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는 골반과 연결돼 그 사이에 존재하는 뼈 구조물’이다. 그러나 한의학의 관점은 약간 다르다. 한의학이 생각하는 척추는 몸의 중심이자 기둥이다. 좋은 집은 대들보가 튼튼하듯, 척추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한 법이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목, 허리 디스크 환자가 늘고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현대인들의 관절 변형이 장차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발병(發病)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이가 서울 삼성동 리뉴유한의원 김중배 원장이다. 척추진단교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원장은 “신체의 모든 기능을 좌지우지하는 척추를 바로 세워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김중배 원장은 “허리 교정만으로도 내과 질환 상당수가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 김중배 원장은 “허리 교정만으로도 내과 질환 상당수가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여주에 사는 A씨는 올 초 원인불명의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도예가인 남편을 따라 하루 중 상당 시간을 가마 속에서 보내는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서울 시내 유명 대형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그는 지인의 소개로 서울 삼성동 리뉴유한의원을 찾았다. A씨를 진단한 김 원장은 삐뚤어진 뼈를 바로 잡는 치료부터 진행했다. 그로부터 두 달 반이 지난 지금 A씨는 집이 있는 여주에서 서울 삼성동 한의원까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올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 3년 전부터 복용해오던 우울증 약도 딱 끊었다.


옛 手技·정골요법이 이론적 배경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척추 질환은 성가신 존재다. 겨울철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근육통은 이제 10대 수험생들에게까지 연령대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요사이 척추 전문 병원들이 환자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10대들의 척추 질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내 한의학계도 척추 질환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 삼성동 리뉴유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중배 원장은 국내 척추 교정 분야 1인자로 꼽힌다. 김 원장의 주도로 지난 2009년 설립된 척추진단교정학회는 2013년 대한한의학회 정회원으로 인준받았으며, 현재 400여명의 한의사들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척추진단교정학회 주도로 연구되고 있는 공간척추교정학은 옛 동양문화권에서 성행했던 수기(手技)요법과 정골(整骨)요법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김 원장이 강조한 것은 학문 명칭의 맨 앞단에 위치한 공간(空間)의 의미다. 척추 치료에 있어 ‘공간’은 가장 중요한 치유 목적이면서 치료법이다. 그가 허리 디스크 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 양방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점은 공간이라는 개념을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양방에서는 허리 디스크 환자가 찾아오면 아픈 부분만을 살펴보고,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치료합니다. 하지만 한방은 목부터 골반까지를 하나로 보죠.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튀어나온 디스크만을 처리하는 건 임시방편적인 해법에 불과합니다. 척추는 마치 피라미드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뼈가 작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래와 윗부분을 한꺼번에 치료해야 하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게 틀어진 뼈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죠. 대개 척추 길이는 일정한데, 골반이 틀어지면 전체 척추 공간이 줄어들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척추가 바로 서도록 공간을 확보해야 통증이 작아지고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목뼈인 경추(頸椎)에는 승모근(僧帽筋)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승모근은 경추뿐만 아니라 아래쪽 등뼈인 흉추(胸椎) 7번까지 연결돼 있어, 목 부분에만 집중해 치료하는 것은 반쪽 치료나 다름없다. 때문에 목뼈가 틀어진 환자가 찾아올 경우 경추 전체와 흉추 7번까지 동시에 교정하면 틀어지고 긴장된 승모근이 정상 때 모습으로 돌아온다. 

김 원장은 골반(骨盤), 요추(腰椎·허리뼈), 흉추, 경추 순으로 작아지는 뼈를 제대로 교정하기 위해서 부위마다 적당하게 공간을 마련한다. 가령 허리디스크 환자의 경우 골반을 먼저 밑으로 잡아당겨서 척추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후 비뚤어진 뼈를 교정봉으로 쳐서 원래의 형태로 복원한다.

김 원장은 “수술을 통한 허리디스크 치료는 또 다른 부위의 질환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완벽한 치료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허리 디스크 환자 중에서 수술이 시급한 경우는 전체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교정과 같은 비수술적인 요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 원장은 척추의 변형은 우리 내부의 장기 기능을 최대 60%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척추는 두 개의 S자 곡선이 연결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중에서 경추와 요추의 역할은 충격을 흡수해주는 데 있다. 경추가 평균 4.5~8㎏에 달하는 머리 무게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요추는 상체, 하체 양쪽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모두 흡수해 균형을 잘 잡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두 부위의 뼈 간격이 좁아져 빠져나오게 되면 목, 어깨, 허리 등의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게 디스크다.


- 김중배 리뉴유한의원 원장(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는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
- 김중배 리뉴유한의원 원장(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는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

허리는 피라미드…全一 개념으로 치료

C자가 거꾸로 된 모양인 흉추와 천추(薦椎·엉치 척추뼈)는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흉추에 붙어 있는 늑골(肋骨·가슴뼈)은 폐, 심장, 간 등의 장기를 보호한다. 또 골반으로 형성된 골반강(腔)에는 방광 자궁, 난소, 대장, 전립선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원장은 방광, 대장, 항문, 자궁, 난소, 생식기 질환 등은 틀어진 골반 때문에 병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들 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골반의 각도를 앞쪽으로 15° 정도 앞쪽으로 기울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리뉴유한의원에는 허리, 목 디스크 등 뼈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 때문에 찾아오는 환자보다 내과적인 질환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가 더 많다. 그가 병원 이름을 리뉴유(Renew You)라고 정한 것도 교정을 통해 환자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다. 

국내 모 사립대 교수인 B씨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었다. 정상인의 크레아틴(Creatine·신장병 여부를 알아볼 때 측정하는 아미노산) 수치가 0.6~1인 것과 달리 B씨는 7 정도 나왔다. 그동안 다녀오던 대학병원에서는 평생 투석(透析)치료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 리뉴유한의원에 다니는 그녀의 증세는 한결 호전됐다. 비결은 척추 교정으로 불완전한 호르몬 분비량을 제대로 잡았다는 데 있다.

김 원장은 “흉추와 천추의 변형은 흉강, 골반강의 뒤틀림으로 이어져 장기를 압박하게 되면서 장기 기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척추가 바로 서면 구조적 변형에 의해 눌려 있던 신경과 혈관이 정상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의 통증 중 상당수는 신경과 혈관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신경과 혈관이 눌리면 통증뿐만 아니라 몸의 기능도 떨어져 내과 질환까지 생기게 되죠. 가령 미추(尾椎·꼬리뼈)는 숨을 쉴 때 함께 움직여 뇌척수액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몸에 어딘가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척추 교정은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실제로 김 원장은 척추 교정을 통해 내과 질환은 물론 뇌와 관련된 난치병도 치료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아토피 피부염과 파킨슨병, 당뇨, 고혈압, 간질, 공항장애 등의 질환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척수(脊髓)로부터 나온 31쌍의 신경절이 척추 변형으로 압력을 받는 게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양방에서 밝혀진 바예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가 병들거나 쇠퇴한 139건의 신체기관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38건이 그 기관을 지배하는 신경이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죠. 또 미국 컬럼비아대에서는 0.02g(쌀 한톨의 무게) 정도의 압력이 신경에 가해지면 해당 신경과 관련된 장기 기능이 60% 감퇴한다는 연구 보고서도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왜 이러냐 하면 혈관의 경우 압박을 받으면 고르게 흘러야 할 혈류가 나선형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이러한 변화가 경추 부위에서 나타나게 되면 바로 두통(頭痛)과 이명(耳鳴)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겁니다.”

수기요법에 머물러 있던 치료방식을 현대화하기 위해 김 원장은 지난 2009년 고려대 기계공학부 ERC센터와의 협약을 맺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리뉴유한의원에서 사용되는 교정봉, 교정석, 교정대, 인상기(환자 하반신을 들어 올리는 기구), 부정렬 진단기 등은 모두 고려대 ERC센터와의 공동 연구로 개발된 치료 도구다. 

“우리 몸을 들여다보면 참 재밌는 점이 많아요. 가령 하부구조가 오른쪽으로 틀어지면 반대로 상부는 왼쪽으로 기울어져 몸의 균형을 자동적으로 잡습니다. 한 부분만 교정해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교정만으로 면역력이 개선될 수 있느냐고 묻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교정은 신경 자극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지만, 우리 몸에 열을 내는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뼈를 자극하면 열이 나고, 이 때 생긴 열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쓰이죠. 대개 환자가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면 근막이완요법이나 마사지, 침구 요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모두 근육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지난 수십년 동안 연구한 결과 얻어낸 것이 우리 몸의 치료는 근육보다 뼈의 구조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척추만 바로 서면 삐뚤어진 요장육부가 바로 서게 돼 우리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치료 방식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공간척추교정학도 현대 한의학의 중요한 축이죠.”

공간척추교정학에서는 일반인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본다. 김 원장은 현대인의 생활방식 중 척추 및 골반 변형을 유발시키는 대표적인 예로 많은 유아들이 사용하는 보행기를 꼽았다.

“보행기는 성숙하지 못한 유아의 척추에 과도한 하중을 전가합니다. 발 안쪽과 골반으로 보행기를 밀다 보면 다리가 안쪽으로 틀어져 골반을 변형시키죠. 평발도 그래서 생기는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유모차를 태우는 것도 좋지 못한 습관이에요. 유모차를 태우면 태울수록 보행을 통해 다리 근력을 키울 기회를 그만큼 없애게 되죠. 이밖에도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은 골반이 틀어지게 만듭니다. 높은 베개를 베는 습관도 경추의 C자 곡선을 없애 소위 거북이 목처럼 꾸부정하게 만들며, 머리로 가는 혈류의 순환을 없애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 김중배 원장은 “중증(重症)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가 비수술적인 교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김중배 원장은 “중증(重症)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가 비수술적인 교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습관이 허리 피로도 높여

김 원장은 “자세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몸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며, 그런 면에서 사람이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 자세를 취하면 척추 주위의 근육과 인대, 근막 등에서 불필요한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아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바른 보행법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마시아족이 하루 종일 걸어도 쉽게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자세로 생활하는 것은 숙면과도 직결된 문제다. 바른 자세로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리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


▒ 김중배 원장은…

김중배 원장은 부산고와 경희대 한의대를 나왔다. 한의학 석사와 박사과정도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에서 밟았다. 현재 강남구 삼성동에서 리뉴유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척추진단교정학회를 세운 후 현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