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 가보면 건축물 외벽에 격자 형태로 설치된 쇠파이프 구조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구조물을 비계(飛階·Scaffolding)라고 일컫는다. 비계는 건설 공사를 진행할 때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 구조물이다. 모든 건설 현장에는 대부분 비계가 설치된다. 이 비계 분야에서 매우 선구적인 발자취를 남겨온 중소기업이 있다. 이른바 ‘시스템 안전 비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디케이에스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지난 2014년 12월3일 오후 1시 무렵 경북 영천시 신녕면에 위치한 디케이에스코리아(이하 디케이에스) 본사를 찾았다. 대구·경북 지역의 명산인 팔공산(八公山)의 수려한 산세가 멀찌감치 보이는 공단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디케이에스는 본사 및 공장 부지가 약 5000평에 달할 만큼 꽤 큰 규모를 자랑했다.

요즘 디케이에스는 일본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공장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다. 취재진이 공장 안에 들어서자, 비계를 구성하는 수직재, 수평재, 발판 등 주요 제품이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따라 연달아 출고되고 있었다. 특히 비계의 구조적 안전성과 직결되는 용접 공정에는 첨단 로봇 용접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디케이에스는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시스템 안전 비계를 건설 현장에 선보인 주인공이다. 시스템 비계는 수직재, 수평재, 작업 발판, 안전 난간 등 비계의 뼈대를 이루는 각종 부재(部材)를 공장에서 제작해 건설 현장에서 간편하게 조립할 수 있는 비계를 말한다. 일반적인 강관(鋼管·쇠파이프) 비계에 비해 설치 및 해체가 용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구조적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건설 현장은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 단적인 예로 2013년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사망재해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29.39%로 나타났다. 불명예스럽게도 모든 산업 중 1위다. 특히 건설 현장 사망재해 상당수는 추락사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가 비계에서 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혹은 비계 붕괴로 추락하는 사고가 빈발한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의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해 시스템 비계 도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 양준헌 회장은 아들 양종덕 대표(왼쪽)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양 회장은 양 대표에게 ‘도근정행 기정지심(道根定行 基定之心 : 도덕에 뿌리를 두고 행하는 것이 기본을 지키는 마음이란 뜻)’이라는 경구를 늘 마음에 새겨두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 양준헌 회장은 아들 양종덕 대표(왼쪽)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양 회장은 양 대표에게 ‘도근정행 기정지심(道根定行 基定之心 : 도덕에 뿌리를 두고 행하는 것이 기본을 지키는 마음이란 뜻)’이라는 경구를 늘 마음에 새겨두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건설 현장 안전문화 정착 위해 사업 시작

양준헌 디케이에스 회장의 말이다. “지난 2001년 한 중소 건설업체가 빌라를 짓는 현장에 처음 시스템 비계를 설치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현장 근로자 한 분이 제 손을 잡더니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느냐’며 크게 반가워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같은 사람은 매일 저녁 밥상 앞에 앉아서야 비로소 오늘 하루도 살아남았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하더군요. 그때 마음이 어찌나 찡하던지…. 사실 제가 시스템 비계 사업을 시작한 것도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안전문화 정착을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최고의 가치도 바로 안전입니다.”

양준헌 디케이에스 회장은 금형(金型)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했던 까닭에 일찌감치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 취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갔다. 공장에서 금형 기술을 익히면서 틈틈이 독학으로 기계 제도(製圖·도면을 그리는 일)를 공부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따로 없었다. 그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인 그는 지금도 틈나는 대로 책을 펼쳐 들고 지혜를 구한다.

양 회장이 존경하는 기업가들 중에 일본인들이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하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
~1989)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 창업주가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생전에 자신이 성공한 비결을 3가지로 말한 바 있다. 첫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 둘째는 타고난 허약 체질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 셋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마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선생으로 여기고 열심히 묻고 배웠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핸디캡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긍정적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양 회장이 자신과 비슷한 역경을 딛고 세계적 기업을 일군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삶의 본보기로 삼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양 회장은 첫 번째 직장에서 금형 기술을 익힌 후 20대 중반에 대기업인 선경기계(현 SK그룹의 옛 계열사)에 당당히 공채로 입사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사업을 해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얼마 후 회사 경영에 관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얻기 위해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직장을 옮겨 공장장까지 지냈다.

그는 1985년 마침내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대보정밀이라는 금형 제조업체였다. 대보정밀은 국내 최초로 윤형(輪型) 철조망 금형을 개발해 군납업체에 독점 납품하는 개가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양 회장은 일본 기업과 거래를 하다가 시스템 비계를 처음 접하게 됐다.

“80년대 후반 일본의 산쿄(三共)라는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일본 건설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 비계를 알게 됐죠. 당시 건설 가설재 사업을 하고 있었던 터라, 국내 건설 현장에도 반드시 시스템 비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인부가 다람쥐처럼 비계에 매달려 위험천만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라서 유치원생 때부터 안전교육을 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투철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안전의식이 밑바닥을 맴돌고 있어요. 최근 잇달아 터진 대형 안전사고들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겁니다. 저는 교육부가 안전교육을 주관해야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이 어릴 때부터 습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 회장이 시스템 비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데는 재일교포 기업가인 신해성 산쿄 회장의 조언도 적잖이 작용했다. 신 회장은 양 회장에게 “한국에서 시스템 비계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며 “자금도 지원할 테니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권유했다. 양 회장은 90년대 초반 첫 사업 실패라는 쓰라린 순간을 맞았을 때도 거래처인 산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산 설비를 신 회장에게 넘겨준 바 있다. 이때의 선택은 두 사람 사이에 굳건한 신뢰관계를 만들어줬다. 나아가 ‘사업은 이(利)도 중요하지만 의(義)도 지켜야 한다’는 윤리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상)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핵심 생산설비 중 하나인 용접기계가 불꽃을 튀기며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하)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한 직원이 얇은 강판을 시스템 비계용 작업 발판으로 성형하는 생산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상)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핵심 생산설비 중 하나인 용접기계가 불꽃을 튀기며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하)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한 직원이 얇은 강판을 시스템 비계용 작업 발판으로 성형하는 생산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 유수 건설 가설재 기업들과 협력관계

디케이에스의 주력 제품은 ‘세이프티 스텝(Safety Step)’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안전 비계’라는 뜻이다. 양 회장이 얼마나 안전에 중점을 두는지를 금세 알아챌 수 있는 대목이다. 세이프티 스텝의 진가(眞價)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먼저 알아봤다. 2002년 현대건설을 필두로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신세계건설 등이 잇달아 공사 현장에 세이프티 스텝을 도입했다. 양 회장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우리 제품을 받아주면서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디케이에스의 제품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디케이에스는 세계 유수의 건설 가설재 전문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에는 토목 공사용 가설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영국 RMD도 있다. 디케이에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RMD와 손잡고 자사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두 회사는 경부고속철도와 부산 광안대교 건설 공사 등 국내 대규모 토목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도 했다. RMD는 디케이에스의 해외시장 개척 초창기부터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최근 디케이에스는 일본 가설재 기업들과도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건설 가설재 임대업체로 꼽히는 닛켄(日建)리스공업과의 협력은 국내 및 일본 가설재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케이에스는 2011년 닛켄리스공업 베트남 지사와 첫 거래를 한 이후, 2012년에는 닛켄리스공업 본사와 계약을 맺고 차세대 시스템 비계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그 결실도 이미 얻었다. 디케이에스는 2014년 2월부터 차세대 시스템 비계를 닛켄리스공업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일본 유수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차세대 시스템 비계 설명회에서 가장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디케이에스와 닛켄리스공업의 파트너십이 최상의 결과물을 탄생시킨 셈이다.

일본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는 양 회장의 아들인 양종덕 디케이에스 대표이사의 역할도 컸다. 양 대표는 일본 유학을 마친 후 디케이에스에 말단 생산직으로 입사해 기초부터 일을 배웠다. 양 회장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가업(家業)을 물려주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의 어머니는 당초 아들의 가업 승계를 반대했다고 한다. 평생 사업을 하느라 온갖 풍상(風霜)을 겪은 남편의 바통을 잇는 게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대표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을 운영해보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자 결국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양 대표는 2008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듬해 일본의 중견 가설재 임대업체인 야마토(大和)서비스로부터 투자 유치를 한 데 이어, 닛켄리스공업과의 업무 협력 성사 과정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양 대표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스템 비계를 최초로 도입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디케이에스는 건설 가설재 업계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5~10년 이상은 앞서나가는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양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거들었다. “남들보다 반 걸음 정도 앞서야 돈을 버는데, 두세 걸음 앞서가다 보니 시장 형성이 더딘 탓에 좀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는 돈도 벌어야겠죠.(웃음)”

디케이에스는 2014년 160억원의 매출액(추정치)을 기록했다. 임대 부문이 35억원, 수출 부문이 125억원을 차지했다. 2013년 매출액은 102억원(임대 31억원, 수출 71억원)이었다. 2014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60%나 성장하고, 특히 수출액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 등지로 수출 물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디케이에스의 수출 대상국은 일본, 호주, 영국, 두바이 등 20여개국에 달한다. 또 중국 광둥성(廣東省) 타이산(台山)시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 디케이에스코리아는 가수 조용필씨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 구조물도 시공한 바 있다. 디케이에스코리아는 특수 무대용 구조물 시공 사업도 하고 있다.2. 베트남의 교량 건설 현장에 설치된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토목 공사용 시스템 서포트(Support·받침대 혹은 지지대).3. 현대건설이 시공한 경주 엑스포 상징탑 공사에 설치된 디케이에스코리아의 시스템 비계.
1. 디케이에스코리아는 가수 조용필씨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 구조물도 시공한 바 있다. 디케이에스코리아는 특수 무대용 구조물 시공 사업도 하고 있다.
2. 베트남의 교량 건설 현장에 설치된 디케이에스코리아의 토목 공사용 시스템 서포트(Support·받침대 혹은 지지대).
3. 현대건설이 시공한 경주 엑스포 상징탑 공사에 설치된 디케이에스코리아의 시스템 비계.



임대·시공·해체 ‘원스톱 서비스’ 국내 최초 제공

디케이에스의 임대 사업은 단순히 가설재를 임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직접 시공과 해체 공사까지 책임진다. 시스템 비계의 임대·시공·해체 서비스를 통째로 제공하는 사업 방식 역시 디케이에스가 국내 최초다. 디케이에스가 시공·해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계의 안전성은 시공 단계에서 결정된다는 게 양 회장의 설명이다.

양 회장은 30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큰 고비를 여러 차례 지나왔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그는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산에 올라가 나무를 끌어안고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되뇌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기업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를 안고 있으면 그 기운이 느껴지면서 위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처음 설립했던 회사의 실패, 키코(Knock-In, Knock-Out·환헤지 통화옵션상품)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가 많았어요. 그런 때에도 ‘정직, 도덕성, 상도의’라는 3가지 기본 경영철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가업을 이어갈 아들에게도 항상 정직, 도덕성, 상도의를 지키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3가지 덕목이 앞으로도 디케이에스의 최대 강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양준헌 회장은…

1952년생. 2000년 미국 볼스테이트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과정 수료, 2001년 영남대 경영대학원 AMP 과정 수료, 2005년 대경대 경영대학원 새시대지도자 과정 수료, 2014년 국회 사무처 산하 한국정보통신개발원 미래창조융합 국가지도자 과정 수료. 2001~2002년 국제로타리 3700지구 대구동북 RC회장, 2001~2009년 영천상공회의소 상공의원, 2005~2007년 영남대 경영대학원 AMP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2014년 제 51회 무역의 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