였다.

“발음만 비슷한 말장난이 아니라 5425 서비스를 할 때 내가 내세운 슬로건이 ‘사람과 사람 사이’였어요. 통신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고 나는 5425를 통해 ‘소리’를 팔았어요. 말이나 문자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성, 언어만으로 전달하기 부족한 마음을 음악을 통해 전해줌으로써 사람과 사람 아이를 이어주는 것이었죠. 술도 마찬가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맨 정신으로 말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는 고백이나 이야기를 하려고 술잔을 앞에 놓고 사람과 마주앉잖아요. 인류의 역사에서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매개체 중 하나예요.”

회사를 인수할 때부터 조 회장은 남과 같은 방식으로 술장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콘텐츠를 팔던 놈이 이제 술을 팔겠다고 결심했다’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술이라는 콘텐츠를 과연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것이 그의 접근법이었다. 그때부터 다른 소주 회사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전에 내려간 지 1년 만에 그는 우연히 올라가 본 계족산(鷄足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에코힐링’이라는 개념을 회사의 가치로 내걸고 계족산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14.5㎞의 황톳길을 만들었다. 술을 파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보였지만 그는 실행에 옮겼다. 매년 5월이면 계족산에서는 맨발 축제가 열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면 오페라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산속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그는 ‘맥키스 오페라 공연단’도 만들었다.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 여행 전문 기자가 꼽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에 선정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우리나라가 모로코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당시에도 계족산 황톳길은 큰 힘을 발휘했다.

“정부에서 유치전의 일환으로 각국 외무장관을 한국으로 초청했고 그중 인도양 서부의 섬나라인 세이셸도 포함돼 있었어요. 마라톤을 워낙 좋아해서 마라톤 마니아인 세이셸 주한명예총영사와 인연이 있었죠. 내가 세이셸 명예총영사에게 외무장관을 계족산으로 모셔야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회사 손님을 모시면 헬멧 씌우고 공장부터 데리고 가는데 나는 산으로 모시고 가서 황톳길 자랑 좀 해야겠다 싶었죠.”

계족산 황톳길을 경험한 세이셸 외무장관은 “한국이 이렇게 친환경적인 나라인줄 몰랐다”며 크게 감동을 받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조 회장도 세이셸을 방문하게 됐다. 세이셸의 정부 각료들을 만나면서 ‘세이셸 사람들은 젊었을 때는 날씬하고 건강한데 운동을 안 해서 갈수록 비만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2008년 ‘제1회 에코힐링 세이셸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렸어요. 제가 2011년까지 후원했는데요. 전 세계 마라토너 350여명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달렸습니다. 마라톤만이 아니라 계족산 맨발 축제에서 힌트를 얻은 문화 행사도 계속 열었습니다. ”

마라톤 대회는 그 이후 세이셸에서 낚시, 요트 등과 함께 4대 국가 이벤트로 지정될 만큼 성장했다. 2009년 세이셸의 제임스 미셸 대통령이 한국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계족산을 찾았었다. 조 회장은 “경호 문제가 있으니 꼭 산에 가야 하느냐며 청와대 경호실에서도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황톳길을 경험한 대통령이 찬사를 아끼지 않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지금도 새로운 일을 꿈꾸는 중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한 4D 콘텐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조 회장은 4D 콘텐츠 사업이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만약 조선일보의 100년사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2D 공간에서 그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직접 그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예전의 윤전기 돌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그 안에 윤전기 돌아가는 냄새까지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고흐의 강렬한 미술 작품들도 실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만들면 얼마나 새로운 경험이 되겠어요.”


New Book


만물의 공식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반니 펴냄

영화 ‘마이너 리포트’는 2054년의 워싱턴이 배경이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이를 예언하는 선지자들에 의해 범죄를 막고 예비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이야기다. 영화가 개봉된 2002년에는 범죄를 예측한다는 것이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생각됐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처럼 홍채와 얼굴을 인식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근하게 광고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을 단순히 수학과 기계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점점 인간의 창의성까지 대신하고 있다. 미술의 진품과 위작을 판별하는 자동미술비평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아모스’라는 음악생성 알고리즘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불투명한 것은 알고리즘의 미래이다. 앞으로 알고리즘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할 것이지만 반대로 인간다움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많은 이들의 알고리즘과 같은 기계나 컴퓨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저자는 “굳이 불편을 감수하기보다는 알고리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인간다움과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한다.




모바일트렌드 2015

모바일 혁명이 이끄는 옴니채널의 시대가 온다

커넥팅랩 지음/ 미래의 창 펴냄

‘커넥팅 랩’은 주요 IT(정보기술)기업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모바일 전문 포럼으로 통신사, 포털, 커머스, SNS, 증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바일 업계 전문가 10인은 2015년이 ‘옴니채널’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옴니채널(omni-channel)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거래와 정보 소통, 고객 접점의 축이 과거처럼 오프라인 매장, TV, PC 등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수령하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쿠폰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접속돼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구분은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온·오프라인 경계의 붕괴와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모바일 결제 등 개별 분야에서 어떠한 흐름과 변화가 생겨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오장환
-사진: 오장환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시네마노믹스
조일훈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스무 살 때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서로를 좋아한 것도 모르고 30대 중반이 돼서야 다시 만난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첫사랑은 어쩌면 ‘논리’로는 가장 설명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이 약혼녀를 심드렁하게 대하는 이유를 경제학은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설레던 사랑이 갈수록 무덤덤해지는 건 사랑의 효용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위험 회피 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사랑을 얻어서 생기는 효용보다 약혼녀를 버렸을 때 생기는 비용이 더 크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 행동의 근저(根底)에는 이런 경제 원리가 깔려 있다. 우리가 왜 비싼 돈을 지불해 가며 명품을 사는지, 또 당첨 확률이 낮은 복권 구매를 왜 멈추지 못하는지 등 삶 속의 다양한 스토리를 경제학적으로 재미있게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