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원 팀장은 “최근에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동네에 추가로 CCTV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서울 종로구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CCTV통합안전센터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방문 1주일 전 전화로 예약하거나 방문해 견학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지난 2014년 10월 개봉한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는 동체시력(動體視力)을 갖고 있는 여장부(차태현 분)가 종로구 CCTV관제센터에서 일하면서 종로구 주민인 첫사랑 봉수미(남상미 분)를 범죄의 현장에서 구해낸다는 내용이 그려졌다.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물체가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이는 능력이다. 장부는 잘게 나눈 구역을 비추는 수십 개의 CCTV화면에서 여성 납치 용의자의 차량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포착하고 납치될 위기에 놓인 수미를 구하기 위해 센터를 뛰쳐나간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CCTV가 설치돼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화면에 잡힌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관제요원들이 지켜본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기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CCTV관제센터에서 일을 하고, 센터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얼마 전에 한 아주머니가 서울 종로구 종묘 앞 벤치에서 술에 취한 채 누워서 자고 있는 남성의 가방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바로 순찰차를 보내 아주머니의 행동을 저지했죠. 또 전신주가 도로로 넘어져서 교통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직원이 현장을 발견한 즉시 조치를 취해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강주원 종로구 CCTV통합안전센터 팀장은 “CCTV를 통해 방범, 교통 관리, 주·정차 단속,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 산불 감시, 재난·재해 감시, 어린이 안전시설 관리 등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CCTV통합안전센터는 크게 ‘주·정차 단속’, ‘방범’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센터 한편에는 경찰관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요원들의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한다. 신고 후 현장에 출동하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4시간 CCTV관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관제요원은 4조 2교대로 12시간씩 순환 근무를 한다. 용역 선정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관제요원의 월급은 시급으로 계산해 200만원 수준이다.

“용역 업체를 통해 관제요원을 뽑는데 이번에는 경쟁률이 3:1로 좀 치열했습니다.(웃음)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종로구 지역 주민에게 채용 시 우대 점수를 줍니다.”

방범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의경(52)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와서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주로 40~50대 여성 직원들이 많다”며 “종로구 동숭동 지역 주민인데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이렇게 관찰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때였다. 이씨가 담당하는 구역에 수상한 사람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씨는 재빨리 여러 개로 분할된 화면 중 한 화면을 클릭해 확대했다.

“노부부가 사는 집인데 왜 이상한 사람이 우편함을 뒤지지?”

해당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이 우편함을 뒤진다는 것을 인식할 정도로 관제요원의 감각은 예리했다. 집을 비운 사이에도 CCTV를 통해 누군가가 우리 집을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정차 단속 꼼수 부려도 피하기 쉽지 않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보게 되는 등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을 것 같았다.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노상방뇨를 하거나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분들이 관제요원의 눈에 띄기도 하는데, 과거보다 순찰차가 순찰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모습은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가끔 관제요원들이 지인의 데이트 장면이나 못 볼꼴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밖에 나가서는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웃음)”

강 팀장은 영화 ‘슬로우 비디오’ 속 내용과 현실이 다른 점 중 하나로 관제요원들이 범죄 용의자의 차량 사진을 보고 CCTV화면에서 차량을 뒤쫓는 장면을 꼽았다.

“사실 관제요원은 평범한 시민들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묘사되듯 경찰처럼 용의자를 추적하진 않습니다. 다만 주·정차 파트의 관제요원들의 경우 CC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차량을 경찰보다 끈질기게 끝까지 추적합니다.”

공공기관 교통과에서 공익 근무를 하면서 CCTV관제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윤성(33)씨는 소집해제 후 이곳에 취직해 주·정차 단속 파트를 맡고 있다.

이씨는 “교묘하게 번호판의 숫자 하나를 가린 경우 0~9까지 넣어서 주차된 차종과 일치하는 차번호를 찾는다. 길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이 번호판을 가리도록 주차된 차량들이 있는데 불법 주차를 마치고 이동하는 순간을 포착해 벌금을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뛰는 ‘범법자’ 위에 나는 ‘단속자’가 있는 셈이다.

이씨는 “하루 평균 150~170건의 불법 주차 차량을 적발한다”며 “많이 적발한 날에는 더욱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동안 거리의 수많은 CCTV가 현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강 팀장은 “과거에는 CCTV를 몰래 카메라처럼 부정적으로 인식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범죄 예방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동네에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8월에는 김수창 당시 제주지검장이 제주시 중앙로의 한 음식점 인근 2곳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 지검장의 부적절한 행동은 여자고등학교와 관사(官舍) 근처의 CCTV 여러 대에 포착됐다. CCTV영상이 피의자에게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를 물을 증거 자료로 활용된 사례다.

강 팀장은 “최근에는 CCTV가 범인을 검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종로구에 설치된 933대의 CCTV로 종로구 주민의 안전을 더욱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강주원 팀장은 …

1968년생, 2004년 서울산업대 영어과 졸, 1992년 서울시 공채 합격, 1992~2000년 지하철건설본부 신호통신부 근무, 2001~2009년 민방위경보통제소·은평병원·상수도사업본부 정보통신업무 담당, 2013년~현재 종로구청 홍보전산과 CCTV관제센터 팀장.