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4년 12월3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을 나서고 있다.(작은 사진)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인수를 통해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4년 11월26일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지분 포함 81%. 자사주 제외) 등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400억원에 인수하며,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한다. 옵션으로 추후 경영 성과에 따라 1000억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
방산·석유화학, 국내 1위 도약
이 계약에 따라 한화그룹은 상장사인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를 확보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갖고 있어, 한화그룹은 삼성탈레스의 공동경영권도 보유하게 됐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자사주 제외)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와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까지 합하게 되면,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총 81%(자사주 제외)를 보유하게 됐다. 또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의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은 삼성토탈의 공동경영권도 확보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된다. 한화그룹의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은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 규모가 18조원에 이르러,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이번 M&A(인수합병)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 60여년간 한화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 규모로 격상시켰다.
M&A는 방위사업과 유화사업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한화그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번 딜의 성사로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 기반의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일단락했고, 주요 사업 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상반기 내에 인수 가격 정산 후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며 인수 대금 분납으로 재무적 부담을 줄였다.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기로 한 ㈜한화는 보유현금 1500억원, 연간 잉여현금흐름과 배당 2500억원, 차입금 500억원 정도를 추가해 2015년 6월쯤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2016년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삼성종합화학 인수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 제약사인 드림파마를 1940억원에 매각한 한화케미칼은 현재 3000억원가량의 실탄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연간 현금흐름과 배당은 15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2016년과 2017년에 나눠 내게 될 금액 또한 잉여현금흐름과 배당으로 충당할 수 있다. 2014년 3분기까지 16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보유현금 950억원과 잉여현금흐름 약 2000억원으로 대금을 납입하게 된다.
강기수 한화그룹 홍보팀 상무는 “이번에 인수하는 회사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할 뿐만 아니라 삼성의 문화와 한화그룹의 문화를 융합해, 그룹의 미래 사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 확대, 기계·로봇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삼성테크윈은 영상보안장비(CCTV), 칩마운터(반도체 칩 장착 장비), 가스터빈 및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정밀기계업체다. 삼성탈레스 지분 50%, 국내 유일의 완제품 비행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10%, 삼성종합화학 지분 23.4%(자사주 제외)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다. 2013년 매출은 2조6298억원, 영업이익은 96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이 공동경영권을 갖게 된 삼성탈레스는 2000년 삼성그룹과 프랑스 탈레스인터내셔널의 50대 50 지분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다. 구축함 전투지휘시스템, 레이더 등 감시정찰장비 등의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방산 전자회사다. 2013년 매출 6176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계기로 방위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차세대 방위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테크윈의 사업 영역 중 하나인 로봇 무인화 사업 육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 지난 2014년 10월에 합병한 기계부문(옛 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통합해 공장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 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국방용 무인기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영상처리 및 정밀제어기술,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중장기적으로는 무인시스템과 첨단 로봇 사업 분야 등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도 확보하게 됐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도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삼성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를 생산하는 업체다. 2013년 2조36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76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토탈은 2003년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의 토탈그룹이 50대 50 비율로 합작해서 설립된 회사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10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합성수지와 항공유, 휘발유, LPG(액화석유가스)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2013년 매출 7조8691억원과 영업이익 5496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삼성물산(37.3%), 삼성테크윈(22.7%), 삼성SDI(13.1%), 삼성전기(9.0%), 삼성전자(5.3%) 등 삼성그룹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중 총 81%의 지분을 인수했다. 기존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종합화학 지분 19%를 그대로 보유한 우호 주주로 남아 한화그룹과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은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증대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또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 측면에서도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 뿐만 아니라 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수익 성장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하) 한화그룹이 인수 당시 파산기업이었던 큐셀은 2년 만에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 사진은 한화큐셀이 영국 케임브리지에 건설한 24.3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M&A 통해 그룹 성장
한화그룹의 성장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M&A를 통해 그룹이 성장했다. 특히 인수로 인한 잡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수 후 조직 간 문화 통합도 원만하게 이뤄냈고, 부실한 기업을 모두 정상화하는 경영능력도 보여줬다.
1980년 7300억원이던 한화그룹 매출이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기반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의 M&A였다. 1981년 다우케미칼은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해 글로벌 석유화학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의 매각을 검토했다.
당시 한국프라스틱공업을 인수해 PVC(폴리염화비닐)를 생산하고 있던 한화그룹은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한양화학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석유화학 경기 불황으로 인수를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향후 석유화학시장의 성장을 확신했던 김승연 회장의 판단에 따라 1982년 이 회사들을 인수했고, 지금까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1985년 무리한 시설 확장과 불법 자금 조달 등으로 파산해 정리 절차를 개시한 정아그룹 명성콘도를 인수했다. 명성콘도는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사명을 한국국토개발로 변경하고 단순 콘도미니엄기업에서 종합레저기업으로 변신했다. 1997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지금은 골프장, 콘도, 워터파크 등은 물론 단체급식과 식자재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레저기업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성장했다.
1986년 중화학 분야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B2C사업으로의 다각화도 M&A를 통해 이뤄졌다. 한양유통 인수가 그것이다. 한화는 한양의 부도로 M&A시장에 나온 한양유통을 인수해 4년 만에 매출액을 2배로 늘리고 꾸준한 경영 개선 활동을 통해 국내 최고의 명품백화점인 한화갤러리아로 키웠다. 한화갤러리아가 2000년 인수한 동양백화점은 인수 전 3년간 적자 상태였으나 현재 갤러리아타임월드로 대전 지역 1위 백화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02년에는 2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대한생명을 인수해 6년 만인 2008년에 이를 완전 해소하고 연간 5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전체 매출 비중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인수 당시 파산기업이었던 큐셀은 2년 만에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 2012년 큐셀은 누적 영업적자가 4600억원에 달했고, 공장 가동률은 20~3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가동률 100%를 달성했으며, 2014년에는 영업이익은 물론 세전이익까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